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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본성, 원죄 설명하는 앞부분은 노잼이었는데 3, 4장부터 흥미로워지더니 5장에서 인간본성-낙원을 종합하고 6장에서 아감벤의 기존 종말론 사유와 연결하면서 완성되네
논리를 전개해가는 구성을 정말 잘짰다 싶음
먼저 아우구스티누스는 은총의 필요성을 고수하기 위해 타락 후 인간 본성 자체가 훼손되었고 인간이 스스로 회복할 수 없다고 보는데
이로 인해 주류 신학에서 정원(낙원)은 영영 되돌릴 수 없는 상실한 과거로, 구1원은 훗날 도래해야할 천상의 왕국으로 연기되고 "기차가 연착"한 이 시대에 교회는 지상의 왕국으로서 카테콘이 된다
한편 아감벤이 대안 계보로 분석하는 에리우게나는 낙원이 잃어버린것이 아닌, 애초에 인간이 낙원에서 살았던 적이 없었다는 파격적인 해석을 제시하고 낙원을 인간의 자연적 본성의 상징으로 이해한다
더 나아가 단테는 신곡에서 지옥의 어두컴컴한 밀림과 낙원의 신성한 숲을 동일시하며 왕국과 정원(또한 지성과 사랑)을 일치시키는 지점까지 이른다
여기서 아감벤은 왕국을 미래의 초월적 사건으로 미루는 게 아닌 지금-여기의 정치적 과제로 다시 꺼내오며 <남겨진 시간> 등 앞선 저작들에서 다루어온 종말론 사유와 연결시킨다
즉 왕국은 먼 훗날 도래할 사건이 아니라, 정원이 상징해온 인간 본성의 지복(행복)을 지금 여기에서 현실화하는 이름이다
(신학적 가지를 쳐내고 윤리적 관점으로 축소시킨다면 왕국은 일종의 정원으로서의 잠재태지만 현재성을 강조하는 전략적 용어쯤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한정시키는 일은 사유 대부분을 잘라내는 일이지만 종말론 사유를 비기독교인/권에게 납득시키긴 힘드니...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단 하나의 말을 따르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곡예가 필요했던가. 어쨌든 진리는 객체적이라기보다 그 이상으로 주체적이다.)
나는 구1원/왕국과 행복/지복/정원을 당연히 동일한 것으로 감각하고 있었는데(혼자만의 구1원/지복이 양립가능한가?란 의문이 있기에) 이 직관을 계보학적으로 세세히 뜯어보니 흥미롭네
그나저나 어거스틴은 이 책에서 비판하는것도 그렇고 고백록도 그렇고 꽤 정치꾼 기질이 보이는군...
언젠가 왕국과 영광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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