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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잘 보냈냐 독붕이들아


나는 지금 병실 한 켠에 딱딱한 침대에 누워서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곱씹다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평소에 책이랑은 담 쌓은 채 배달로 먹고 살고 있었는데


한 달 전에  어떤 트럭이 나를 들이받고나서 잠깐 날았던 기억이 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붕대를 칭칭 감은채 병실에 누워 있었다.



조상신이 도운건지, 혹시나 사고나면 살아보겠다고 중무장한 안전장비 덕분인지  뼈가 부러지거나, 어디가 터지거나하진 않았고


부딪히고 넘어질 때 왼쪽 발 착지를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왼쪽 발이 심하게 부어버린걸 제외하면 크게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죽어도 이상 하지 않을 그 순간에 나를 살려준 신이 있다면 신에게 감사한다.



처음 입원하고 일주일 간은 비몽사몽 상태여서 기억이 잘 없다


주렁주렁 달린 수액과  매 시간마다 식사라고 찾아오는 맛 없는 밥과 


이따금 다른 환자들의 방문객이나 간병인들이 제대로 일어서지조차 못하는 나를 보며 안타까워 했던게 기억난다.




오로지 기억 나는건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밥을 먹기 위해 일어나는 것 조차 힘들었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내 몸과 사투를 벌여야 했던 것이였다.


그때 나는 속으로 신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기회를 한 번만 더 주신다면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던게 기억난다



그러다가 일요일에  병원 예배실에서 예배가 있을 예정이니 참석하고 싶은 사람은 방문해달라는 방송이 들려왔다.


나는 뼛속부터 무신론자였고 신은 인간이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만든 환상일 뿐이며 누구 말마따나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였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드나들며 매 순간 고통에 몸부림 치는 하루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은 그 누구보다 신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신을 찾아서 예배실로 향했다.


예배실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다들 처지가 나와 비슷해보였다.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죽음이  자신의 삶의 일부라는 걸 깨닫고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나와 처지가 비슷해서 난 금새 동질감을 느꼈고 빠르게 거기에 녹아들었다.


목사님이 나에게 회복과 쾌유를 기원하며 자그마한 성경책을 주셨는데



어느정도 회복하고 적어도 상반신은 자유로워졌을 때 나는  병실 한 켠에 누운채로 그 성경책을 미친듯이 읽었다


SNS, 커뮤니티, 숏츠, 유튜브가 주는 도파민 따위로는  신을 찾는 내 공허함을 채워줄 수가 없었다.


일주일 만에 성경을 3번이나 정독 할 정도로 책에 빠져들었다.



그 후 독서는 신을 찾는 나를 구1원하는 행위가 되었다.


당장이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밑 빠진 독 같은 내면의 공허함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었기에


나는 밥을 먹을 때도 책을 놓지 않았고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놓지 않았다


자는 동안 꿈에서까지 책을 읽었다.



책에 몰두하며 지내다보니 어느새 나의 몸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였고


몸이 건강해지니  피폐해지고 썩어버렸던 나의 정신도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상반신을 일으켜세우는것 조차 힘들어 했던 나는 그나마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비록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병원 휴게실의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찾아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다.



하지만 트럭을 온 몸으로 들이받아버린지라 어떤 문제가 다시 일어날지 몰랐던 탓에



담당의는 나에게 당분간 걷지 말기를 주문하였고  그래서 화장실을 가거나 밥을 먹는 시간 외에는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책만 읽는 것이 나의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그렇게 책만 읽고 지내고 있으니


하루종일 핸드폰만 보던 다른 환자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어떤 책을 읽고 있냐, 책이 그렇게 재밌냐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더니


곧 핸드폰이 뿜어내는 싸구려 도파민에 질려버린 다른 환자들도 하나 둘씩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있는 병실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고


이따금씩 커피를 마시며 쉬거나 할때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지내곤 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러 바로 어제.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다보니 같이 책을 읽던 환자들은  작별인사와 함께 퇴원을 했고


그 빈 자리를 채운 새로운 얼굴의 환자들과 함께 


나는 여전히 언제 퇴원할지 모르는 채 딱딱한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유난히 마음이 아파왔다.


친구나 연인과 혹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하는 크리스마스에도 병실엔 누워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새해를 병실에서 보내야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함 때문인지


그 날 따라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되려 창문 밖을 보는 빈도가 많았다.




그런 나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꽤 친해진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 자네 오늘따라 기운이 없어보이는구만.  애인이라도 보고싶어서 그러는건가? "


" 아휴. 그런거 아닙니다. 그냥 좀 울적하네요 " 


여자는 남자의 인생을 발목잡는 장애물이라는 신념을 견지하고 있던 나였지만


그런 생각까지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기에 그냥 대충 떠넘겨버렸다.



나에게 말을 건 아저씨는  현역군인이였는데  주말에 방파제 낚시를 갔다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팔을 크게 다쳐서 입원한 분이셨다.


군 병원에 입원할 수도 있었으나 군의관들의 실력을 의심했던지라  사제 병원에 입원하였던 것이다.



여튼 아저씨는 평소에 나에게 커피나 간식을 챙겨주시는 등  나를 잘 돌봐주시던 분이셨고


평소 다른 환자들과 함께 담배를 피러 나가거나  고스톱을 치며 친목을 다지는 등  유쾌하신 분이셨다.



아저씨는 울적해하고 있는 나의 어깨를 토닥이시며 말했다


" 젊은 사람이 크리스마스까지 병원에서 누워있으면 아무래도 기분이 썩 좋지 않겠지.   내가 뭐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 아뇨 괜찮아요. 그냥 바람 좀 쐬고 나면 괜찮아질거에요 " 


라고 다시 병상에 누워 책을 읽으려고 하고 있으니


아저씨가 나를 곰곰히 쳐다보시고는 갑자기 말하셨다.



" 내가 자네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떠올랐네 ! " 


" 그게 뭔데요 ? " 


" 바로 이것이지 ! "






라고 말하며 갑자기 아저씨가 상의를 찢어버리고 바지를 내리더니  우람한 포신을 꺼내  나에게 자랑하듯 보이는게 아닌가?!


알고보니 아저씨는  해병대 출신이였고  팔을 다친 건 거짓말이였으며


해병대에 적합한 신체를 가지고도 병원에 누워있는 흘러빠진 탈영병들을 손수 자진입대 시키기 위해  병실에 침투한 해병모병관이였던 것이다!


그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의 우람한 포신은 흘러빠진 나에게 당장  해병정신과 해병혼을 주입시켜주기 위해  움찔거렸고


갑작스런 소란에 잠을 자다 깬 다른 환자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항의 하러 다가가자



" 새끼..........기열!!!!!!!!!!!!!!! " 이라며 우렁찬 함성과 함께 포신을 들이미는것이 아니겠는가?!



아저씨의 외침과 함께  다른 환자의 항의와 저항은 7.4초 만에 잠잠해졌으며 


나는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새로운 해병이 탄생하는것을 지켜보고야 말았다.


그렇게 뜨거운 전우애와 함께 해병혼을 주입당한 그 환자는


곧바로 다른 환자들을 향해 달려들었으며


병실의 모든 환자들이 해병혼을 주입당하여  서로의 전우애구멍을 탐하기 시작했을 때




몸을 다치고 신을 찾던 나는 책 속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신을 마침내 찾을 수 있었다.




아! 수줍고도 달콥쌉싸름했던 해병 크리스마스의 추억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