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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 90 04 26441 0
DOI- 10.1163/9789004264410
이 논문(혹은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새한글성경의 번역 떄문이다
거짓말 아니다 진짜다
새한글성경을 홈페이지에서 보면 알겠지만 자기들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부분에는 주석을 넣는다. 그런데 사도행전 21장 40절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 그들이 아주 조용해지자 바울이 히브리말로 연설하여 말했다.
여기에 주석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모든 주석 성경에는 이 부분에 주석이 꼭 삽입되어선 히브리어가 아니라 아람어다 라고 꼭 설명을 한다. 그리고 1세기 유대 환경에선 히브리어는 죽은 언어고 아람어는 산 언어이기에 아람어를 말했다는 것이 상식 수준에 가깝기도 하다.
즉 새한글성경 번역측에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걸 빼먹은 것이다. 그것땜에 가끔 검색도 해봤지만 도저히 안되서 요즘 가장 자료 크롤링을 잘한다는 GPT와 제미나이에게 물어봤다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다
25년 내의 연구 결과에서 저 구절의 바울은 무슨 언어로 말하였는가 외국과 한국의 학계는 어떻게 설명하는지 말하시오
GPT는 2년전과 똑같이 아람어가 다수다 라고 하였다. 그런데 제미나이는 히브리어라고 말하더니 나에게 이 논문을 소개시켰다, 그런데 더 웃긴건 한국 학계에 대한 설명이 아예 없어서 왜 없냐 했더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한국은 말할 가치가 없다 학계에서 얘기도 안나오는 주제다 아람어가 상식이다
너무 당황해서 저 논문을 찾아다 어찌저찌 읽었다.
그런데 정말 어려웠다. 내가 신학생이 아닌지라 신학생 수준이 읽어야 할 논문이었기에 뭔가 난이도 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솔직히 12개의 논문 중 하나가 주석이 300개가 넘고, 어떤 주석은 A4용지 기준 한페이지가 넘는데 그게 일반인 읽으라고 만든거겠나 신학생 읽으라고 만든거지
막판엔 다 읽고 노트북 LM으로 인포그래픽도 만들고 퀴즈도 만들면서 이해하려고 쌩 지랄을 다 했다. 그래서 이 논문에 대해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러하다
1. 1세기 유대의 언어 환경은 3중 언어환경이었다. 즉 그리스어, 아람어, 히브리어가 혼재하는 환경이었다
2. 민족과 언어는 하나여야 한다는 낭만적 민족주의에 기초하여, 유대가 독립을 잃었을 때 언어도 사멸했다고 가정했기에 히브리어를 사어라고 가정하였다. 이는 말이 안된다.
3. 헤브라이스티(Ἑβραϊστί)라는 단어를 아람어로 번역하는 것은 문헌학적 근거가 없다. 그러므로 사도행전에서 바울은 히브리어로 말하였다
3-1. 히브리어로 연설했을 때 사람들이 침묵한 것은 외부인이 현지인들만의 언어인 히브리어로 유창하게 연설해서다
3-2. 그러므로 그리스어도 아니다
4. 예수께서 아람어를 썼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예수께선 이사야 61장, 58장을 결합할 때 희귀한 히브리어 구절인 라도나이 라촌(주를 위한 기쁨)을 연결고리로 활용하였다. 또한 성전 정화 사건때도 예수는 히브리어를 굉장히 능숙히 사용하였다. 암기할 정도로 그러므로 히브리어일 가능이 높다
6. 지금 아람어의 우월성은 과거 시리아 기독교 초기전통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시리아어 즉 아람어는 창조의 언어이자 인류의 원초적 언어로서 가장 신성한 지위를 부여 받았으며, 히브리어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이라는 특정 민족의 수준에 맞춰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이류 언어라는 논리도 어느정도 있다. 특히 보물의 동굴을 보면 시리아어가 모든 언어의 왕이며 예수를 정죄하고 십자가에 못박은 언어는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를 할당하였는데 이는 시리아어를 임의로 배제함으로 보인다고 볼 수 있다.
6-1.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을 분들도 있을 것이다. 옛날엔 언어의 우월적 지위라는 것이 존재하였다. 그리고 시리아인들은 자신들의 언어가 히브리어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를 시리아어 문자의 독특한 형태로서 증거하는데 시리아어는 글을 쓸때 왼손이 오른손(하나님의 오른손)을 향해 뻗어나가는 형태를 취하기에 참된 신앙인이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것을 상징한다고 봤다.
7.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외치신 마지막 문장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태의 엘리는 명백한 히브리어이지만 마가의 엘로이는 아람어다. 그런데 구경꾼들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엘리야를 외친다고 착각하였다. 발음상 엘로이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사박다니도 그러하다 사박다니는 어람어 어근에서 유래하였으나 아람어화된 히브리어라 볼 수 있다.
7-1. 누군가는 마가가 아람어로 언어를 전환한 것은 어떻게 설명하냐고 할 것이다. 마가는 능동적인 번역을 하였다. 히브리어를 아람어로 번역한 것은 이전의 여러 번역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마가는 중요한 기적이나 치유의 순간에 의도적으로 아람어 전환을 사용한다(5:41 탈리다 쿰, 7:34 에바다)
7-2. 여기서부터 어려울 수 있지만 아람어와 바트 콜 을 문화적으로 연결 시킨 것이다.
제2 성전기 시절 랍비 전승에 따르면 지성소에서 하늘의 음성이 종종 아람어로 들려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마가는 예수의 십자가 외침을 마치 하늘의 음성처럼 들리게 하려는 문화적 효과를 내는 것이다.
8. 추가해서 마가는 수미상관 효과도 노리고 있다.
8-1. 1:10-11에서 세례장면을 보면 하늘이 갈라지고 에수를 내 아들이라 선포한다. 그런데 십자가 장면도 그러하다 15:34-39를 보면 성전 휘장이 갈라지고 예수가 아람어(바트 콜)로 크게 외치자 이를 들은 백부장이 이 사람은 진정 하나님의 아들이었다 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9. 7번부터 9번 부분을 아주 쉽게 말하면 마가가 아람어로 전환한 부분들은 영화에서의 결정적 장면에서 나오는 웅장한 배경음악과 같은 것이다. 마가복음의 전체적 문장구조를 보면 그리스어로 쓰였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은 아람어로 전환한다. 즉 그 시대의 독자들은 그리스어로 읽다가 갑자기 아람어로 나오는 부분들에 전율하길 마가는 원한 것이다.
이처럼 쉬운 논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퀴즈도 맞추고 인포그래픽도 보고 온갖 짓거리 다하면서 이해하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여튼 한국교회가 준 또다른 시련이라 생각하고 재밌게 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음 던졌다 진짜로....
여튼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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