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부터 민족주의와 함께 민족문학이 탄생하였고, 영국으로부터 독립운동이 시작된 아일랜드에서도 자연스럽게 아일랜드의 문예 부흥 운동이 일어났다.


오늘날 <아일랜드 문예 부흥 운동>, 혹은 <켈트의 여명>으로 불리는 이 운동은 게일어 부흥과 아일랜드 신화 재발굴, 그리고 오늘날 아일랜드의 세계적인 모더니즘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거대한 민족 프로젝트와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민족의 염원 속에서 아일랜드인들의 아름다운 전통도 하나 탄생하게 되었는데, 그 비화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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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트의 여명 중심엔 역시 아일랜드의 대표 작가인 저 예이츠가 있지요.

젊을 적엔 과격파에 가담하기도 했지만, 전 아일랜드 독립운동 중 온건파 소속입니다.

지금 우리 아일랜드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 정신을 만들어줄 요람이고, 무엇보다 국민 극장이 필요하죠, 허허허."


오랫동안 극장엔 여러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었고, 무엇보다 이제는 '시민극'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던 시기였다.


예이츠와 레이디 그레고리를 비롯한 켈트의 여명을 이끌던 이들은 아일랜드만의, 아일랜드인들이 직접 쓴, 아일랜드인들을 보여주는 연극을 할 요람이 필요하다며 호소했다.


마침내 여러 후원과 모금을 받으며 1904년, 더블린에 오늘날까지 아일랜드의 국립극장으로 자리잡는 <애비 극장>, 혹은 <아일랜드 국립 극장>이 그 막을 올렸다.


예이츠는 극장 운영을 도맡기도 하며, 자신의 작품들을 올리고, 또 참여하는 극작가들에게 조언도 하였기에, 그는 극장 운영의 중심적인 인물이었다.


힘들기도 하였겠지만, 우리의 예이츠는 이제 아일랜드의 극장이 생겼으므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며 행복회로를 돌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아일랜드인들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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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 우리가 얼마나 춤과 노래와 예술을 사랑하는데? 예이츠 만세! 애비 극장 만세!"



때는 1907년, 이제 애비극장이 처음 열린 직후 바쁘게 돌아갈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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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존 밀링턴 싱. 예이츠 선배가 차세대로 발굴한 유망주죠.

오늘날 예이츠 선배, 아우구스타 그레고리 선배와 더불어 아일랜드 현대극의 1세대 대표주자로 보면 됩니다.

그리고 생략되었지만, 저도 애비극장 창건 운동 멤버였고, 그 동안 저의 단막극 <바다로 달려가는 기사들>이나 <성자의 우물>을 무대에 올렸죠.


저는 토속적인 아일랜드인들을 그리며, 아일랜드식 영어와 켈트어까지 극에 사용하는등, 참된 아일랜드 내셔널리스트입니다.

그리고 이제 제 최고 걸작 <서방 세계의 플레이보이>가 아일랜드인들에게 또 다른 자긍심을 주겠죠, 크...큭..."



스스로가 아버지를 죽였다며 나타난 이방인에게, 그러한 죄엔 관심도 가지지 않은 채, 그가 떠는 허풍에 관심을 가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웃-픈 연애담을 그린 이 희극은 1907년, 애비 극장에서 초연된다. 많은 더블린 시민들이 이를 보기 위하여 극장에 모여들었다.


예이츠와 싱, 그리고 극장 사람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와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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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인공 저, 저거..!! 아버지를 죽였다고? 그런데도 안 중요한 일이라며 저놈 허풍이나 듣고 있어?"


"카톨릭 맙소사! 어떻게 여자 주인공이 저런 식으로 말을 해? 여자를 부도덕하게 그리고 있다!"


"아일랜드에 대한 모욕이야! 너 임마, 너 영국놈이지? 잉글랜드 개새끼해봐! 싱인지 뭔지, 저놈부터 태우자!"


'보수적인' 더블린 시민들에 눈엔 여러모로 싱의 새 희곡이 너무나도 부도덕하게 보였던 점이다.

거기에 더하여, 평소 애비 극장이 '덜 정치적인 극'만에 집중한다며 불만을 가지던 강경-내셔널리스트들이 앞장서서 비난하기 시작하였고,

사람들은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예이츠가 나서서 사람들을 진정시키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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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진정하세요, 여러분. 우리의 존 싱은 존나게 재능 많은 우리 아일랜드의 자랑입니다.

다소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일단 진정하시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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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츠 씨가 옳소, 여러분! 싱인지 뭔지가 쓰레기일지라도, 일단은 우리 아일랜드산 쓰레기가 아닙니까? 진정한 원흉은 따로 있습니다!"


"뭔데?"


"뭐긴 뭐야, 잉글랜드놈들이지! 이대로 잉글랜드를 공격한다!"


"천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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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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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성난 시민들이 단체로 극장 밖으로 뛰쳐나가면서, 일명 <플레이보이 소요> 발생.



물론 애비 극장과 연극, 그리고 작가들에 대한 비난도 같이 했다. 그 덕분에 한동안 애비 극장은 운영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폐쇄 위기까지 겪는다.

예이츠는 아마도 뒷목을 잡으며 쓰러졌으리라.


거기에 더하여, 우리의 존 밀링턴 싱은 불행하게도 2년 후, 병에 걸려 안타깝게도 요절하고 만다.

짧은 작가 생활동안 그가 남긴 희곡은 모두 오늘날까지 여기저기에서 공연되니, 참으로 문학적으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예이츠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흘러, 19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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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숀 오케이시, 극작가죠!

존 밀링턴 싱의 후계자로도 불리지만, 사실 난 선배들과 달리,

현재의 아일랜드 서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무대에 올리고 있어요!"



숀 오케이시는 예이츠 세대 이후, 아일랜드 현대극의 2세대의 대표 주자였다.

그는 아일랜드 극작가들이 그러하듯, 애비 극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사회극에 정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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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저도 늙어서 극장 운영엔 간간히 조언해주는 정도고, 무엇보다 그 후 아일랜드는 독립 전쟁으로 자유를 얻어, 상원 의원으로 정계에 몸을 담아야했죠. 그래도 이젠...편히 관람할 수 있겠지."


1926년, 애비 극장에선 숀 오케이시의 새로운 희곡 <쟁기와 별>을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


1916년 더블린에서 일어난 부활절 봉기이 일어나기 직전, 더블린 서민들에 관한 사회극이었다.


소재에서부터 무언가 불길함을 느꼈지만, 예이츠는 일단 극장의 선배로서 모든 걸 지켜보려고 했다.


다행히 공연 첫날은 아무 일 없었지만, 문제는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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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러고 보니 부활절 봉기를 다루는데, 너무 반애국적인 거 아니야?"


"생각해보니 그러네? 저 대사 봐봐, 저놈 저거 아일랜드를 모욕하는데?"


"방금 여자 주연 대사 들었어? 카톨릭적으로 용납이 안 되는 걸?"


"어? 화나네? 어?"



애당초 예이츠와 극장 관련 자들은 이 극 자체가 너무 과격해질까봐, 약간의 '검열'을 어쩔 수 없이 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배우들 일부까지도 이 희곡이 불쾌하다며 대사를 읊는 걸 거부했고, 거기에 더하여, 또 다시 과격한 내셔널리스트들이 등판한다.


소식을 듣고, 급하게 극장으로 달려온 예이츠가 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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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츠는 성난 군중에게 사자후를 내질렸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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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또냐!!!!"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흘러, 1943년.


이미 예이츠도 죽었지만, 애비 극장은 계속 운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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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브라이언 오놀란.

'플랜 오브라이언'이란 필명으로 제일 유명하죠.

나는 아일랜드 모더니즘 작가지만, 이 시기에 포스트모던에 도달한 선구자로 평가받으며, 유쾌한 메타픽션과 유머의 거장입니다.


이 시기 나는 '마일즈 나 카팔린' 대충 마일즈란 이름으로 유쾌한 칼럼을 아일랜드 신문에 연재했는데,

마일즈란 이름으로 처음 희곡을 발표해보려고 합니다."



플랜 오브라이언은 <파우스투스 켈리>, 아일랜드판 파우스트극을 무대에 올린다.

공교롭게도 아일랜드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가 뒤섞인 유쾌한 희극이었지만, 이미 사람들은 이러한 연극이 무엇을 가져올지 이쯤에선 다들 짐작했기에 긴장한다.


거기에 더하여, 미리 기회를 노린 극렬 내셔널리스트들까지 등판한다.


공연중 관객들이 흥분하기 시작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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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횐님덜,,,,이 플랜 아우가 오늘 오지게 인사 함 박겠심더,,,,


오브라이언이 모자를 벗고 자신의 빈 머리를 보여주더니 사람들은 갑자기 숙연해졌다 ------




사실 이러진 않았고, '마일즈'의 얼굴은 공개된 적이 없었기에, 오브라이언은 미리 대역을 구하여, 우스꽝스럽게 아일랜드 전통 복장을 입힌 후,

무대에 작가를 불러오겠다며 뜬금없이 등장시켜 사람들이 웃게 만듬으로서 분노를 해소시켰다. 

그 직후 사람들은 정치적인 생각은 잊어버린 채, 무대의 개그에만 집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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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 아, 재밌다!"


"그래, 생각해보니, 예이츠 씨도 이미 죽었잖아?"


"그러네, 그럼 극장에서 깽판쳐봤자, 소용이 없네, 술이나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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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바...어이가 없네..... 잉글랜드로 이민갈걸."





참고로 위의 극장에서의 폭동은 정말로 온건문예운동의 중심인 예이츠를 겨냥하여 일어났다는 말도 있긴 하다.



아무튼 이것이 새 희곡을 발표하면, 극작가들을 환영해주는 아일랜드인들의 아름다운 전통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 언급된 아일랜드 극작가에 더하여, 3세대의 대표 주자 브라이언 프리엘의 희곡까지,

현대에 활동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아일랜드 대표 극작가들을 모두 즐길 수 있으니 츄라이하쉴?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프루스트와 조이스의 자존심 강한 제자 대결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냉혹한 이탈리아의 마피아 작가

- 폴란드식 기묘한 모더니즘 작명법

- 조이스의 기묘한 유언

-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

- 유교 탈레반은 파시즘을 꿈꾸는가? (1), (2)

- 뿌슝빠슝 안아키를 하던 극작가가 있다?!

- 위대한 피츠제럴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