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그 날것의 타고난 감각으로만 소설을 쓴 게 느껴짐
읽어보면 정제된 문체의 느낌이 아니고
은근히 톤에 힘이 많이 들어가있는 느낌이라
정말 많이 읽고 자주 읽었는데 김승옥은
읽으면 읽을수록 이제야 좀 그 시대 사람이었다는 게 체감되네
옛날엔 그냥 지금에 와서도 세련되어 보였는데
가끔 읽다 보면 부사어, 접속사 남발에 호흡이 계속 긴 부분들이 피곤하게 느껴지긴 함
그러다 한두 번씩 번뜩이는 문장들이 계속해서 혹하는 그런 느낌
그래서 그런가 작가 짬밥 많이 먹었을 무렵에 쓴 마지막 역작 서울의 달빛 0장이 난 제일 좋더라
구성이나 문장 흐름, 호흡 등등 최고였음
괴테나 프루스트나 미시마 유키오나 보통 최고작은 말년에 쓴 경우가 많음 젊은 시절 김승옥이 쓴 글을 뛰어넘는 글이 문단에 별로 없다는 게 아쉬운 점이긴 하지
센세이셔널했던 작가는 맞는데 정말 그 감각으로만 쓴 느낌이라 처음엔 그 정서가 좋았다가 좋은 책을 많이 읽게 된 뒤로는 그 정서를 말하기(서술)로만 표현하는 것, 그리고 문장이 살짝 지저분한 것 그 두 가지가 아쉽게 느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