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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부터 1966년 사이의 미시마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들이 혼재되어 있기에, 재미와는 별개로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부분도 있는 편. 아래는 각 단편에 대한 짤막한 감상들로, 수록 순서와 다르게 쓰여진 순서대로 작성.
곶 이야기(1946)
미시마의 글에서 으레 등장하는 병약한 소년이자 보호받는 존재라는 관념이 등장하는 다소 자전적인 글. 바다에 대한 동경의 이미지와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죽음으로 완성되는 아름다움까지 미시마가 자주 다루는 주제들로 쓰여진 초창기스러운 글로, 문장을 꾸미는 데 있어 다소 과함이 있음을 느낀다.
괴물(1950)
그다지 무겁지 않은 글로, 아름다움의 반대편에 위치한 대상을 주제로 하여 써낸 단편. 어찌 보면 권선징악스러운 평범한 단편일텐데, 외견의 아름다움을 상당히 중시하는 저자를 생각할 때에는 결말 부분이 다소 의외스럽게 느껴지는, 평범한 글이기도 했다.
의자(1951)
미시마의 가족-그 중에서도 할머니-을 생각할 때 '곶 이야기'와 함께 자전적인 경험이 크게 드러나는 글. 아마 여기 쓰인 단편 중에는 가장 내밀하게 작가의 심정을 써낸 글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어머니에 대한 저자의 감정이 꽤나 많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개인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흥미를 지닐 듯 하다.
나팔꽃(1951)
본격 미시마 식 호러 소설 1. 짤막한 단편이지만 공포 연출 방식이 점프 스퀘어에 가깝단 점에선 그다지 특별한 점을 느끼진 못한 글.
히나의 집(1953)
본격 미시마 식 호러 소설 2. 구술체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야기 호러의 느낌을 받은 글. 이야기 자체는 특별하게 느낀 점은 없어도 히나 인형이란 소재는 공포와 나름 궁합이 좋지 않은가 생각을 합니다.
시를 쓰는 소년(1954)
미시마의 글에서 으레 등장하는 자신감 넘치는 오만한 젊은이가 나오는 글. 여기까지가 미시마 전~중기 즈음임을 생각할 때, 이런 젊은이의 이미지는 '달리는 말'의 이사오나 '천인오쇠'의 도루를 떠올리게 만드는 면이 있다. 소재에서 저자의 개인적인 부분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인물 구도가 익숙해서 기억에 남았던 글.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1954)
아름다움에 관한 글이란 점에선 익숙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금각사'나 '새벽의 사원' 등에서 언급하곤 하는 불교적인 이야기의 편린을 알 수 있는 단편. 현세의 아름다움과 내세의 아름다움의 갈등. 보지 못하는 것을 통해 생기는 사랑과 보는 것을 통해 잃는 사랑이란 점에서 불교적인 모티프가 충실히 사용된 단편이 아닐까 느낀다.
우국(1961)
본격적인 미시마 후기의 글. 최근 출시된 미시마의 단편집 2권에 '우국'이 모두 수록되어 있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시마의 저작 중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글. 미시마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어떻게 죽음과 만나며 그 과정에서 피학적, 성적 이미지와 결합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글. 할복에 대해서 이러한 이미지로 묘사할 수 있는 작가는 분명 드물긴 하겠지만, 과연 이 이미지를 좋아할 수 있는지는 별개기도 하다.
보온병(1962)
미국을 배경으로 한 마치 부인잡지에 연재되었을 법한 글. 불륜소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남성이 자신의 연인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측면에서도 로맨스적인 요소를 느끼게도 만든다.
진주(1963)
역시 부인 잡지에 연재되었을 듯한 글로 여성들 사이의 눈치 싸움을 느끼게 만드는 글. 이러한 종류의 글로서는 재미가 충분하지만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 교실' 과도 비슷한 장르적인 글에 가깝기에 개개인의 감상에는 차이가 있을 듯함.
표(1963)
본격 미시마식 호러 소설 3. 아마 3편 중에서는 가장 장르적으로 좋았던 글이라 생각하는데, 결국 환상보다 현실의 여성이 더 무서운 존재로 등장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황야에서(1966)
본인의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한 미시마의 소설가적 자아 정의에 관한 글. 후기 저작이라 그런지 더이상 병약한 소년 대신 미시마 씨가 등장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일까 상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데, 저자가 자신의 소설가적 에고를 어떻게 바라보는 가에 있어서는 볼만한 글이기도 하다.
미시마의 다른 저작들(가면의 고백, 파도 소리, 달리는 말 등)을 읽은 독자에게는 다소 익숙한 글들일 수도 있을 것이지만, 단편들이기에 보다 직접적으로 미시마가 자주 사용하던 이미지나 관념들을 알 수 있으므로, 역시 미시마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나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다만 장르가 너무 다양한 나머지 독자들이 이 모든 부분을 수용할지는 의문이긴 한데, 기본적으로는 글 읽는 맛이 있는 작가인지라 재밌게 읽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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