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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책 10권


1.돈키호테 2


후속편이지만 1권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신선했던 소설. 전권에 비해 산초 판사의 유머와 재치가 빛을 발해 돈키호테에게도 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두께에도 불구하고 결코 끝나지 않았으면 했던 소설.


2.향연


본격적으로 플라톤에게 빠져들게 만들었던 대화편. 사랑은 원초적이면서 추상적이기에 사랑이 무엇이냐를 정의하는 것은 어렵고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플라톤은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으며 소크라테스를 포함한 여러 인물들의 행위들을 자신의 사상이 담긴 희극적인 교향곡으로 완성시킨다.


3.풀잎


이 시인은 자신에 대한 서사시를 써내려간다. 그의 눈은 고되지만 알차게 살아가는 시민들을 바라보고, 그의 손발은 아름다운 자연의 산물들과 교감하며, 그의 마음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에 가슴이 뛴다.


4.일리아스


약한 바람에도 휩쓸려가는 나뭇잎처럼 인간의 삶의 끝인 죽음은 잔인하고 허무해 보이겠지만 인간은 죽기 위해서가 아닌 현재의 삶을 꾸준히 살아나가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린다. 분노와 결사의 시작을 화해와 존중의 끝으로 마무리하는 서사는 시대를 초월하는 감동을 준다.


5.오만과 편견


소설이 주는 유희와 즐거움을 아름다우면서도 소박하게 치장한 듯한 작품. 소설의 끝은 정해져 있지만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보여주는 대립과 갈등, 그리고 화해와 사랑은 다시 읽어도 재미를 주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6.에세


나를 탐구한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면서 때로는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세상은 이리 넓고 복잡한데 이런 세상의 개미 정도나 될 나라는 존재를 탐구해봤자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그럼에도 몽테뉴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탐구해내면서 가장 개인적인 일에 보편성을 일구어낸다.


7.감정 교육


현대소설은 플로베르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거창한 표현은 필요 없다. 감정 교육은 청년의 방황과 절망을 묘사하면서 사회의 냉혹함, 돈의 우월성, 시민들의 속물성을 낱낱히 파헤친다. 소설의 끝은 대단히 허무하고 차갑지만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자신과 타인, 사회와 사상에 대해 사유하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문체와 구조에 대한 탐구 없이도 매우 훌륭한 소설.


8.만엔원년의 풋볼


이 소설은 계속 타오르며 우리의 머리와 마음에 커다란 충격을 일으키는 꺼지지 않는 불같은 소설인데, 도스토옙스키나 포크너의 작품과 비견될만하다. 이 소설은 스포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해 말을 아낀다.


9.헤다 가블레르


<인형의 집>과 <유령>만 보고 입센이 셰익스피어와 체호프에 비견될만한 연극 작가인지 의문을 표하는 독자들에게 이 희곡을 추천하고 싶다. 여러 욕망과 자의식이 맞물리며 작품은 파국을 향해 다가간다. 헤다는 내가 본 여성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이었던 인물 중 한 명.


10.신곡


작품이 아니라 세상을 창조한 듯한 상상력과 필력. 천국편은 좀 어려웠지만 주석의 도움을 받아 끝내 완독할 수 있었다.



재독한 책 중에서는 내 최애 도끼의 죄와 벌이 가장 좋았음 로쟈가 소냐에게 죄를 고백하는 장면은 볼 때마다 눈물 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