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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그 중 타인의 시선이란 부분 역시 제외할 수 없다. 이 글에서 묘사하듯이 눈먼 자들이 한 둘이 아니라 도시와 국가 전체가 되었을 때, 이제 이들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를 수많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알고 있기도 하다.

'눈먼자들'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자면 수용소 내에서의 인간의 폭력 생산 구조를 드러내는 부분과 수용소 밖에서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휴머니즘적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전반부는 '파리 대왕'이나 '페스트'와 같은 작품을 떠올릴 법 한데, 특히 저자의 고국인 포르투갈이 꽤나 근대까지 독재정권이 유지되었단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실시하는 폭력이란 부분에서는 보다 와닿는 부분이 있다. 이어지는 후반부에서는 기존의 관념이 무너진 세계를 바라보는 것을 통해 현실을 고발하는 동시에, 그들 사이에 사랑과 연대가 있음을 드러낸단 점에서 보다 현대적인 글로 느껴지게 만든다.

'눈먼자들'의 끝없이 이어지는 특징적인 서술방식과 눈먼 자들이 꾸는 꿈과도 연결해볼만 한데, 그들은 눈이 멀었음에도 꿈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점. 그리고 시력을 되찾음에도 여전히 그들이 눈먼자들일 수 있단 점은 현실과 비현실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삶에 대한 재고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결말부의 서술은 다소 교훈적인 분위기가 느껴질정도로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면이 있는데, 서술 방식때문인지 글 전체에서 복잡하게 꼬아 서술하는 인상은 받지 못했기에 이런 느낌을 더욱 받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눈먼자들'은 그 특징적인 서술방식을 통해 인간에게 내재된 폭력성과 이에 저항하는 연대의식, 개개인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글로, 발상적인 측면에서나 서술적인 측면 모두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데 충실히 기여한 글이다. 다만 오늘날의 독자에게는 이런 류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는 감각도 없지 않아, 한 세대 이전의 글이 아닐까 하는 감상도 약간은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