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홍길동 같은 다크 히어로는 세상이 어지러울 때 등장하는데, 완판본 기준으로 소설 시작부분의 시간적 배경은 세종대왕 15년임.


물론 시점이 홍길동이 태어나기도 전이니, 홍길동이 활동한 건 대략 세종대왕 말기 내지 문종 시기로 예상할 수 있기는 함. 근데 문종도 훌륭한 임금으로 평가받잖음.


예전엔 걍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사회 비판, 고발의 성격이 있는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을 굳이 이 시기로 잡은 게 의미심장하지 않음?


딱히 세종대왕 통치기가 부정적으로 묘사되지도 않는 게, 홍 판서가 일을 잘했다지만 '사방에 일이 없고 도적이 없어 시절이 평화롭고 해마다 풍년이 들어 나라가 태평하였다.' 라고 나와 있음. 즉, 이 시기는 태평성대라는 건데...


그런 좋은 시기에도 서얼제 같은 부조리는 있었고, 홍길동은 호부호형조차 못하는 얼자로서 서얼제의 피해자임.


물론 그저 우연일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장치라면 실로 절묘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세종대왕 같은 훌륭한 임금의 통치기에도 저런 모순적인 제도는 엄연히 존재했고, 따라서 이를 극복, 타파해야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그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