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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소설을 읽는 도중 놀라움이 다가온다. 이는 사상의 깊이, 묘사의 아름다움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소설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철학이 아니라 소설 그 자체다. 어제 있었던 일이 소설에서 시대상만 바뀐 채 그대로 펼쳐지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리얼리즘이란 그런 것이다.


-안나의 자살 장면 이전에 등장하는 상념 묘사는 소설사의 혁명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비논리적이고 무의식적인 단어들의 나열. 어쩌면 우리의 진정한 생각과 더 닮은 의식의 흐름.


-톨스토이가 의식의 흐름을 주로 사용하는 모더니즘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나는 여기서 카프카를 목격한다. 농촌의 평화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도시로 올라온 레빈은 이해할 수 없는, 정신 없는 제도들과 맞닥뜨린다. K가 떠올랐다. 어쩌면 슈티프터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어째서 소설의 끝은 7부가 아닌 8부인가? 어째서 에필로그가 아닌 8부인가? 안나의 자살은 8부의 진행에(레빈의 위대한 사상적 진화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100년 전 베르테르의 권총 자살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모두가 슬퍼하고 감동받던 자살과 일상화 되어버린, 평온함에 묻혀 휩쓸려간 자살. 단순히 에필로그에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인 모습이다. 인간 실존의 변화는 소설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이전에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소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소설은 더 이상 나올 수 없다. 아니 이러한 소설을 쓰려고 시도하는 소설가는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것이다. 거대한 소설은 현재에 쓰기엔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다. 이러한 소설로는 인간 존재의 이면을 담을 수 없다.


-이 외에도 할 말은 많으나 읽는 사람 대부분이 기분 나쁠 내용들일 것 같아 말을 아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