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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핑크로빈이 귀여워서 샀는데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그냥 산문집이라 후루룩 읽어버림
좋네요 정말

진짜 마음이 핑크빛이 되어버리는
따듯한 겨울을 보내기에 딱 좋은 그런 책입니다

다 괜찮아질거야 이야기하는 에세이보다
이런 산문집이 유독 깊은 울림을 주는 건 왜일까요
사랑하고 싶어지는 글, 사랑스런 책이었습니다

인상깊어서 필사한 부분 몇 문장 공유할게요
관심 있으면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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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금싸라기를 고르듯이 선택된 생활 경험의 표현이다. 고도로 압축되어 있어 그 내용의 농도가 진하다.

짧은 시간에 우리는 시인이나 소설가의 눈을 통하여 인생의 다양한 면을 맛볼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을 잃지 않으면서 침통한 비극을 체험할 수도 있다. 문학은 작가의 인격을 반향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고전을 통하여 숭고한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나는 그들의 친구가 되어 주지 못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나의 친구다. 같은 높은 생각을 가져 볼 수도 있고 순진한 정서를 같이할 수도 있다. 외우(畏友) 치옹(痴翁)의 말같이 상실했던 자기의 본성을 되찾기도 한다. 고전을 읽는 그 동안만이라도 저속한 현실에서 해탈되어 승화된 감정을 갖게 된다.

사상이나 표현 기교에는 시대에 따라 변천이 있으나 문학의 본질은 언제나 정(情)이다. 그 속에는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자연적인 슬픔 상실 고통"을 달래 주는 연민의 정이 흐르고 있다.

(중략)

나는 작은 놀라움, 작은 웃음, 작은 기쁨을 위하여 글을 읽는다. 문학은 낯익은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여 나를 풍유(豊裕)하게 하여 준다. 구름과 별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눈, 비, 바람, 가지가지의 자연 현상을 허술하게 놓쳐 버리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하여 준다.

<순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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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사람은 말을 하고 산다. 심리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생각까지도 말을 빌려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꿈속에서도 말을 하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이야기를 하고 산다. 그리고 모든 경험은 이야기로 되어 버린다. 아무리 슬픈 현실도 아픈 고생도 애끓는 이별도 남에게는 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당사자들에게도 한낱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날의 일기도 훗날의 전기도 치열했던 전쟁도 유구한 역사도 다 이야기에 지나지 아니한다.

<이야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