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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다 읽고 분명 좋은 책인데 이해가 잘 안돼서 인도 여행 부분이랑 유식론 부분 제미나이 붙잡고 다시 읽어봄. 미시마 이새끼는 그냥 불교를 사랑하는듯 제미나이가 설명해준 내용이 소설에 녹아있음. 물론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1) 유식론
유식론에서는 외부 세계는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봄. <봄눈>에서도 나오는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를 보면, 어두운 밤 목 마를 때 마신 물은 달았지만 해가 뜨고 보니 해골에 담긴 썩은 물이었듯이, 물 자체는 어떠한 성질이 없는데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대상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봄. 결국 <새벽의 사원>에 나오듯이 미계를 현현하게 하는 훈습은 '명언 종자', '아집 종자', '유지 종자'임(p169). 그리고 그 다음 단락처럼 윤회의 주체는 야뢰야식임
이 지점에서 혼다는 인도철학과 유식론을 연결지음
나가세나와 밀린다 왕의 대화에서 유식론을 알지 못한 나가세나는 "윤회주체의 실체는 없다"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시간이란 윤회의 생존 그 자체다"라는 이야기를 함.
우선 유식론은 항상적 주체로서의 영혼(불교의 아) 대신 연속적 흐름으로서의 아뢰야식을 상정함. 초기불교의 관점에서 '무아'는 고정된 '나'는 없다고 보고, 그렇다면 윤회는 누가 하는 것인지에 대해 답을 할 수 없음. 여기서 유식론은 아뢰야식이 윤회에 개입한다고 봄. '주체란 없으므로 윤회를 누가 하는지 알 수 없다'라고 말하지 않고, 유식론을 통해 윤회를 새롭게 정의한 것임.
"인도 철학이 환상도 꿈도 꺼리지 않는 불굴의 인식 한 가지에 기대 끝내 불가지론과 연관을 맺지 않았음은 놀라운 일이다"(p151)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인듯
2) 아뢰야식
그러면 이 세상이란 무엇인가? 대승불교의 유식론은 이렇게 답함.
"이 세계의 모습이 폭포라면 이 세계의 원인도,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근거도 폭포다. 순간순간 생성하고 소멸하는 세계인 것이다. 과거의 존재도 미래의 존재도 확실한 증거가 없고, 우리 손으로 만지고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찰나의 현재만이 실유다."(p171)
여기서 유식론은 비록 세상은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할지라도, 수행을 통해 아뢰야식을 인식할 때까지는 주체의 기능이 있어야만 함. 다만 그것이 항상적 실체로서의 주체가 아닐 뿐. 따라서 세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보는 자'와 '보이는 자'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보는자=혼다, 보이는자=잉찬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짐.
여기서 항상적 실체 대신 나타나는 것이 연속성, 즉 아뢰야식임. 아뢰야식의 원인과 결과에 따라 현행(현실)과 종자(잠재적 에너지)가 얽히고, 현행이 종자를 낳는 종자생현행, 종자가 현행을 낳는 현행훈종자, 종자가 종자를 낳는 종자생종자가 나타남. 종자생현행과 현행훈종자는 횡단면적 성격으로 오이의 단면이라면, 종자생종자는 시대를 걸쳐 이어지는 종단면적 성격으로 오이에 꽂히는 꼬챙이임(p175) 결국 종자가 종자를 상속하여 시간적 계기를 따라 다른 시간으로 상속시킴. 오이의 단면은 찰나의 현재이고, 꼬챙이는 아뢰야식임. 결국 풍요의 바다 각 권의 기요아키-이사오-잉찬은 찰나의 현재이며 아뢰야식에 의해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임. 결과적으로 미래의 현행은 현재의 종자에 의해 결정되기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냐에 따라서 미래가 바뀌어 감. 16장의 경전은 이를 풀어서 설명해줌.
그렇다면 현실은 무엇인가? 수선화를 두고 "세계는 존재해야 한다"며, 아뢰야식이 세계를 존재하게 하고 세계는 존재해야하기에 아뢰야식은 영원히 흐른다고 함(p173) 하지만 유식은 실체가 아니고, 자아는 불변하는 실재라면 아뢰야식은 한순간도 머무르지 않는 무아의 흐름이라고 함. 이런식으로 모든 세계는 아뢰야식이고, 혼다에게 있어서 세계를 꿰뚫는 것은 기요아키의 꿈일기임. 하지만 이건 불에 타버렸으니... 천인오쇠를 읽어봐야 할듯.
3) 공작명왕경
1부 마지막 파트에 다데나시가 준 책에서 검은 뱀에 발가락을 물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대공작왕주경을 가지고 치료하는 법을 알려줌. 그런데 공작명왕의 원형은 칼리 여신이지만 공작새 깃에는 붉은 색만 없음. 1부에서는 그 붉은 색이 다데나시와 만난 폐허의 하늘에서 퍼진 저녁놀이었다면, 2부에서는 새벽의 후지산임. 결국 공작명왕에 붉은빛이 더해져서 칼리 여신이 나타남(p197). 그런데 칼리여신은 시간의 흐름을 인격화한 신이고, 모든 것이 사라진 뒤에도 남음. 결국 혼다의 집이 불탄 날 붉은 빛이 더해져서 칼리 여신이 나타났고, 코브라에 발을 물려 죽는 잉 찬은 필연적으로 1부와 2부의 대치를 위해 필요한 것임.
그리고 나가세나가 말한 '시간이란 윤회의 생존 그 자체다'라는 말은 시간의 여신인 칼리 여신을 나타내고 잉 찬의 윤회를 암시함. 비록 나가세나는 유식과 아뢰야식을 몰랐지만...
4) 잉 찬
잉 찬은 어릴 때 기요아키의 점이 없었지만, 혼다의 엿보기 구멍을 통해 봤을 때야 그 점이 보임. 혼다는 보는 자로서 수행하는 자이고, 아집훈습으로 자아를 설정하고 집착해서 윤회의 원인을 만들어 냄. 불교의 수행이란 아집훈습을 벗어내는 것이고, 이 때 윤회는 멈추게되므로 기요아키의 윤회는 사실 혼다에 의해서 지속된다고 보아도 될 듯. 이 점에서 잉 찬이 계속해서 혼다를 피하고 도망가는 것 역시 보이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윤회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봄.
혼다는 어린 월광공주를 보고 '전생이 자유롭게 말을 했다'라고 보지만, 다 큰 잉 찬은 자기는 그런 기억이 없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같은 사람이었기에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뱉은 것이라고 함. 이 부분 역시 기요아키는 '윤회한' 것이 아니라 혼다의 바람에 의해 '윤회당하고 있는' 것이고 <달리는 말>에서 계속해서 기요아키의 윤회를 확인하고자 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혼다의 마음이 발현된 것이라고 봄
아무튼 <금각사> 때도 느꼈지만 미시마는 불교에 진심이고... <천인오쇠>가 정말 기대된다
풍바에서 봄눈이 재미는 짱이고 작품성만 보면 새벽의 사원이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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