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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드렁했다
타의에 의해 읽게 된 책이다
나 자신의 의도로는 절대 안 읽었을 단편만 실려있었는데
이반 일리치의 죽음, 킬리만자로의 눈은 재독이었으나, 재독할 생각이 없었던 이야기들이었기에
역시 절대 안 읽었을 단편으로 칠 만하다
실린 순서대로 간단하게 평을 써 보겠다
1. 이반 일리치의 죽음
처음 읽었을 때에는 톨스토이치고는 너무 맥빠지고 힘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읽어본 톨스토이의 책들 중에 가장 별로라고 평가했다
톨스토이 입문자에게 이걸 추천하면, 톨스토이라는 작가를 너무 하찮게 보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조차 들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죽음을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깊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인생의 진리를 툭툭 던지는 톨스토이식 글쓰기는 전부터 여전했기에
다시 읽으며 즐거웠다
아니, 죽음을 마주하는 기분이야 끔찍했지만, 이 이야기를 읽는다는 행위가 어땠는지 평가하려면, 역시 즐겁다고 할 수 밖에 없다
2. 구명정 - 스티븐 크레인
적당히 큰 배를 타고 가다 폭풍우를 만나 구명정으로 도망쳐, 육지를 향해 끝없는 노젓기 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네 사람의 이야기였다
"이게 왜 여기 실렸을까? 이게 그 정돈가? 이반 일리치랑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
라는 생각이 드는 단편이 많았는데, 이게 그 첫번째였다
지리한 묘사 외에 어떠한 에센스도 발견하지 못했다
3. 불 지피기 - 잭 런던
남들 말 안 듣고 추운 산으로 혼자 나다니다 동상 걸려 덜덜 떠는 젊은 남자 이야기
~라는 생각이 드는, 그 두번째 단편이었다
4. 발다사르 실방드르의 죽음 - 마르셀 프루스트
프루스트의 글을 처음 읽어서 기대를 아주 많이 했는데
좀 실망스러웠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귀족의 나른하고 화려하며 나태한 생활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봐도 괜찮을 듯
저 시대는 나에게는 혁명의 시대인데 아직도 저런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잃시찾도 그런 이야기라면 그냥 안 읽어야겠다
5. 숲 속의 죽음 - 셔우드 앤더슨
이건 좀 괜찮았는데 그렇다고 훌륭한 정도는 아닌 그냥 괜찮은 정도
평생 희롱당하고 폭행당하고 부려먹히며 죽도록 고생만 했던 한 여성의 최후를 그렸다
40대지만 노파로 보일만큼 삭아버린 사람이었는데
죽는 순간에는 굽은 어깨가 달빛에 비쳐 어린 소녀의 어깨처럼 보였다고 쓰여있다
인생은 참으로 개좆같은 것이다
6. 크눌프
헤세의 글을 참으로 오랜만에 읽는다
별로긴 했는데 헤세다운 글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뭔가... 열심히 쓴 티는 역력한데
그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좋지 않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젊었을 때는 자기 삶에 나름 만족하며 우월 의식까지 갖고 살다가
늙어 병들고 죽을 때가 되니 갑자기 '나는 좆같이 살았어 우엥' 하는데
이게 보통 사람의 심리긴 한데
장편이나 대하 소설이라면 그 호흡을 적절하게 맞출 수 있었을테지만
단편이라 갑작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7. 킬리만자로의 눈
재독이긴 한데 워낙 어릴 때 읽어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였던가... 하는 생각을 하며 처음 읽는 것처럼 읽었는데
역시 별로였다
뒤져가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데
주인공의 성격이 너무 좆같아서 맘에 안 들었다... 옹졸한 이유지만 사실이라 어쩔 수 없다
노인과 바다나 다시 읽는 게 낫지 않을까..
8. 앨리스 - 샤를 루이 필리프
흥미로운 주제였으나 잘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엄청 짧은 점은 좋았다
9. 마차 - 바이올렛 헌트
~라는 생각이 드는, 그 세번째 단편이었다...
이건 시발 진짜 왜 있는건지
수준 이하라는 느낌이었다
장난 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문열의 작품 선택안과 작품 해설 능력에 크게 실망했다
해설이랄 게 없이 작가 약력만 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막상 해설을 하더라도 별 내용이 없다
서문에는 어떤 대학에 교수로 부임해 맡았던 현대 문학 특강이라는 교양 과정이 이 책을 내는데 도움을 많이 줬다기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좀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실망이다
다만 이반 일리치를 다시 읽을 수 있었던 기회에 감사한다
원래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 실려있었으나 논란 끝에 빠지고 프루스트의 단편이 들어갔다고 한다
우국이 실려있었다면 내가 좋아했을지 실망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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