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bcdb27eae639aa658084e54487746cc1963c07bcb3e059a096203cb682a8116091fd0e8da9e1265f3cc1a329


요즘 일본에서는 호러 붐이 게속되고 있고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비평, 연구도 활발) 그에 편승해 호러 연구의 고전이 번역되고 있음

밑에서 노엘 캐럴의 [호러의 철학]이 언급되었길래 일본어판 [호러의 철학] 역자 후기를 딸깍 번역해 올린다. 이 번역 후기는 대략의 해설도 겸하고 있음



0ab8dd2febdb07816bb1d3a717c52139d1507a25010e3c7dc078b17304ba83472ab4a05c690b67908f50df443c9f2cf75765b22100c18ef1



이 글은 Noël Carroll, The Philosophy of Horror: Or, Paradoxes of the Heart, Routledge, 1990의 전역(全訳)이다.

캐럴의 번역으로는 이미 『비평에 대하여──예술비평의 철학』(모리 코지(森功次) 옮김, 게이소쇼보(勁草書房), 2017)이 있으며, 본서는 두 번째 번역이 된다.


본서는 호러의 철학에 관한 저작이다. “호러의 철학”이라는 분야는 낯설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독자 대부분은 호러라는 장르 자체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 무서운 호러다. 예를 들면 끝이 없지만, 소설로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스티븐 킹의 『샤이닝』, 미쓰다 신조(三津田信三)의 『어디의 집에도 무서운 것은 있다』, 영화로는 제임스 호에일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링』 등을 포함하는 장르다.


간단히 말해, 본서는 이 호러 장르를 철학적으로 논의한 책이다. 예컨대 호러란 무엇인가라는 문제, 호러의 플롯, 호러의 매력 등이 논의된다.

또 특이한 대목으로는 호러 몬스터를 만드는 법 같은 것도 다룬다. 더불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왜 우리는 무서워하는가(“픽션의 역설”), 또 왜 독자들은 일부러 무서운 호러 작품을 찾아 나서는가(“호러의 역설”) 같은 문제도 논의된다.

참고로 원서에는 “마음의 역설들 Paradoxes of the Heart”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마음의 역설들”이란 바로 이 두 역설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호러를 학술적으로 논한 저작”이라 하면 호러의 역사를 다루는 책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그런 책도 몇 권 있고, 캐럴 자신도 그런 작업을 참조하고는 있지만, 본서는 역사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중심에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 고찰이다. “호러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라는 말이 잘 와 닿지 않는다면, 호러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가능한 한 보통의 방식으로, 그리고 되도록 얼버무림 없이 제대로 생각해 보려는 시도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또 한편, 호러처럼 특정 장르를 논하는 책에서 흔히 보이는 것은 장르 전체를 통째로 찬양하며 치켜세우는 책, 혹은 반대로 장르 전체를 비난하며 깎아내리는 책, 즉 “호러 찬성/호러 반대” 같은 뚜렷한 스탠스를 내세우는 책이다.


하지만 이것도 본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본서를 관통하는 캐럴의 태도는 일관되게 “좋은 호러도 있고 나쁜 호러도 있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당연한 사실을 무시한 채 억지로 찬반을 조작해 내는 논의는 세상에 널려 있다. 앞서 말한 “되도록 얼버무림 없이 제대로 생각한다”는 말에는, 이런 당연한 사실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뜻도 포함된다. 말 그대로, 얼버무림 없이 생각하자는 것이다.


본서는 분명 철학 저작이지만, 캐럴의 논의는 명료하다. 전문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천천히 따라가면 도저히 손도 못 대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해설에서 캐럴의 주장을 일일이 해설하지는 않겠다. 대신 본서의 매력, 그리고 본문만 읽어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배경에 관해 몇 가지 설명해 두고자 한다.

본서의 매력

당연히 본서는 호러 애호 독자에게 흥미로운 책일 것이다. 한 번만 읽어도 알아차리겠지만, 본서는 철학서로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예시가 많고, 무수한 호러 작품이 언급된다. 게다가 그 예시는 고전이나 명작뿐 아니라, 호사가가 아니면 관심조차 가지지 않을 법한 마이너 작품도 수두룩하다. 즉 캐럴은 호러를 단지 표면적 관심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고금동서의 호러 작품을 실로 꼼꼼히 조사해 왔다.


또 캐럴은 폭넓게 호러를 검토한 뒤, 호러의 **정형(定型)**을 매우 잘 관찰해 낸다. 번역하면서 특히 그걸 느낀 부분이 3장의 호러 플롯 분석이다. 이 장에서는 호러의 전형적 플롯 가운데 하나로 “복합적 발견형 플롯”이라는 패턴이 제안된다. 자세한 내용은 3장을 읽어 주길 바라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1) 몬스터의 등장, (2) 몬스터의 발견, (3) 주변 인물 설득, (4) 주인공들과의 대결이라는 흐름으로 구성되는 플롯이다.


이걸 알고 호러 작품을 보면, 놀랄 만큼 많은 작품이 이 플롯의 틀에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본서를 번역하던 중 넷플릭스 드라마판 『주온』(『呪怨:呪いの家』, 미야케 쇼(三宅唱) 감독)을 보았는데, 이것도 복합적 발견형 플롯이었다.


물론 호러에 대해 한마디씩 할 자신이 있는 독자라면, 본서를 읽으며 반론하고 싶은 지점이 여럿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본서를 “제대로” 읽는 방식일 것이다. 캐럴의 주장을 정확히 파악한 뒤, 후속 논의를 위한 발판으로 적극 활용해 주길 바란다.


한편 호러에는 크게 관심이 없지만, 미학이나 예술철학, 특히 “분석미학”이라 불리는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 독자에게도 본서는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하다. 본서는 픽션의 역설, 서스펜스, 감정이입 등, 반드시 호러에만 국한되지 않는 논점도 다룬다. 그 대부분은 픽션과 감정에 관한 논점이다. 호러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픽션과 감정이라는 일반적 논점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본서는 픽션과 감정의 관계에 관한 체계적인 논고도 포함한다.


더 나아가 본서는 분석미학을 통해 하나의 작품 장르를 다룰 때의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 실제로 분석미학의 장르론 가운데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부류에 속할 것이다. 그러므로 설령 호러에 관심이 없더라도, 예컨대 “SF의 철학에 관심이 있다”, “록의 철학에 관심이 있다” 같은 식으로 개별 장르의 철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선례가 될 수 있다.

호러란 무엇인가

호러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본서 1장에서 다뤄진다. 이 부분은 본서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기도 하고, 주석이 약간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므로 간단히 짚어 두겠다.


먼저 주변적 주의사항부터. “호러”라는 말로 어떤 작품을 떠올리는지는 나라와 시대에 따라 폭이 크다. 내 생각에 일본어의 경우 “호러”가 외래어라는 사정도 있어서인지(이 말이 일본어로 널리 쓰이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호러”라는 용어는 비교적 새로운 작품이나 과격한 고어 묘사를 포함한 작품을 가리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본서에서 말하는 “호러”의 뉘앙스와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19세기 작품이라 현대 기준으로는 온건해 보일 수도 있지만, 본서에서 말하는 호러에는 충분히 포함된다. 일본어에서는 “호러”와 구분하여 더 넓은 장르를 가리킬 때 “괴기(怪奇)”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괴기소설”의 그 “괴기”), 본서의 “호러”는 오히려 이 “괴기”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본서를 읽을 때 유의해 주기 바란다.

또 “호러”의 전형으로 무엇을 떠올리느냐에서도 세대 차가 큰 듯하다. 예컨대 번역자인 나 자신은 세대의 영향도 있어서인지 “호러”라고 하면 먼저 『13일의 금요일』 시리즈 같은 슬래셔 호러(살인마가 등장하는 것)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꽤 편향된 이미지일 것이다. 슬래셔 호러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텍사스 전기톱 학살』 같은 작품 이후이며, 반대로 지금 슬래셔 호러라는 서브장르가 특별히 흥성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 더 젊은 독자라면 “호러”라는 말에서 전혀 다른 것, 예컨대 J-호러 같은 것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본서의 “호러”에는 『13일의 금요일』도 포함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포함된다. 자세한 내용은 본서의 서문이나 1장 등을 참조하되, 가능한 한 시야를 넓게 가지고 특정 시대의 이미지에 과도하게 붙잡히지 않는 편이 좋겠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 뒤, “호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본서는 어떻게 답할까. 얼핏 보면 이는 쉬운 문제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요컨대 호러란 “무서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혹은 완성도가 낮아 무섭지 않은 호러도 있으니 “감상자를 무섭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 작품”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연재해, 사고, 위험한 전염병 유행을 다룬 작품도 어떤 의미에서는 “무섭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행기 사고의 위험을 다룬 작품을 “호러”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무서움”의 의미가 다르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즉 “무서운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호러에서 말하는 “무서움”이 무엇인지가 문제다. 본서에서는 호러 고유의 이 “무서움”을 **“아트 호러(art-horror)”**라고 부른다.


정확한 정의는 1장을 읽어 주기 바란다. 다만 캐럴의 주장을 요약하면, 아트 호러의 경우 (1) 감정이 향하는 대상은 초자연적 몬스터이며, 또한 그 몬스터는 (2) 위험을 가하는 **〈무서운 것〉**인 동시에, (3) 우리의 개념적 틀에서 벗어나는 **〈징그러운 것〉(혐오를 유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2)는 일반적인 공포와 같으므로, (1)과 (3)이 아트 호러와 보통의 공포를 구분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캐럴은 (3)의 “혐오” 요소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Mary Douglas)의 “불정(不浄)” 개념을 참조한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몬스터는 유령이나 우주 생물 등을 포함해, 현대 과학에서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크리처 전반을 포괄한다.

예컨대 앞서의 비행기 사고 영화 예를 조금 바꿔, 사고의 배후에 초자연적 존재가 있고 그것이 혐오를 자극하는 불길한 존재라고 해 보자. 이 경우 그 영화를 호러라고 부르는 데 저항감이 줄어들 것이다.


정리하면, 호러에서의 무서움이란 초자연적 몬스터를 향한 〈무서움〉과 〈징그러움〉이 뒤섞인 혼합 감정이다. 그리고 호러 작품이란 그러한 무서움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작품이다.

이 정의의 결점 가운데 하나는 사이코 호러 같은 일부 작품이 호러에서 제외되어 버린다는 점인데, 이런 반론에 대한 응답은 본서 1장에서 자세히 논의된다.

혹시 이런 정의 논쟁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지만, 본서에서는 장점이 분명하다. 본서 전반부의 정의 논의가 후반부의 문제를 풀기 위한 기초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더 말하자면, 본서 4장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앞서 말한 “호러의 역설”, 즉 왜 사람들은 일부러 무서운 호러 작품을 찾아다니는가라는 문제다. 캐럴은 호러의 매력을 설명함으로써 이 난문에 답하려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모든 호러에 공통되는 특징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실제로 그 대목에서는 다른 여러 답안 후보들이 “모든 호러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기각된다. 반면 캐럴 자신의 설명은 1장의 정의에 기대어, 모든 호러에 공통되는 매력을 설명하는 형태를 취한다. 즉 먼저 정의 논의를 제대로 해 두는 것이 뒤의 장을 위한 포석이 된다.

본서 출간 당시의 시대적 배경

본서가 쓰인 시대적 배경에도 주의를 돌려 보자. 원서가 처음 출간된 것은 1990년. 지금 기준으로는 30년이 훌쩍 넘은 책이다. 이론적 고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본서의 대부분은 낡지 않았지만, 호러를 둘러싼 시대 상황은 변했다. 특히 캐럴은 본서에서 종종 “현재의 호러 유행”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는 물론 원서가 출간된 1990년 당시의 이야기다.


간단히 말하면, 이는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영화 『엑소시스트』(및 원작인 윌리엄 피터 블래티의 동명 소설)의 히트 등을 계기로 한 호러 붐을 가리킨다. 실제로 영화 『엑소시스트』(1973)는 『IT/그것』(2017)에 추월당하기 전까지 40년 넘게 호러 영화 흥행수입 1위 기록을 유지한 초대형 히트작이다. 그 성공을 계기로 많은 호러 영화가 만들어졌다.

원서 출간 시점에는 이미 『엑소시스트』 공개로부터 15년 이상이 지났지만, 당시에는 여전히 호러 붐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십수 년의 시간을 거쳐, 그 유행을 전제로 호러를 다시 생각해 보려는 것 역시 본서 집필 동기 가운데 하나였던 듯하다. 특히 본서의 최종 절에서는 그 유행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가 분석된다. 이 부분은 현대 독자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덧붙이면, 캐럴은 당시 호러 붐의 배경에 미국의 영광의 쇠퇴가 있지 않겠느냐고 추측한다.

이 시대적 배경을 파악하는 데에는 비교적 최근 공개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추천할 만하다.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호러를 다룬 작품은 아니지만, 호러 붐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로만 폴란스키는 『엑소시스트』와 함께 호러 붐의 단초가 된 작품 중 하나인 『로즈메리의 아기』의 감독이다.

따라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보면, 변해 가는 미국을 배경으로 호러 붐이 막 시작되던 당시의 시대 상황을 체감할 수 있다. 적어도 캐럴이 무엇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지는 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연구 소개

캐럴은 분석미학 분야의 대표적 연구자이며, 예술철학·미학의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저작을 출간해 왔다(단독 저서만도 20권에 가까움). 그 전체를 소개하긴 어렵지만, 본서와 관련 깊은 것만 간단히 짚어 보자.


특기할 점은 캐럴이 철학과 더불어 영화연구로도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영화의 철학에서도 많은 저작을 남겼고, 영화는 캐럴이 가장 자신 있는 예술 형식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본서에서 다루는 호러 작품이 영화에만 한정되지는 않지만, 영화에 대한 지식은 본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며 고전부터 동시대 작품까지 다양한 호러 영화가 참조된다.

또 본서 서문에서도 말하듯, 캐럴은 하이아트만을 대상으로 삼는 철학적 미학의 경향에 반대했고, 상투적 형식을 포함한 대중예술까지도 다룰 수 있는 작업에 의의를 두어 왔다. 호러를 다루는 본서는 그런 캐럴의 스탠스가 명확히 드러난 저작일 것이다. 이런 입장은 대중예술을 다룬 A Philosophy of Mass Art (Oxford University Press, 1998) 등에서도 전개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호러를 둘러싼 감정 분석에 있다. 캐럴이 감정을 다룬 저작으로는 본서 외에도, “A_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의 한 권으로 유머를 다룬 Humour: A_Very Short Introduc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등이 있다.


본서 이전부터 캐럴은 호러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해 왔고, 그 상당수는 본서에 흡수되어 있다. 전부 소개할 생각은 없지만, 예컨대 “The Nature of Horror”, The Journal of Aesthetics and Art Criticism vol.46, no.1, pp.51–59 (1987년 가을)은 본서 1장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캐럴 외의 관련 연구도 언급해 두자. 서두에서 본서는 호러 철학의 저작이라고 말했다. “호러의 철학” 같은 분야가 정말 존재하느냐고 의심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에 대한 답은, 캐럴의 작업 이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쪽에 가깝다. 지금은 철학·미학 전문 학술지에 호러를 다룬 논문이 실리는 것도 드물지 않지만, 이는 캐럴의 공헌이 하나의 영역을 확립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캐럴의 작업 덕분에 철학자들이 호러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본서에 필적할 만큼 본격적인 연구서가 여럿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호러를 다룬 논문은 몇 편 있지만, 호러 철학만을 통째로 다룬 단독 저서는 본서 이후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본서는 지금도 “호러의 철학이라면 이 책”이라는 고전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듯하다.

본서 번역 이전에도 캐럴의 호러 철학 관련 저작은 일본어로 출간된 적이 있다. 특히 토다야마 가즈히사(戸田山和久) 『공포의 철학 - 호러로 인간을 읽는다 恐怖の哲学──ホラーで人間を読む』(NHK출판, 2016)에서는 본서의 논의가 자세히 소개된다. 또한 호러의 역설에 대한 캐럴의 해법을 비판하고, 캐럴과 다른 견해를 제안하기도 한다.


겐카 도오루(源河亨) 『감정의 철학 입문강의感情の哲学入門講義』(게이오의숙대학출판회, 2021)은 호러 자체를 다루지는 않지만 감정 철학의 간결한 입문서다. 본서 2장에서 다뤄지는 픽션의 역설도 논의하므로, 본서로 들어가기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 본서 외의 호러 철학 저작으로는 본문에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Cynthia A. Freeland, The Naked and the Undead: Evil and the Appeal of Horror, Routledge, 2000이 있다.

마지막으로

솔직히 말하면, 본서 번역을 맡기 전에는 호러, 특히 호러 영화에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새 그런 의식은 사라져 버렸다. 좋아하는 타입의 호러 영화가 여럿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괴기소설이나 호러 만화는 예전부터 좋아했고, 원래 호러 자체를 좋아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번역 과정에서는 많은 작품을 확인해야 했는데, 도서관에 가지 않더라도 책장을 뒤지면 거기 있는 경우도 많았다. 철학서 번역에 러브크래프트 전집이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번역 과정에서는 필름아트사의 야부사키 쿄코(薮崎今日子) 씨에게 편집자로서 신세를 졌다. 또한 “철학과 대중문화 연구회”의 구성원들도 번역문 점검에 협력해 주었다. 키노시타 쇼코(木下頌子) 씨는 2장의 번역문을 점검해 주었다. 모두 깊이 감사드린다.

일반적으로 철학서를 번역하는 도중 가스 형태의 괴물이 세계를 정복하려 하거나 거대 생물이 도시를 파괴하는 장면을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서 번역에서는 그런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좋은 자극이 되어 지루하지 않게 번역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2022년 7월
다카다 아쓰시(高田敦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