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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이 료의 '생식기'(生殖記)는 인간을 낭만이나 자아의 주체로 보지 않는다. 그저 유전자를 운반하고 복제하는 생물학적 장치로 본다.

소설 특유의 불쾌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데, 그 논리가 워낙 정교해서 쉽게 반박하기 힘들다.

사랑이나 의지 같은 건 사치고, 삶은 그냥 '번식'이다.

도시라는 안정된 환경에서 여자(암컷 개체)가 경제력을 갖추면 남자(수컷 개체)는 사실 필요 없다는 거다. (모 일본인 연예인이 백인 정자로 아이를 낳은 것이 떠오른다.)

남자는 그냥 정자 제공과 돈셔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작가가 예로 든 물벼룩 이야기가 압권인데, 환경이 좋으면 종 보존을 위해 암컷끼리만 복제해서 번식한다는 거다.

요즘 비혼이 유행하는 게 개인 가치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생물학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해석이라 꽤 그럴듯하다.

'생산성'이 권력이라는 걸 아주 적나라하게 깐다.

애를 낳는 능력이랑 돈이 공동체 안에서 계급을 만들고, 이성애자가 '정상'으로 군림하는 근거가 된다는 거다.

성소수자가 아무리 사회에 기여해도 '번식 못 하잖아'라고 입을 막는 현실을, 집안일 잘해봐야 돈 못 벌면 무시당하는 가정주부 처지에 비유한다.
차별이 효율만 따지는 사회 구조의 폭력이라는 걸 그대로 보여준다.

인공 자궁(체외 발생)이 소설의 진짜 핵심이다. 이거 완성되면 이성애자가 가졌던 '번식 특권'은 끝난다. 성별이나 성적 지향 같은 게 생식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차별 없는 해방 같지만 사실 인간이 서로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완전한 고립의 시작이다.

사랑이나 관계가 생존에 쓸모없어진 세계를 유토피아가 아니라 종말로 묘사한다.


세 줄 요약

1. 저출산, 젠더 갈등을 생물학으로 해체함
2."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미래를" 같은 소리가 성소수자한테는 학대일 수 있다는 통찰력
3. 읽는 내내 그런가 싶다가도, 아닌거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리게 되는데, 그 모순 자체가 이 소설의 매력





2026년 5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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