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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자녀를 둔 부모가 있다고 치자. 그 부모는 자녀들 위에 군림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어느새부터인가 자녀들을 우롱하며 헛짓을 반복한다. 결국 보다 못한 자녀들 중 하나가 청부업자를 시켜 부모를 반쯤 죽여놓는다. 직후 청부업자는 투옥되었지만, 이미 반죽음이 된 부모는 바닥까지 떨어진 체면을 겨우 붙들고서 집을 옮겨야 했다. 하지만 부모의 파멸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으니, 이후로도 자녀들이 하나둘 부모의 말을 거역하며 서로가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래도 부모를 부모로서 대접이나마 해주지만, 어느새부터인가 장성해버린 자녀들은 나이 든 부모 따윈 공양조차 하지 않고 쪽방에 내버려두다시피 하게 되어버린다. 이 악영향은 손자 대에까지 계속되어서, 손자들이 그들의 부모 대에다가 똑같은 짓을 저지른다. 결국 그렇게 싸워대던 가족들 중 하나가, 노부모와 조카들과 형제자매들을 모조리 몰락시키고 재산을 자기가 독차지하며 싸움은 끝난다.

어디 막장드라마냐 하겠지만, 동주열국지를 요약하면 대충 이렇게 된다. 막장 노부모는 주나라요, 서로 싸우는 자녀와 손자들은 주나라 아래에 있던 수많은 제후국들이다. 우리는 사실상 자녀가 장성하며 막장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이야기를 보는 것이다. 여기에 수많은 군상들의 활약과 헛짓이 감칠맛을 더하는 건 덤.

수 백년의 혼돈을 다루는 복잡하고 긴 이야기임에도, 사람들이 삼국지 초한지 다음으로 많이 찾는 중국 역사소설이라는 사실은, 아마도 이 배덕감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았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