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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터너, 킬링타임용 소설.


영화와 상보적인 관계에 속해 있다. 영화는 안 봤지만, 1인칭에 주인공이 말수가 거의 없는 영화라는데, 소설은 아예 그 반대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 내밀한 속내를 빠짐없이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디 호러 게임의 연출을 배우를 통한 시각 영상으로 구현해내는 영화와 달리, 소설은 '주인공'이라는 지위에 걸맞는 서사를 덧입히고자 했고, 소설만 볼 땐 나는 썩 나쁘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화의 존재를 아예 서두부터 어필하고 있고, 영화를 통해 완성되는 소설인 만큼(영화 역시 소설을 통해 완성된다), 소설'만' 읽었을 때는 사실 "호러 소설"로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내리긴 힘들 듯하다.


초중반부야 호러틱한 상황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상 현상'에 대한 연출을 주로 보여주지만, 뒤로 갈수록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소설의 주제의식인 '외면하는 죄'를 부각시키면서 공포가 옅어지기 때문이다.


나쁘게 말하면 '순수 호러'를 '호러향 섞은 신파 섞인 감동 성장물'로 탈바꿈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고.


내가 나쁘지 않다고 한 건 기본적으로 가독성 몰빵형 문장(굉장히 문장이 쉽다)을 가지고 내용적 하자 없이 호러 연출은 호러 연출대로, 서사는 서사대로 진행한 것을 좋게 본 것이다.


물론 진또배기 호러 작가가 8번 출구 소설의 연출을 맡았다면 조금 더 기괴한 묘사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킬링타임(약 1시간 소모)으로서 평가하기에 적절하단 얘기. 진심을 내면서까지 어떻네 마네를 얘기할 순 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행동이 다소 '답답한 일반인스러운' 구석이 있다. 이건 특히 8번 출구가 인디 게임에서 출발했고, 장르적으로 보면 '규칙 괴담'에 속한 호러인데, 이게 어쩔 수 없는 게이머 마인드로 읽게 되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진행이 굉장히 빠르고 문장이 가볍기 때문에 열불이 좀 터질라 해도 금방 진도가 빠져서 진심으로 화내기도 힘들다.


소설의 주제의식인 '외면하는 죄'에 관해선 확실히 현대사회에 만연한 부분을 잘 짚었다고는 생각한다. 그걸 이렇게 가볍게 소비해버린 건 조금 유감이긴 하지만...... 내 생각엔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을 게 아니라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 편이 '덜 무섭고 감동적으로' 보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바꿔말하면 '더 무섭고 덜 감동적으로' 보려면 감상 순서를 뒤집어야 하고.


긴키 지방이랑 비슷한 시기에 리디 셀렉트에 올라왔었는데, 긴키가 오래 살아남고 8번 출구가 금방 인기순에서 사라진 이유를 알 것 같다.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