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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의 시 세계는 난해하다. 분열된 시적 주체들과 언어화되지 못한 자의식의 발산, 하위문화적 미학과 기괴한 이미지는
그의 시를 정말 읽기 어렵게 만든다. <여장남자 시코쿠>를 읽는 독자들은 뭔지 모르겠는데 좋음/불쾌함의 감정을 오가게 된다.
시집은 소설보다 리뷰하기 어렵다. 소설과 다르게 시집에는 일관된 줄거리가 존재하지 않기에 시어와 이미지, 비유와 표현을 만나고 느낀 얕은 감상만 남게 된다.
나는 그의 시를 심도있게 분석해보고자 했지만 내가 "빠가...빠가라"(시코쿠 만자이) 답답함을 느끼고 그만두었다.
이 글은 깊이있는 리뷰라기보다는 황병승이 세운 에로틱파괴어린빌리지를 한 바퀴 돌아본 후 수첩을 꺼내 휘갈긴 노트에 지나지 않는다.
<모게코캐슬>이나 <유메닛키>, <Space Funeral>같은 쯔꾸르 게임이 연상되는 세계, 그 세계를 내 나름대로 해체 분석한 결과물이다. 나는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설에 실린 강계숙의 글처럼 프로이트니 라캉이니 지젝이니 기표 기의 등등을 꺼내며 10페이지 넘는 분석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여장남자 시코쿠>는 <주치의 h>로 시작한다. 황병승 시인은 이 시로 시단에 등장했기 때문에 이 시를 분석하는 것은 그의
시 세계가 어떠한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봐 이츠이, 거울 밖의 네 얼굴은 꼭 내 얼굴 같구나
우리 서로 첫눈에 반해버렸지만
단 한 번의 키스도 나눌 수 없어
이제부터 나는 기다란 수염을 달고
아무런 화면도 보여주지 않을 거야……
나의 사랑 나의 아게하
이 밤의 여행은 너무도
가난하고 뻔뻔스럽구나
이제 얼굴을 적시고
왕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두꺼운 외투를 팔러 가자
나의 사랑 나의 아게하
누구에게도 불려지지 않은 이름, 당신은 두 배나 되는 사람
당신에겐 아름다운 아들딸들이 두 배나 있고
두 배나 되는 당신이 늙지도 않는 시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춘기의 아이들은 뱃속으로부터 두 배나 일찍 늙겠지
노래가 되지 못한 시와 철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곧 달고 맛좋은 버찌의 계절
그러나 당신은 이미 오래전에 내가 만든 노래
흥얼거리며, 엎드린 소녀인형처럼 수음을 하지
달고 맛좋은 버찌의 계절이라……
하지만 신을 믿는다면, 신은 '흑인 왼손잡이 기타리스트'*
당신은 아무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
(도둑맞은 나의 노래를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당신은 엎드린 소녀인형처럼 죽은 체하는 사람
나의 사랑 나의 아게하
이제 얼굴을 적시고
왕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고물이 된 시계를 팔러 가자
두 배나 되는 아들딸들이여, 잃어버린 당신의 반쪽의 노래
그것은 장님의 콧대만큼 높고 눈부시며
당신과 당신의 아름다운 아이들 서로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함께 울기에는 피가 덜 섞였다
버찌의 계절, 마당 가득 버찌는 멀어졌고
의미는 없다
멀고 먼 나의 사랑
멀고 먼 나의 아게하
누구에게도 불려지지 않은 이름, 당신은 두 배나 되는 사람.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영화 「몽상가들 」 중에서.
이 시는 '이츠이'와 '아게하'의 발화가 교차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름은 타자에게 불릴 때 생긴다. 즉 존재의 증명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하여 "두 배나 되는 사람"이 된다.
거울 밖의 얼굴이 자기 얼굴 같다는 것은 경계의 붕괴를 뜻한다. 자기 안의 타자다. 우리는 뫼비우스의 띠가 아니기에 자기 자신에게 키스할 수 없다. 사랑하지만 닿을 수 없다.
타자인 아게하는 내 노래를 흥얼거리지만 그 노래는 "도둑맞은 나의 노래"다.
1
눈을 씻고 봐도 죄인이 없으니
나라도 표적이 될래요 이름도 창녀로 바꿨죠, 대야미의 소녀
이곳은 작은 마을, 그녀는 정육점에서 그럴듯한 유방을 달지는 못했네
칼솜씨는 쓸 만했지만 바느질은 형편없었죠, 대야미의 소녀
그것으로 좋았네 내 손으로 처음 사과를 깎아 먹었을 때처럼, 나는 겸손해졌죠
낮고 낮은 지붕 아래, 밤낮 가릴 것 없이
참 많은 죄 없는 사내들이 다녀갔네
풍만한 가슴의 여자들처럼 뼛속까지 미음을 받진 못했지만, 대야미의 소녀
침대가 주저앉을 정도로 톡톡히 미움을 받았죠, 즐거워라
즐거워서 노래를 다 불렀죠
그곳에 키스해줘요 불이 나도록
그곳이 못 쓰게 되도록 그곳이 멍해지도록
우유 마셨나요? 우유 마셨어요?
험악한 얼굴의 풋내기 아저씨
다정한 말투는 마나님에게
점잖은 충고는 조카들의 어깨에
키스해줘요 그곳에 불이 나도록
그곳이 못 쓰게 되도록 멍해지도록
내 뺨을 내 뺨을 갈겨봐요
당신이 쏘고 싶은 구멍에 대고
당신을 당신을 털어놔봐요
장전(裝塡)했나요? 장전했어요?
2
이곳 대야미에 번듯한 전철역이 들어서고 공장과 건물들
각양각색의 죄 많은 눈 코 입들이 이주해오기 전까지
대야미의 소녀는 작은 마을 대야미에 살았네
한때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이었을 때, 말이죠
마구 벌을 내렸죠. 오로지 용서받고 싶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좋아했어요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며
정육점에서 뿌리째 잘라준, 이 쬐끄만 녀석을 허리춤에 차고는
잔뜩 속상한 표정의 사내를 흉내내곤 하죠, 웃음…… 웃음…… 대야미의 소녀.
제목보고 드립치려고 올려다가 정독하게 되네… 잘읽었음 ㄱㅅㄱㅅ
여기 시집에서 둘에 하나는 제발이라고 말하지랑 부드럽고 딱딱한 토슈즈 좋아함
이 리뷰 쓴 놈이 더 천재인듯
황병승 정말 좋아하는 시인이었는데 이렇게 보니 반갑다 - dc App
읽다 보니 나도 감상이 적고 싶어질 정도로 기운이 느껴지는 좋은 글이네! 황병승 시인의 말에 따라 파편화에 집중하고, 한편으로는 인물들의 심리 분석 측면에서 다가간 면이 재밌음. 그러다보니 어느새 한 인물의 서사, 감정처럼 느껴져서 황병승 시인의 정신상태가 실제로 저럴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함. 단순히 의미 분석과는 다르게 새로운 창작처럼 느껴져서 좋다! 다만, 이건 문제점은 아니고. 그래서 오히려 더 다른 형식의 분석을 적거나 읽고싶어지기도 하네.
다른 황병승 시인의 시들도 이렇게 연결 될것 같아서, 다른 시를 읽을때도 참고하면 더 의미가 확장돼서 좋겠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