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는 작가의 뛰어난 능력이나 논쟁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작가의 침침한 시력, 알아보기 어려운 악필, 난해한 원고의 상태 자체가 문제를 일으킨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운 서술이 이어지는 데다가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원고를 받아든 인쇄업자는 맨붕에 빠졌고,
어떻게든 정서하여 말이 되는 형태로 해석하여 인쇄하니 작가가 미친사람처럼 화를 내면서
"내 단어 어디갔냐, 내 언어 어디 갔냐, 내 영혼 어디 갔냐, 성서 복음보다 중요한 내 파리똥 어디갔냐"면서 길길이 뛰는 판국이었습니다.
딴은, 원고 의미 파악이 어려워서 오류없이 작가 의도대로 책으로 만드는게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죠.
가장 유명한 오류는 17장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ㆍ) 누락에 의한 파리똥 사건이었습니다.
17장은 모든 문단이 질문형 문장과 물음표(?)가 먼저 나오고, 그 대구로 답형 문장과 마침표(.)가 나오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 와중에 온갖 기발한 언어 유희가 난무하는 데...
"신바드 세일러 틴바드 테일러 ~" 어쩌구 하는 문장보면 알겠지만 말이 되는 문장과 이야기를 쓰기보다 언어 실험 레벨입니다.
하필이면 17장 마지막 문단은 어디로( Where ) ? 이고, 그 다음에 아무런 단어 없이 마침표(.)로 끝나죠.
인쇄업자는 잉크 얼룩인 줄 알고 마침표를 인쇄하지 않았고, 제임스 조이스의 격분을 샀습니다.
교정을 보면서 더욱 거대하게 마침표를 표시했는데, 누락되었다는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임스 조이스는 시력이 약해서, 교정쇄를 볼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난해한 책이 아니어도 당시에는 손글씨 원고로 책을 만들다보니 교정쇄를 잘 검토하지 않으면 책 내용이 왜곡되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심지어 톨킨은 [반지의 제왕] 출간 후 몇 년에 걸쳐 인쇄과정에서의 오류를 교정하느라 고생하였는데,
"책을 새로 쓰는 것보다도 더 힘들다"고 푸념했을 정도였죠.
시력에 문제가 있는 제임스 조이스는 교정 작업도 힘들어 했지만 의사소통이 매끄러운 사람도 아니어서...
일단 화를 내는 성격 때문에 인쇄소나 출판사가 무지하게 힘들어했고, 그냥 적당히 교정하다가 책을 출간하고 내빼자는 식이었습니다.
저 17장의 마지막 문장 파리똥은 기구한 운명을 겪다가 결국 작가 의도대로 일반적인 마침표보다도 크게 표기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다 알려진 이후에도, 세계 각국에서 율리시즈를 출간하다가 조판 단계에서 삭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제가 사 읽은 것은 김종건 교수의 두 번째 율리시즈 번역본이었던 1988년 범우사 초판의 2쇄로 1989년에 나온 책인데,
(납활자 책이어서 겉보기에 인쇄 상태는 매끄럽지는 않지만) 위 파리똥 부분에 정상적으로 거대 마침표가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범우사에서 4권으로 개정판을 낼 때는 저 마침표가 삭제되어서 책이 나왔죠 - 인쇄 실수입니다.
이후 출판사를 몇 번 바꾸면서 김종건 번역의 율리시즈는 제 3 개역판과 제 4 개역판까지 나왔는데,
저 17장의 파리똥 마침표는 잘 복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김종건 교수 역시 범우사가 자신의 두 번째 율리시즈 번역본을 비롯해서 제임스 조이스 전집 번역출간에 열성적으로 도와준 것을 처음에는 무척 고마와하였는데, 개정판 재출간 과정에서 저 파리똥 마침표를 빼 먹은 채로 책이 나오자... 이후 출판사를 바꾸더군요. 그 만큼 크리티컬한 전설의 파리똥입니다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