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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쿠버는 그림 형제의 동화, 성경, TV 프로그램 등을 자기 식대로 재해석하는 작가다.
<요술 부지깽이>는 문(門)이라는 서문으로 시작한다. 서문이라기보다는 잭과 콩나무 이야기를 약간 비틀어서 쓴 단편과 같다.
잭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서술하다 보면 서술자가 어느새 잭의 어머니로 옮겨가고, 서사의 연결고리 없이 빨간 모자나 미녀와 야수 등 다른 동화들이 끼어들기 시작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단편 <요술 부지깽이>는 "나는 섬을 하나 창조해 내며 그곳을 거닐고 있다"는 서술자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녹슨 쇠 부지깽이와 황금 바지를 입은 남매에 관한 환상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 서술자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을 창조하고 잊어버렸다가 다시 등장시키기도 하고, 자신이 그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그 캐릭터가 자신을 만들었는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 하다.
양치기 소년과 피리 부는 사나이의 퓨전 같은 인물을 체포한 두 여성 과학자의 보고서인 <철창에 갇힌 모리스>, 헨젤과 그레텔이지만 끝날 때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생강빵으로 만든 집>, 매일 14층 엘리베이터를 오가며 기괴한 상상을 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엘리베이터> 등 기발한 단편이 많다.
책 마지막에는 <모자 마술>이라는 단편이 실렸는데, 말 그대로 마술사 한 명이 관객들 앞에서 모자로 마술을 선보이는 이야기이다.
관객은 마술사가 어떤 마술을 보여주는 지에 따라 박수갈채를 보내거나 야유를 보낸다. 마술사는 모자에서 토끼나 비둘기를 꺼내는 마술이나 가짜 몸을 사용해 목이 떨어졌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마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해 준다. 마지막에 마술사는 여자 한 명을 모자에 넣는데,
여자가 빨리 나오지 않아 관객들의 반응이 싸늘해지자 당황해 모자를 마구 밟는다. 그런데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여자가 모자 속에서 밟혀 죽은 것이다. 관객들을 속이는 마술사가 되려 자기 마술에 걸려 참혹한 살11인이 일어난 것이다.
해설에 따르면 이 단편은 작가가 완벽한 창조자가 아니라 그저 공학도처럼 문학을 조율하고 분석하는 기술자에 불과하며, 그 자신 또한 상황의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부에 속해 있다는 쿠버의 생각을 반복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소설가들은 다 자기만의 세계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보르헤스는 지금도 바벨의 도서관 속에서 걷고 있고, 카프카는 몽유병자처럼 자신이 만든 미로 속을 걸어다니고 있다.
로버트 쿠버는 옛날 이야기들로 가득한 정원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그곳에서 그는 그저 정원사에 불과할 뿐이다.
포-모한 메타픽션의 맛
읽을 만 한 단편집이다.
쿠버는 개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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