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살아있는 가장 유명한 남아공 작가론 J.M. 쿳시가 있겠지만,
남아공이 쿳시 때 갑자기 땅에서 솟은 것이 아니라면, 분명 그 이전에도 문학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짧게 다룰 이는 이러한 모더니즘 시기, 남아공 출신의 한 모더니스트다.
로이 캠벨은 남아공 출신의 시인으로, 살아있을 당시엔 꽤나 이름을 날렸지만, 오늘날은 사실상 망각된 시인이다.
이 당시, 영국엔 영국의 여러 식민지에서 자란 뛰어난 작가들이 문단에 뛰어들고 있었다.
'모더니즘' 자체가 그냥 20세기 초반 전반적인 현상이란 걸 감안할 때, 생각 외로 영문학에서 순수한 영국산 모더니스트는 적다.
기껏해야 버지니아 울프, E.M. 포스터, D.H. 로렌스.
대부분은 미국이나 영국 식민지에서 온 이들의 문화적 침공이었다. 대표적으로 뉴질랜드 출생이자 오늘날에도 뛰어난 단편작가로 평가받는 캐서린 맨스필드가 있다.
아무튼 로이 캠벨도 그러한 문화 침공의 일원 중 하나였다.
"할 말은 한다! 캠벨콜라!"
그는 풍자시로 주목을 받았는데, 풍자의 성격상 굉장히 독설스러웠고, 상대에 대한 조롱의 수위가 거셌다.
이러한 그의 조롱 대상엔 공산주의나 프로이트주의도 있었는데, 사실 문단 자체가 생각 외로 보수적이고, 더군다나 그가 활동하던 곳은 영국이었으므로 그의 성향에 반감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호감을 가지는 이들도 많았다.
캠벨 본인의 성격을 보자면, 사실 빈말로도 좋진 못하였다. 하지만 그의 시적 재능이 그걸 커버하는 것에 가까웠다.
대표적으로, 스티븐 스펜더와의 일화가 있다.
오늘날 30~50년대 영국문학의 대표 시인이자 평론가, 그리고 오든 그룹의 일원으로 평가받는 스티븐 스펜더는 젊을 적엔 공산주의 그룹에 어느 정도 몸을 두고 있었는데,
그는 후배로서 캠벨의 시를 무대에서 낭독할 기회가 있었는데, 좌파란 이유만으로 그대로 캠벨은 주먹을 갈긴다.
이러한 폭력 사태에도 불구하고, 스펜더는 그가 뛰어난 선배 시인이란 이유로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캠벨의 과격한 성향과 막나가는 행동은 끝내 대형사고를 치고 만다.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이 비극적인 사건에선 다양한 사상이 격돌하기도 하였고, 각국에서 의용군을 보내기도 하였으며, 이 시기 수많은 예술가들이 참전하고, 또 여기에서 작품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연히 작가들도 정치적 성향이 있고, 스페인 내전 자체가 좌파와 우파의 대결로 그 당시부터 그려졌으므로, 작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다만, '프랑코'라는 파시스트의 존재가 문제였다.
아무리 우파적인 성향을 지닌 작가들이라도, 프랑코를 지지하기엔 영 아니었던 것이다.
"공화국 놈들이 마음에 들진 않은데, 그렇다고 프랑코 같은 놈 지지하기엔 영 아닌데....손절하고 난 중립한다"
대표적으로 에즈라 파운드나 T.S. 엘리엇이 있었다.
에즈라 파운드는 이전에도 다루었지만, 이놈은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찬양하며 미국에 반역을 저지른 진짜배기 파시스트다.
이런 파운드조차 차마 프랑코 지지를 외치진 않고, 그냥 중립을 선언했다.
물론 여론적으로 프랑코를 까고, 스페인 공화국을 지지하는 것이 작가들의 주류였지만,
에즈라 파운드가 진작 눈치를 볼 줄 아는 놈이었다면, 이놈이 2차 대전 중에도 무솔리니 찬양을 했겠는가?
그때 로이 캠벨이 나섰다.
"뭐? 공산당을 잡아? 그럼 나 파시스트 할래! 프랑코 코인에...탑승한다!"
파운드 같은 또라이조차 중립을 선언하고, 마음속만은 파시스트인 이들조차 침묵할 때,
우리의 로이 캠벨은 바로 프랑코 코인에 올인한 것이다.
물론 당대에도 비판받았지만, 딱히 이 일로 캠벨이 몰락하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그는 계속 작가 활동을 했고, 스페인 문학 번역일에도 꽤나 힘을 썼으니까.
다만 문제는 그의 사후 일어났다.
"이 로이 캐벨이란 사람 어때요? 이번에 앤솔로지에 넣을까 생각 중인데?"
"뭐? 캠벨? 그놈 프랑코 지지한 파시스트잖아, 그냥 빼. 괜히 분쟁만 일어나."
"그럼 캠벨 시들은요?"
"그냥 모른 척 해."
캠벨 사후, 그의 행적 덕분에 그의 시는 점차 기피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고, 끝내 오늘날은 이름만 알려진, 실질적으로 주류 출판사에서 그의 책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캠벨이 불만을 가질 법도 하다.
"아니, 시바, 프랑코 좀 지지한 거 가지고 이러는 게 말이 되냐?
따지고 보면, 파운드나 엘리엇처럼, 나보다도 더한 파시스트 놈들이 있는데,
개네 시는 잘들 읽잖아? 왜 나한테만 그래?"
물론 이에 대한 답변도 사실 있다.
"꼬우면 잘 쓰던가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캠벨이 기피된 것은 그의 행적도 있지만, 굳이 그 행적을 커버해서까지 빨아주기엔 그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다.
T.S. 엘리엇이나 에즈라 파운드가 없다면, 현대시와 모더니즘이 설명될 수 없지만,
캠벨 하나 빠진다고 문제는 없었으니까.
"부족했던 것이다......재능이!"
그러니까 남아공 문학은 그냥 쿳시 읽자.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위대한 피츠제럴드 (1), (2)
쿳시는 역시 추락인가...
그래 재능이 있어야 실수도 커버가 되지....
님 근데 혹시 아폴리네르에 대한 썰 있음?? 에세이 읽다가 튀어나와서 궁금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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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쿳시구나
어떤 경로로 이러한 지식들을 습득한 거임? - dc App
허... 그런 걸로 가능함? 대단하네... 나중에 그림작가 구해서 곤충의 진화 같은 교육만화 출판할 생각 없음? 출판만 하면 내가 시리즈 구매할 의사가 있어 - dc App
재능으로 커버치라 이거야
재밌네요
포크너도 함 다뤄주세요
엘리엇도 파시스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