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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는 SF 역사상 가장 기묘한 분기점이다.
60년대 서점가에서는 뉴 웨이브(New Wave) 운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J.G. 밸러드 , 필립 K. 딕은 기존의 SF가 향하던 우주 대신 우리 내면의 우주를 탐사했고 할란 엘리슨은 기술을 불신했으며 전반적으로 어두운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TV는 달랐다. 흔히들 안방극장이라고 부르는 TV 업계에서는 인류에 대한 낙관으로 대변되는 골든 에이지의 문학이 영상으로 재현되고 있었다. 심지어 이 낙관은 미국 코믹스와 펄프 픽션까지 흡수해 화려한 색감, 그리고 인류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그리고 냉전을 넘어선 전세계의 협력을 그리는 낙관을 넘어 다소 낙천적일 정도로도 보이는 미래를 그렸다.
대비를 잘 보여주는 예로 66년에 쓰여진 SF 소설 'Make Room! Make Room!'(영화 소일렌트 그린의 원작 소설)은 자원의 한계,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공포를 그렸다. 마찬가지로 66년에 쓰여진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은 수술을 통해 지능이 급격하게 상승한 지적 장애 아이가 불행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과학기술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그렸다. 그리고 로버트 A. 하인라인의 66년 작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또한 유머러스한 문체 뒤에 달로 진출한 인류와 지구의 인류간의 갈등과 분쟁, 그리고 전쟁을 다뤘다. 그리고 SF 최고의 명작가 중 하나인 필립 K. 딕은 60년대 내내 '우리가 믿는 현실이 진짜인가?'라는 현실 자체를 의심하는 시각을 보여주었다.
그에 반해 66년의 TV업계는 어땠나. 지금까지도 지속되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시작, 스타트렉 TOS(The Original Series)는 우주로 진출한 인류와 그 인류가 이끄는 행성연방, 그리고 탐험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 스타플릿의 낭만적인 모험과 우주 진출에 대한 긍정, 냉전을 넘어선 협력, 과학기술을 통한 문제 해결(과학기술에 대한 낙관적 시선)을 그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도 시리즈가 이어져 내려오는 울트라맨(1966) 또한 괴수와 외계인의 침공에 맞선 인류의 냉전을 넘어선 협력과 인류가 과학의 힘으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울트라맨(1966)은 단순히 거대 영웅(울트라맨)이 외계인과 괴수를 무찌르는 히어로물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울트라맨은 60년대 TV SF 업계의 낙관주의적 시선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먼저 울트라맨(1966)의 과학특수대는 국제과학경찰기구 산하에 있는 국제기구이다. 전세계가 괴수와 외계인에 맞서 연합한 형태인 기구의 일본 지부, 그것이 울트라맨(1966)의 주무대이다. 또한 울트라맨(1966)에서 인류는 영웅 울트라맨마저도 패배시킨 우주공룡 젯톤을 펜슬 폭탄이라는 무기로 폭사시킨다. 그 후 지구를 지키는 것은 지구인이어야한다라는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60년대 TV SF의 낙관적 시선을 보여준다. 이 낙관적 시선의 정체는 바로 외부의 적(외계인, 괴수)로부터 인류가 냉전을 넘어서 연합하는 전인류의 협력과 인류가 인류 스스로를 지키는 낭만, 과학기술이 전쟁의 무기가 아닌 공존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믿음이다.
66년이 가장 SF문학과 TV SF의 기묘한 차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이며 이 차이는 60년대 전체에 형성되어 있었다. 60년대 TV SF는 전반적으로 밝고 낭만적인 시선을 대변했다. 국경과 이념에 상관없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첨단기술을 활용한 메카로 구조하는 썬더버드(1965)와 한 가족의 우주진출과 로봇과의 교감을 긍정적으로 다루는 로스트 인 스페이스(1965), 그리고 타임터널(1966), 우주가족 젯슨(1962) 등은 당시의 TV SF가 낙관주의가 주를 이뤘음을 보여준다.
환상특급(1959)와 Outer limits(1962)와 같은 암울한 시선을 그린 SF가 존재했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60년대 낙관적 TV SF와 결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우선 이들은 옴니버스 드라마였으며 컬러가 아닌 흑백 드라마였다. 이들은 이들은 매회 주인공과 세계관이 리셋되는 엔솔로지 형식을 취했다. 즉, 작가들은 매주 인류가 멸망하거나 주인공이 파멸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부담 없이 그려낼 수 있었으며, 이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기보다는 당대의 불안을 반영한 단발적인 경고에 가까웠다.
하지만 60년대 컬러 SF 드라마들은 달랐다. 스타트렉, 울트라맨 그리고 여러 컬러 SF 드라마들은 다음주에도 주인공들이 활약해야 하는 연속극이었다. 이들은 매주 활약하는 주인공들이 돌아올 장소가 필요했다. 또한 이를 위해선 위기는 항상 극복되어야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리셋 버튼이라 불리는 서사적 장치였다. 지난주에 엔터프라이즈호가 반파되고 울트라맨이 쓰러질 뻔했더라도 다음 화가 시작되면 그들의 세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복구되어 있었다.
현대의 SF 드라마들도 연속극의 형태를 띠지만, 1960년대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현대의 드라마가 위기가 휩쓸고 간 뒤의 폐허와 트라우마를 전시하며 현실의 무게를 강조한다면, 당시의 드라마들은 마법 같은 회복력을 통해 상처 입은 세계를 즉각 원상복구 시켰다. 그것은 당시 TV가 현실 감각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현실의 냉전이 너무나 가혹했기에, TV 속에서만큼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우리 시스템은 굳건하며, 우리는 다시 웃을 수 있다는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60년대부터 대중화된 컬러 TV와 지속되는 미 소간의 우주경쟁은 낙관적인 SF 드라마들을 더욱 유행시켰다. 1961년, 유리 가가린의 우주 비행으로 시작된 우주에 대한 열풍은 우주로의 진출이 머지 않은 미래에 가능할 거란 희망을 대중들에게 불어일으켰다. 또한 컬러 TV의 대중화는 TV에서 밝은 원색의 낙관주의를 시각적으로 강화했다.
흑백 화면인 환상특급이 그림자와 명암을 통해 불안을 강조했다면 총천연색으로 송출되던 스타트렉의 유니폼, 울트라맨의 은빛 외형은 그 자체로 빛나는 미래를 상징했다. 시청자들에게 컬러로 구현된 미래는 칙칙한 현실의 회색빛을 덮어버릴 만큼 매혹적인 볼거리였다.
그에 반해 60년대 SF 문학은 어떠했는가. TV SF 드라마들이 형형색색에 매혹적인 낙관주의라는 진통제로 시청자들을 마비시키고 있을때 SF 문학은 20세기의 병폐를 진단하고 있었다. 엘저넌에게 꽃을은 과학기술로 천재가 된 주인공의 비극을 통해 기술의 발전이 곧 인간의 행복으로 직결되는지를 탐구했고 Make Room! Make Room!은 인구 폭발로 서로를 잡아먹는 1999년의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TV SF가 성장의 신화를 노래할 때 SF 소설계는 20세기 후반에 닥쳐올 기술 발전에 관한 딜레마와 환경위기 및 자원고갈을 예언했다.
필립 K. 딕의 소설들도 60년대에 쏟아져나왔다. 필립 K. 딕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통해 우리가 정의한 인간성이란 사실 허상에 불과하며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의미가 있는지를 탐구했다. 소설에서 안드로이드들과 달리 릭 데커드는 공감 능력이 있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살려고 도망치는 안드로이드들을 차갑게 사살한다. 이런 릭 데커드의 모습은 우리가 정의한 인간성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린다. 그리고 소설에서 등장하는 머서교는 사실 가짜임이 폭로되고 사람들이 믿고 있던 머서라는 존재가 알코올 중독자임이 폭로됨에도 사람들은 머서교를 버리지 않는다. 가짜라도 상관없다. 황폐한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유된 환상이란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60년대 TV SF들은 전반적으로 낙관주의적이었고 이런 미래는 오지 않음을 현재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낙관적이었던 TV 드라마들이 공유된 환상이었으며 컬러티비의 판매 증진과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들어진 아름다운 가짜이자 자본주의적 욕망의 집결체였음을 현대의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60년대 대중들은 이 낙관적인 TV 드라마들을 통해 매일 저녁 같은 시각TV라는 박스의 손잡이를 잡고 우리의 미래는 밝고 멸망하지 않을것이라는 집단적인 환상을 공유하며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뉴웨이브 문학이 현실을 직견한 예언자였다면 TV SF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게 해 준 치유자였다. 비록 그것이 진통제에 불과했을지라도 냉전이라는 거대한 공포 앞에서 떨고 있던 인류에게는 그 달콤한 사탕발림조차 간절한 구.원이었던 셈이다.
월간 독갤에 투고했던 글인데 여기도 한번 올려봄 ㅋ
많관부
make room! make room! 읽어보고 싶은데 번역 없겠지...?
아마 없던 걸로 기억
굿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