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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부이므로 아래에 1부부터 읽어주기 바람 그래야 내용이해가 쉬움
참고로 레딧에 올린 글은 sf게시판에선 라노벨 몰라서 관심을 못받았고 라노벨게시판에선 너무 진지하게 본다며 비추받음 ㅋㅋ 그리고 아무래도 디시 라노벨 게시판에 올리기엔 거기도 장문글 싫어할 것 같아서 나름 고민하다 여기에 올려봄 ㅋㅋ
6. 균형의 정점: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시리즈와 어떤 시리즈
완벽해보이는 여고생의 정체가 사실은 신적인 존재이고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다는 황당한 설정의 하루히 시리즈는 세카이계 감성과 하드 SF 설정들 그리고 타임 패러독스가 섞인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 또한 학교를 배경으로 청춘 남녀의 연예, 우울 등을 다룬 세카이계 작품입니다. 또한 나가토 유키와 정보 통합 사념체란 설정, 소실편에서 나오는 치밀한 타임 패러독스는 하드 SF를 상징합니다.
또한 하루히 시리즈는 50년대에서 70년대 클래식 SF 소설들의 개념 실험을 캐릭터로 위장한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 해석이 아닌 SF 평단들의 해석으로 검증된 이야기입니다.
작중에서 나가토 유키는 프레드 호일의 검은 구름 (The Black Cloud, 1957)이나 스태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1961)에서 다루던 "육체가 없는 지성체(정보/바다/구름)가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인터페이스"라는 개념을 '문학소녀'로 위장시킨 것입니다.
또한 아사히나 미쿠루는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 (1956)이나 그대들 모두 좀비가 되어 (1959)에서 나오는 '타임 루프'와 '인과율의 고리(Bootstrap Paradox)'를 담당합니다.
코이즈미 이츠키는 "관측자가 우주를 결정한다"는 양자역학적/철학적 주제를 담당합니다.
또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작중 전개 전체가 여름으로 가는 문의 전반적인 오마주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즈미야 하루히는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신적 존재로 세계는 주인공의 도덕성과 무관하게 변형가능하다는 철학적 주제를 보여준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하루히 시리즈는 캐릭터와 모에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 속에 고전 SF들의 개념 실험을 숨겨놓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과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로 대표되는 어떤 시리즈 또한 방대한 SF 설정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록 과학적 오류가 많고 현실 과학과는 거리가 멀지만 작가는 초능력의 원리를 나만의 현실, 연산 능력, 양자 역학 등 과학적 용어로 치밀하게 체계화했습니다. 판타지(마술)와 SF(과학)가 충돌하는 이 거대한 세계관은 하루히와 함께 '설정 중심 라노벨'의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상업적 흥행 면에서는 하루히가 더 압도적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창작의 트렌드에 미친 영향력은 IS가 더 컸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히나 금서목록 같은 작품은 작가의 독창적인 천재성이나 백과사전 두께의 설정집이 필요했기에, 후발 주자들이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높은 진입장벽이 있었습니다.
반면 IS는 장르의 최적화를 보여주었습니다. 복잡하고 난해한 설정 대신, 매력적인 캐릭터 간의 관계성과 직관적인 배틀에 집중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더 빠르고 확실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죠.
이는 '모방하기 쉽다'기보다는,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가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대중적인 표준 포맷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작품 이후, 라이트 노벨 시장은 복잡한 세계관 구축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런 표준 포맷이 만들어진게 2010년대의 라노벨의 전성기를 만든 것은 사실이나 장르의 수명을 짧게 만들었다고도 생각합니다. 모에 캐릭터를 강조하는데 모에 캐릭터의 종류는 한정되어있다보니 점차 작품들의 특색이 줄어든 것이죠. 이는 비단 SF 라노벨뿐만에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모에 캐릭을 강조하면서 점점 높아지는 수위는 라노벨을 10대에서 20대 남성 독자들만의 전유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IS에 대한 분석이 긴 이유는 SF적 가치보다는 시장의 매커니즘 전환을 표현하기 위해서 길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양해 부탁드립니다.)
7. 우주에서 서버로의 이동: 소드 아트 온라인(SAO)과 한국의 '미싱 링크'
라이트 노벨이 IS와 같은 학원 배틀물로 고착화되어갈 때, 새로운 돌파구는 출판사가 아닌 인터넷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2002년 웹연재를 시작해 2009년 정식 출간된 카와하라 레키의 소드 아트 온라인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작품의 의의는 SF의 무대를 우주에서 가상현실로, 그리고 전쟁을 게임으로 치환했다는 점입니다. 너브기어라는 VR 기기를 통해 접속한 게임 속 세계에서, 유저들은 목숨을 걸고 시스템과 싸웁니다. 이는 LitRPG(게임 판타지)라는 거대한 흐름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서구권 팬들이 잘 모르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이 '게임 판타지라는 장르는 IT 인프라가 빨랐던 한국에서 SAO보다 몇 년 더 일찍 태동하고 정립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SAO가 최초 아니냐?"라고 묻지만, 한국에는 이미 1999년에 출판된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만화 유레카 (1999)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에도 수출되어 인기를 끌었는데, 유저의 데이터화, 넷카마(성별 반전), 해킹, PK 등 VRMMO 물의 모든 클리셰를 20세기 말에 이미 완성했습니다. 두 번째는 소설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팔란티어) (1999)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가상현실 속에서의 살인과 자아 정체성 혼란을 다룬 하드보일드 스릴러로, 문학적으로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수작입니다.
한국에서 이 장르가 일본보다 조금 더 일찍,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시 한국은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열풍으로 전 세계에서 PC방 문화와 MMORPG가 가장 먼저 생활 깊숙이 파고든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즉, 기술적 환경이 문학적 상상력을 앞당긴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SAO가 전 세계에 LitRPG 붐을 일으킨 것은 맞지만, 그 뿌리에는 아시아의 고도화된 인터넷 문화와 한국 장르 문학의 선구적인 시도들이 수렴 진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현재 서구권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나 혼자만 레벨업과 같은 한국의 웹툰 및 웹소설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 회귀와 진화: 86 -에이티식스-, 그리고 맺음말
[86: 잃어버린 무게감을 되찾다]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이후, 라이트 노벨 시장은 가벼운 학원 배틀물과 이세계물이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요? 2017년 전격소설대상을 수상하며 등장한 86 -에이티식스-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SF의 무게감'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겉보기엔 미려한 일러스트를 가진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AI 무인 병기(드론)의 윤리', '인종 차별', '전쟁의 참혹함'이라는 정통 밀리터리 SF의 주제가 펄펄 끓고 있습니다. 과거 장갑기병 보톰즈나 풀 메탈 패닉!이 보여주었던 전장의 고뇌가 현대적인 세련된 비주얼을 입고 부활한 것입니다.
86은 증명했습니다. 모에로 대표되는 캐릭터의 매력과 SF의 깊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이는 라이트 노벨이 과거의 SF의 깊이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생각합니다.
사실 캐릭터의 매력, 모에를 중요시하는게 잘못된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SF의 팬으로서 SF 라노벨에서 설정과 주제가 빠지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안타까움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다루지 못한 명작들에 대한 변명] 이 긴 SF 연대기를 마치며, 저는 라노벨에 대해 글을 쓰면서 몇몇 중요한 작품이 빠졌다는 것에 대해 나름의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늑대와 향신료, 제로의 사역마, 듀라라라, 바카노 등 여러 작품이 빠졌습니다.
이 작품들은 라이트 노벨의 역사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이번 글의 주제인 SF의 진화에 집중하기 위해, 이 판타지와 어반 판타지들은 빼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팬들께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치며: 새로운 고전을 기다리며] 우리는 1979년 더티페어의 우주에서 시작해, 90년대 부기팝의 내면을 거쳐, 2000년대 하루히의 시간 여행과 SAO의 가상현실을 지나, 2010년대 86의 전장까지 달려왔습니다.
누군가는 라이트 노벨을 가벼운 펄프 픽션이라 폄하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1930년대 미국의 펄프 잡지들이 아시모프와 하인라인을 낳았듯, 일본의 라이트 노벨 또한 수많은 SF 작가들의 실험장이자 등용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시대의 기술과 불안을 소녀와 소년의 모습으로 번역하여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설령 종이책의 시대가 저물고 웹소설의 시대가 온다 해도, 인간이 기술과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한 SF의 유전자는 형태를 바꾸어 계속 살아남을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사랑했던 그 수많은 이야기들처럼 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 환영이고.. 라노벨을 옹호한다기 보다는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볼려고 노력했음 많관부
참고로 은영전에 대해 국내 SF 팬덤이 지나칠 정도로 정치적 철학적으로 수용했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현재 은영전이 필요이상으로 비판받는다는 글을 썼는데 그것도 여기 올려도 괜찮을까.... 너무 씹덕 픽인가
올려도 되긴 하는데 피드백이 돌아올지는 모르겠음
라노벨은 하대받는게 글에서 말했듯이 캐릭터를 위한 서적이 된거랑 그냥 애니화 발사대로 전락한게 크다고봐
그리고 라노벨 시장에 입력값이 변했다고도 봄 과거 라노벨 작가들(90년대 00년대)는 고전 sf 소설이나 여러 고전 장르 소설을 보고 자란 작가들이었음 근데 그 이후 10년대에서 20년대부터는 입력값이 과거에 비해 좀 변했지 고전 장르 소설들을 읽고 쓰는 작가들도 물론 있었겠지만은 라노벨을 읽고 라노벨을 쓰는 작가들이 늘어난 것임
그리고 시장도 구조적으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는 독자들이 좋아하는 클리셰를 반복하는것이 반복되었음 실패가능성이 낮아지긴했지만 결국 고점도 낮아지게 되었다고 봄
@SF 분석러(121.145) 그러게 옛날 라노벨같은거보면 그냥 장르소설느낌이던데 어느순간 미디어화 발사대가 되버린
@ㅇㅇ(58.235) 그 미디어화 발사대 구조가 한동안은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줬을지는 모르나 결국 라노벨 시장의 수명을 갉아먹은거지... 물론 다시 부활할 수도 있겠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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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런 사이트가 있음?? ㅋㅋ 정독해야지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