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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밌었지만
역시 제인 에어가 훨씬 낫다
페23미니즘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땐 분명히 퇴행했다
작품의 내적 구조만을 보아도 제인 에어만 못하다
이 작품은 뭐랄까... 내가 이런 소설들 (19세기 여성 작가에 의한 로맨스 소설을 말한다) 을 하나도 읽지 않았던 때에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그대로 답습한다
선악이 분명하고, 가톨릭과 신교의 궁상맞은 대립이 등장하고, 똑똑하고 수동적인 주인공이 잘나고 멍청한 이쁜이를 비웃고, 냉소섞인 장광설이 서술을 뒤덮고 있으며
결국 여성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사랑으로 기쁘게 받아들인다
제인 에어는 이렇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후에 나온 이 책을 왜 이런 식으로 썼는지 궁금해진다
한편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읽었을 때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라바스꾸르라는 가상의 국가에 있는 빌레뜨라는 가상의 도시를 내세운 이유는
사실 영국의 현실을 돌려까려는 의도가 있었던 거 아닐까 (두 도시 이야기의 프랑스가 영국을 돌려까는 모델로 의도되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의 분위기도 그렇고, 루시의 행복 가득한 엔딩을 보면 그런 처참한 블랙 코미디는 아니기를 오히려 바라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든 샬럿 누나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구나
그런데 맨 앞에 썼듯 이 책은 꽤 재미가 있다
어린 폴리의 귀엽고 상큼한 모습
소심한 건 아니지만 대단히 수동적인 루시가 가끔 보여주는 불같은 모습
고독한 와중 사랑을 느끼고 또 금세 손가락 사이로 사랑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는 루시의 아픔 등
제인 에어와 달리, 외로운 사람의 친구가 되어주는 소설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제인 에어는 그런 건 없다
물론 샬럿 브론테를 한 권만 읽겠다면, 단연 제인 에어를 추천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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