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소설이었다. 압도 당했다.
인물들의 심장을 꺼내 까뒤집어 보여주는 듯한 정교한 심리묘사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도 배경과 사건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필력
인물들의 시점과 시간을 뒤섞어서 독자의 흥미를 끝까지 유지시키는 정교한 구성
비밀과 죄의식을 품은 인간들의 방황과 속죄와 화해의 대서사시
케냐라는 나라가 나에겐 전혀 관심 밖이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 케냐와 케냐인들을 좋아하게 될 것만 같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를 보고 터키를 혐오하게 되었다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들을 읽고 대전환이 일어나 터키를 좋아하게 된 것처럼,
이 소설을 읽으니 아프리카 특히 케냐에 가보고 싶어졌다.
이게 문학의 힘인가 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케냐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투쟁하는 시점(2차대전 종전 후 1963년 독립일까지)이고
주요인물은
어린 시절의 아픔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아 건 고독한 남자 \'무고\'
가난한 목수 \'기코뇨\'
무장투쟁가가 되는 \'키히카\'
나중에 영국에 부역하는 배반자 \'카란자\'
키히카의 여동생이자 기코뇨와 카란자의 구애를 동시에 받는 절세 미녀 \'뭄비\'
이 소설은 초반부가 좀 읽기 힘들었다.
내가 케냐와 아프리카에 대해 거의 몰랐고 낯선 아프리카 성명 지명이 막 나오니까 좀 버거웠다.
그동안 케냐에 대해 알고 있던 거라곤 수도가 나이로비고 초대 대통령 이름이 조모 케냐타라는 거 이 정도 뿐이었으니
그리고 시간순으로 써나간 소설이 아니라 시간을 뒤섞은 소설이라 초반부엔 이게 다 뭔소리야? 싶었다.
그러나 읽다보니 인물들의 과거가 밝혀지고 비밀이 드러나면서 재미가 붙었다.
다만 이 소설은 인물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서술이라
꼼꼼히 몰입해서 읽다보면 진도가 쉽게 안 나가는 편이다. 다소 지겨울 수도 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조셉 콘라드의 소설과 비슷하다 싶었는데(비밀을 품은 인물들과 집요한 심리묘사)
역시 옮긴이의 말에서 조셉 콘라드의 \'서구인의 눈으로\'와 비교할 소설이라고 써있었다.
콘라드의 비극성과 D.H. 로렌스의 서정성이 묻어나는 소설이라고 평했더라.
한줄 요약 : 한 톨의 밀알은 걸작이었다
응구기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걸로 입문하면 되겠다 ㄱㅅㄱㅅ
저번 노벨상 응구기 밀었는데 ㅠ
굿리즈 평점 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