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결산글만 올리다가 정말로 오랜만에 서점 방문기를 남긴다. 엄청 대단한 곳을 갔다온 건 아니지만 짧게 베트남 하노이를 여행하면서 들렀던 작은 책방 2곳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사실 작년 연말에 갔다와서 시간이 좀 지나긴 했는데 글 쓰는 게 귀찮다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와서 끼적거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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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개해 볼 곳은 InBook이라는 서점이다. 호수가 많은 걸로 유명한 하노이에서도 가장 큰 호수인 서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작은 서점이다. 대문만 봐서는 이렇다 할 개성이 없어 보이지만 영어 책에다가 불어 책까지 취급한다는 게 흥미로워서 짧게 여행하는 중에도 짬을 내서 한 번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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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으로 들어가보면 으레 서점이라면 그렇듯이 신간이나 새로 입고된 책이 전면에 진열되어 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외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이라 그런지 그래픽 노블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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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 있는 서가에는 주요 문학 수상작들도 진열을 해놨는데, 큐레이션 개념으로 진열된 책들의 특징을 손글씨로 적어놓았다. InBook이라는 서점이 하노이에서는 멀리 떨어진 호찌민(사이공)에도 지점을 둘 정도로 작은 규모의 서점은 아닌데도 아 손글씨 포스트잇이 독립서점 같은 감성도 연출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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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불어 책들이 책장에 진열되어 있었다. 다만 딱 책장 하나 채울 정도로 그렇게 많진 않았었다. 불어 원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접하는 문학전집인 갈리마르 총서도 있었고 염가형 문학전집인 folio도 있었다. 그중에서 프랑스의 셰익스피어인 몰리에르 희곡이 내 눈에 밟혀서 사진을 좀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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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자체는 꽤내 협소한 편이라서 한국 서점처럼 한 층에 책을 다 몰아놓진 않고 3층을 나눠서 쓰고 있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더 많은 영어 책들이 서가에 진열되어 있었다. 점포 인테리어가 개성이 있다 보긴 어렵지만 바닥부터 책장까지 원목을 쓰고 포근한 조명을 써서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한결 마음이 차분하고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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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다양한 분야의 영어 책들이 책장에 꽃혀있었다. 베트남 사람이라면 이 책이 영미권 서적을 접하기 좋은 장소 같았지만 훨씬 크고 방대한 양의 영어 책을 구비해 놓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서점을 여럿 바왔던지라 개인적으로는 큰 감흥은 없었다. 그래도 통유리창이 있는 창가쪽은 나름 책 읽기 괜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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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2층 정중앙에 있는 계단으로 3층을 둘러보려고 했지만 윗층에 있는 테이블에서 현지인들이 열띈 독서토론을 하고 있었다. 괜히 불쑥 들어가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아서 서점 구경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서점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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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들른 서점은 Bookworm Hanoi라는 서점이다. 첫번째 서점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로 떨어져 있다. 외관은 노란색 바탕에 베트남 국기띠가 걸려 있는데 하노이 구시가지에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저런 외양을 띄고 있다. 

첫번째 서점도 그렇고 이곳도 대문 앞에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다. 오토바이가 배트남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인데 아직까지 시민의식이 그리 발전하자 않은 동네라 그런지 인도를 오토바이 주차장 마냥 사용을 한다... 저 서점에 들어가려 했을 땐 오토바이를 대문 아주 코 앞까지 대놓아 들어가지도 못했었더. 결국 차주가 차 빼줄 때까지 가만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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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서점 안으로 들어가봤다. 확실히 직전에 들렀던 서점 보다는 훨씬 개성이 있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꼭 책사러 오는 건 아니더라도 기념품 삼아 사갈 만한 문방구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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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가보니 본격적으로 책들이 꽃혀있는 공간이 보여 있었다. 1층 보다는 인테리어에 덜 신경을 쓴 게 눈에 보였지만 동네 서점 치고 장서량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중고서점도 겸하고 있다보니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책들도 여럿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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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히 쌓인 책들중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커트 보니것의 고양이 요람 문고본이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제5도살장을 원체 재밌게 읽어서 보니것을 좀 더 파보고 싶긴 했는데 이 책과 맞딱뜨린 것이었다. 가격은 새 책이라서 싸지는 않았지만 특이한 책 표지에다 휴대도 간편해서 여행중에 들고 다니기도 좋아서 한 권 샀다.

두 서점 모두 나름 독특한 경험을 선사해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했었지만 당연히 두 곳만을 보고 하노이 여행을 결심할 정도로 대단한 장소는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라도 하노이 여행을 계획 중이고 특히 서호 근처로 숙소를 잡은 독붕이가 있다면 시간 죽일 겸 책 구경하러 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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