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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새해의 첫번째 달이 곧 있으면 지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목표로 삼는 독서로 삼는데, 나는 어쩌다 보니 이걸 몇년 동안 취미삼아서 하게 되었다. 이번 달에는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난 세월동안 버킷 리스트에 두기만 했던 책 하나를 마침내 독파해내서 나름 뜻깊은 독서를 했다. 다음 달에는 더 많은 책을 읽어볼 것을 다짐하면서 이번 달에 읽었던 책을 소개해보겠다.

1.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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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러시아 모스크바 태생의 소설가이자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 문학가들에게 많은 영향과 영감을 주었던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Достоевский, 1821 - 1881)의 대표작이자 그의 유작인 장편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어봤다. 얼떨결에 흥미를 가지게 된 러시아 문학 작가 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던 작가는 레프 톨스토이(Лев Толстой, 1828 - 1910)와 니콜라이 고골(Николай Гоголь, 1809 - 1852)이라서 도스토옙스키에게 특별한 애정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작가의 작품에 담긴 풍부하고 심오한 사유와 독자를 사로잡는 현란한 필력에 이끌려 그의 작품을 죄와 벌(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백치(Идиот), 지하생활자의 수기(Записки из подполья)까지 총 3권을 읽었다. 내 노문학 첫 입문작이 죄와 벌이기도 하고 작가의 작품 세계에는 충분히 매력을 느끼는 만큼 도스토옙스키의 다른 대표작도 마저 읽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와중 이전에 카프카의 실종자를 샀던 싱가포르의 서점에서 이 책도 발견해서 3권 모두 같이 사와서 이번에 한 번 읽어봤다.

이 책은 러시아의 한 지방 소도시에서 지주 노릇을 하며 방탕하고 호색한으로 소문난 중년 남성인 표도르 카라마조프와 그의 세 아들인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표도르의 기이한 죽음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작가의 전작인 죄와 벌처럼 범죄 스릴러로써의 성격이 있지만 실제 이 책을 읽어보면 복합적인 구성을 갖췄다. 대부분의 분량은 등장인물들 간에 숨넘어 갈 정도의 대사량으로 이뤄진 대화인데, 이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가치관과 성격이 확연히 드러나서 군상극과 심리극으로써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또 카라마조프 일가에게 벌어지는 사건 외에도 작중 이반이 알료샤에게 들려주는 구상 단계의 서사시인 대심문관 이야기와 알료샤가 깊이 존경하며 따르는 정교회 수도사 조시마 장로의 회고록과 같이 극중극도 있다. 전자는 종교재판이 성행하던 근세 스페인 세비야에서 이단 추포와 화형에 몰두하던 대심문관 추기경이 우연히 기적을 행하며 지나다니던 예수를 체포하여 심문하는 일화로, 한때 젊은 시절 사상적으로 방황하던 도스토옙스키의 고뇌가 엿보이는 철학극이다. 후자는 마냥 성자같아 보이던 조시마 장로가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고, 과오를 헤쳐나면서 얻었던 깨달음을 설파하는 설교문으로, 꽤나 보수적이고 반동적인 구석도 있었던 작가의 신앙관이 잘 드러난다. 주 스토리라인인 표도르 카라마조프 살인 사건과 상술한 극중극 이외에도 주조연들의 가슴아픈 사연과 드라마틱한 과거사도 같이 담겨있어서, 이 책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보다는 근대 러시아의 생활상과 사상을 총망라한 종합 소설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풍은 완전히 딴판이지만 마찬가지로 종합 소설로써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Анна Каренина)가 생각이 났었다.

심리학자에 비견되곤 하는 도스토옙스키의 명성에 걸맞게 작중 등장인물들의 사상과 심경이 매우 자세하게 묘파되어 있다. 3인칭 전지적 시점에 가깝게 이야기가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머리속을 헤집어 놓은듯이 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심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상술하였듯이 등장인물들의 대사도 거의 장광설을 늘어놓는 수준으로 길다보니 세밀한 심리묘사와 시너지를 낸다. 거기에다 도스토옙스키의 대표 장편소설들이 공유하는 장점으로 개성이 넘치는 등장인물이 있는데 본작에도 이런 장점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주연 일행인 충동적이고 거친 성정의 드미트리와 염세적이고 지적인 이반, 감성적이면서도 신앙심이 깊은 알료샤와 같이 극의 주연들이 개성이 확연하고,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스메르자코프, 그루셴카, 카체리나 이바노브나 등의 조연들도 강렬한 캐릭터성을 갖추고 있어 복잡한 러시아식 작명법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쉬이 잊기 힘들 정도로 캐릭터성이 강렬하다. 그덕에 단순히 인물 묘사가 세밀하다는 느낌에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살아 숨쉬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내 개인적인 감상을 보태자면 이전까지 읽어왔던 도스토옙스키 소설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서 이 책을 읽었는데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던 것 같다. 또 전작에서도 보였던 캐릭터 유형과 사상이 한층 더 발전된 것도 어느 정도 눈에 보여서 과연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결정판이라고도 평가 받을만한 작품이라 할 만 했다. 여러모로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었다. 물론 작가 특유의 장광설과 긴 호흡의 문장에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러시아의 작명법 때문에 처음엔 등장인물도 파악이 어려울 수 있어서 작품을 선뜻 추천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러시아 문학에 관심이 많고 어느 정도 책도 좀 읽어본 독자들에게는 이 책을 일독해 보시는 걸 강력 추천한다. 특히 본인이 도스토옙스키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시는 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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