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한 책은 많은데 다 끝내지를 못해서 예상보다 권수가 적다
1. 고르기아스 / 플라톤 / 아카넷
플라톤 저작에 대해서는 독회에서 감상을 썼으므로 패스하겠음
2. 시네마토그라프에 대한 노트 / 로베르 브레송 / 문학과지성사
브레송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로서, 그의 유일한 저작을 읽어보지 않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
개인적으로 아포리즘 글쓰기에 대해 양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만, 내가 브레송의 영화를 모두 보았고, 그의 연출 철학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굉장히 잘 읽혔음
다만 그의 연기론(모델론)에 대해서는 본질적인 부분에 있어선 동감하면서도, 실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온순한 여인의 햄릿 장면을 고려해본다면, 비판적인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게 된다
3. 메넥세노스 / 플라톤 / 아카넷
4. 정본 백석 시집 / 백석 / 문학동네
백석은 이미 수험생 시절에 수라, 여승, 고향, 남신의주... 등을 읽고 반했던 전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 전집을 읽어본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했다는 것이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어렸을 적엔 여우난곬족 같은 시를 읽고 그저 향토적 정서를 깊이 간직한 점에 있어 의의가 있다는 정도로나 이해를 했는데, 전집 해설을 통해 백석의 시는 어휘의 차원에서는 팔도 방언을 거의 다 때려박았음에도 구문의 차원에선 표준어의 양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아, 백석이 시어의 확장을 철저히 의도했음을 깨닫게 되어, 굉장히 값진 독서였다
5. 라케스 / 플라톤 / 아카넷
6. 고대 그리스사 / 토마스 R. 마틴 / 책과함께
번역 문제를 제외하면 썩 괜찮은 책이었다
암흑시대 이전 내용은, 사료의 부족을 감안하여, 실제 유물을 중심으로 당시 문화를 서술하는데, 이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학계 내 상반되는 여러 가설들을 소개해주는 점도 좋았음
통사로는 얻어갈 수 없는 내용을 많이 알아가서 꽤나 유익했다
예로, 민주정 성립에 있어 팔랑크스 진형이 영향을 줬다는 이론의 한계를 알게된 점 등...
고대 철학 공부하면서부터 느낀 건데, 나는 점점 정보의 해상도를 높여가는 과정에 중독되어가는 것 같다...
7.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 열린책들
막연히 사춘기 연인의 비극 정도로만 알고 독서를 미뤄놓았었는데, 생각보다 뛰어나 놀랐다
작품을 원어로 들어보면 절실히 느껴지겠지만, 셰익스피어 이 미친 인간은 작품 전체를 약강 5보격으로 써버린지라, 평범한 대사들마저 힙합 가사 마냥 리듬감이 미쳤다...
작품 후반에 가서 우연적 요소를 너무 써먹긴 했는데, 논문 소재가 간절한 학자들께서는 이 점마저 작품의 주제랑 엮어서 해석을 해버리셨다...
셰익스피어가 놀라운 만큼 그의 해석자들도 놀랍다...
8. 에우튀프론 / 플라톤 / 아카넷
이건 사정이 있어서 독회에 제때 글을 못 남겼는데, 사실 읽고나서도 딱히 적을 내용이 생각이 안 나서 패스했다
굳이 뭔가 얘기해보자면, 본래 문답법 자체가 대화 상대방의 영혼을 교정하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 대화편에서는 그 점이 더 노골적으로 암시된 듯하다는 정도..?
9. 까마귀 / 에드거 앨런 포 / 시공사
보들레르를 좋아하는지라,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포의 시를 읽지 않을 수는 없었다
물론 영시는 원어로 읽는다는 철칙 하에, 번역본은 참고용으로만 썼는데, 사실 번역이 그리 깔끔하게 된 것 같지는 않다
사실 포의 문체가 굉장히 지저분한 편이라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만... (보들레르 문체가 차라리 더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
아름다운 연인의 죽음이라는 소재를 굉장히 우려먹는데, 딱히 매너리즘은 안 느껴지는 게 신기했음
'까마귀'는 옛날부터 좋아하던 시였고, '바닷속 도시' 같은 시들도 이번에 읽고 마음에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정복자 벌레' 같은 걸 더 써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1월은 벽돌책을 못 읽은 게 약간 마음에 걸린다...
이번 달에 분노의 포도 같은 걸 좀 도전해봐야겠음
브레송추!
브레송 볼라뇨숲 빼고 다봤는데 궁금하네
그거 은근 숨겨진 명작임 개인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