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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雨季)의 시 


빗속으로 달음질쳐 너는 가고. 

지금 네가 남긴 한 짝의 신발에 

안개가 괸다.

눈을 감고 기억을 밀며 

안개가 괸다.

나는 젖은 사방. 

나는 오로지 기간에 기대어 

따금씩 상실과 획득 그 사이 

뚜욱 뚜욱 떨어지는 빗방울의 

중량을 받는다.

구속에서 가능했던 너의 

자유의 땅, 가운데서 나는 있다. 

그곳을 덮은 우거진 숲인 나.

가지 끝에 미명을 사르던 

잎새들의 통합을 조용히 받는다. 

붉디붉은 입술로 햇살의 

투정(投情)을 빨던 꽃나무들이


하나의 기호로 무르익은 것 

던져진 육신을 받는다. 

계절은 지난날 치닥거리던 

그 시간들을 석방했다. 


잃어버린 의미 속에서 혼성(混性)을 

그냥 웃어버린 일월이 덮친다. 

스물네 개의 허이연 이빨이 열린다.

빗속으로 달음질쳐 너는 가고. 

비 젖은 둘레에서 한갓 사실로 돌아온 

생명의 무게를 나는 주워든다. 

아니 너의 한 짝 신발을 든다

한 짝 신발에 관 강우량 

속으로 달음질쳐 너는 가고. 



無法 


사람이 할 만한 일 가운데 

그래도 정말 할 만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다 


—이런 말을 하는 시인의 표정은 

진지해야 한다 


사랑에는 길만 있고 

법은 없네 


—이런 말을 하는 시인의 표정은 

상당한 정도 진지해야 한다 


사랑에는 길만 있고 

법은 없네



4월과 아침


나무에서 생년월일이 같은 잎들이

와르르 태어나

잠시 서로 어리둥절해하네

밤새 젖은 풀 사이에 서 있다가

몸이 축축해진 바람이 풀밭에서 나와

나무 위로 올라가 있네

어제 밤하늘에 가서 별이 되어 반짝이다가

슬그머니 제 자리로 돌아온 돌들이

늦은 아침 잠에 단단하게 들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