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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조가 정말로 화가가 됐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음. 이렇게 천성적으로 우울한 기질이 있는 사람은 예술을 해야 함. 실제로 어릴 적에 자신의 망가진 심리 상태를 가감없이 그린 "도깨비 그림"은 상당히 흡족했다고 묘사됨. 아버지의 강요로 미술 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동반 자결 후에 넙치에게 진로를 추궁당했을 때 "화가"의 꿈을 완전히 무시당한 경험이 요조 인생을 크게 뒤흔들었다고 생각됨. 그 후로 변변찮은 만화•춘화나 그리면서 끊임없이 자괴감에 빠지고, 여자 앞에서도 자존감 처박아서 방황하는 거 보면. 실제로 요시코를 겁탈한 인간도 만화를 발주하는 상인이었고. 예술충 자아를 가졌지만 예술을 하지 못한 남자의 몰락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음.
2. 요조의 수기의 마지막이 재밌는데, 시녀한테 수면제 사와라고 주문했다가 설사약을 받아서 똥을 지리는 장면임. 이건 1장 초반의 장면과 묘하게 연결되는 듯. 어린 요조는 아버지가 책을 사줄까, 사자춤 탈을 사줄까 묻는 국면에서 우물쭈물함. 이때 형이 "책이 낫죠"라고 하니까, 아버지가 수긍하면서도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임. 이에 겁먹은 요조가, 사실은 책을 원하지만 간밤에 수첩에다 "사자춤"을 적는 에피소드가 있음. 즉 원하는 것보다 원하지 않는 물건을 주문해서 받는 상황임. 하지만 마지막엔 원하는 것을 주문했지만 원하지 않는 것을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함.
여기서 요조가 아버지에게 주문한게 "탈"이라는 것도 절묘함. 즉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가리는, 익살의 "탈"을 인생의 기본 태도로 잡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음. 하지만 끝에 가선 꿈의 세계(수면제)로도 도피할 수 없는, 가장 너저분한 현실 자체(푸다닥 똥발사)를 마주하게 됨. 그야말로 인간 실격임. 즉 이 모든 건 타인의 눈치를 살살 보며 가면을 썼다가 결국 원치않게 똥을 지리는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음.
화가가 되고 싶었던 요조가 삼류 만화나 춘화를 그리면서 생계를 연명해나간건 정체성에 대한 최고의 모욕인 듯... 결말에 대한 해석도 되게 재밌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