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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 <축복받은 집>



"일시적인 문제"


p.15


안내문은 그게 일시적인 문제라고 했다. 닷새 동안 오후 여덟시부터 한 시간 동안 단전이 된다는 것이다.



편혜영의 <몬순>도 같은 장면에서 시작한다. 

한 시간 동안 정전이 되고, 그 동안 빛 속에 가려져 있던 갈등이 드러난다. 

편혜영은 아마 줌파 라히리의 "일시적인 문제"를 읽었음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표절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멋진 착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둘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다.


빛은 많은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한낮에도 하늘에 달과 별은 떠 있다. 

하지만 강렬한 햇빛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정전으로 인한 어둠은 일상 속에 숨죽인 채 존재하던, 그래서 보지 못하고 지나쳐 왔던 많은 것들을 다시금 드러낸다. 

우리는 빛 속에 많은 것을 묻어둔다. 

그것은 십 여년 전 낙태한 아이일 수도 있고, 성공한 사람이 과거에 저지른 은폐된 범죄 행위일 수도 있다. 

화려한 빛 속에서도 마음 한 구석에 불안이 여전한 이유는, 문제가 사라지거나 극복되지 않고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문제와 마주하는 일만이 이유 모를 불안에서 구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