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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장: 죽은 사람을 관에 넣지 않거나, 멍석에 싸지도 않은 채 곧바로 흙에 묻는 매장 방식.

원한을 품어 환생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선택하거나, 서둘러 시신을 처리해야 할 때 사용된다.

소설 『연매장』은 중국 국공내전 이후 발생한 토지개혁 운동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죽음뿐 아니라 기억이 어떻게 묻히는지를 이야기한다. 작품은 3인칭 시점과 담백한 문체로 인물들을 조망하며, 당시의 비극과 이에 대응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태도를 담담하게 드러낸다.

작품 속 토지개혁은 하나의 광기로 비춰진다. 부자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누고, 모두가 평등해지는 세상을 만들자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곧 지주를 ‘마녀’로 규정하는 논리로 변질된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은 어느 순간 개인을 제거해도 정당화되는 폭력으로 전환된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선을 넘을 수밖에 없네."

“그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만 알았지.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네.” (p.184)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고백은, 이 광기가 누군가의 악의라기보다 사유의 중단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주인공 딩쯔타오는 이러한 토지개혁의 피해자로, 지주로 몰린 자신의 가족을 버린 채 시댁으로 몸을 피하지만, 친정은 몰살되고 시댁 또한 지주로 낙인찍혀 식구 전원이 연매장되는 운명을 맞는다. 그녀는 살아남았지만, 그 생존은 어떤 구1원도 동반하지 않는다. 이후의 삶에서 딩쯔타오는 과거를 거의 말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보호하듯 기억을 비워낸 채 살아간다. 그녀의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생존 방식에 가깝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매장’ 이후를 살아간다. 우 의사는 의식적으로 기억을 밀어내며 살아가고, 딩쯔타오는 시간에 자신을 맡긴 채 무의식적 망각 속에 머문다. 반면 룽중융은 기록을 통해 진실을 붙들려 하고, 푸퉁은 기억을 감당하지 못해 이성을 잃는다. 이 선택들은 윤리적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가 견딜 수 있는 삶의 한계선에 가깝다.

이때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기억들 또한 하나의 연매장으로 바라본다. 총성과 구덩이가 사라진 뒤에도, 말해지지 않은 기억은 망각되어 소멸한다. 그렇게 토지개혁이라는 거대한 역사 속에서 희생된 것은 사람의 생명만이 아니라, 그들을 기억할 권리였다.

결국 『연매장』은 묻힌 시체를 발굴하는 소설이 아니라, 묻혀가는 기억을 바라보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기억을 끝까지 붙들 것인지, 내려놓을 것인지의 선택을 독자에게 넘긴다. 이 소설을 읽는 행위 자체가 어쩌면 하나의 질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연매장된 것들을 기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딩쯔타오의 죽기 전 마지막 한 마디는 “나는 연매장되기 싫어”다.

그것은 시신에 대한 말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말이다.

그렇다. 나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