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시지프 신화 두고 "인식 불가능한 세계를 어떻게 비교하느냐 카뮈가 단어 정의를 제멋대로 해서 논리적 전제를 붕괴시켰다"는 의견을 봤는데

텍스트의 정합성 측면에서 보면 반박하기 힘든 날카로운 지적이라 생각함


그런데 카뮈가 서문이랑 본문에 미리 깔아둔 장치들을 보면 이 사람이 왜 그렇게 썼는지 참작할 여지가 있는듯


우선 카뮈는 시작부터 자기 글이 논리적 설계도가 아니라고 선언함 서문에서 "이 글은 순수한 정신 상태만을 다루고 어떤 형이상학도 믿음도 없다"고 못 박거든

자기는 객관적 진리를 증명하려는 게 아니라 인간이 앓고 있는 '정신적 불안' 그 자체를 묘사하겠다는 거야 그러니까 지적된 그 모순된 비교 행위 자체가

카뮈가 보기엔 인간 정신이 앓고 있는 병의 증상 그 자체인 셈


또 본문에도 "유식한 변증법을 동원하기보다 경험적인 마음자세와 공감으로 임하는 게 낫다"는 구절이 나와 자기가 정합성 깨뜨리고 있다는 걸

본인도 알지만 부조리라는 게 원래 논리로 안 풀리는 지랄맞은 상태니까 그냥 머리 말고 가슴으로 이해해달라고 좀 밑밥을 깔고있고


논리적으로는 그 지적이 타당한 게 분명하지만 카뮈가 미리 쳐둔 방어막들 즉 정신 상태의 묘사나 공감의 강조를 감안하면 그 앞뒤 안 맞는 비교라는 표현도

실존적인 몸부림을 묘사하려다 나온 장치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대충 요약하자면 그 의견이 논리적으로는 맞는데 카뮈는 애초에 논리로 승부할 생각이 없다고 밑밥을 깔고가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