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빌리기 전, 나는 계획이 있었다. 라캉 해설서를 독파하고, 나민애 교수의 서평쓰는 법을 익힌 뒤 멋진 서평을 써 2등은 따놓은 상품, 1등을 노린다는 야심찬 계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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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단어가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가운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언어가 오히려 인간 욕망의 결핍을 나에게 빢!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로 경야를 읽었다.(라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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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읽은 부분이 서두 부분, 짧게나마 한자어가 적은, 그러니까 대피소같은 부분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읽었거나 접했던 매체랑 엮어 경야의 쥐똥만큼 작은 부분을 본 느낌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한다. 대회에 참여한다는 것도 부끄럽지만, 조금 읽었기 때문에 남에게 무차별적으로 권유할 수 있는, 아이같은 미숙한 모습으로 봐주세요. 저는 2002년판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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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의 최후의 걸작이자 그의 최대 야심작 피네간의 경야(약칭 경야)는 언뜻 보기에 그 누구든 거의 읽을 수 없는 일종의 불가사의한 괴서처럼 느껴진다.(23쪽) 제임스 조이스는 경야를 쓰는데 17년이나 쏟아부었는데, 1939년 출간된 경야는 2002년에 되서야 세계에서 4번째로 김종건 교수에 의해 번역되었다. 책 내용은 정말 괴상하다. 주인공과 그의 아내, 쌍둥이 아들들과 딸은 끊임없이 그들의 모습을 바꾸기도 하고, 여러가지 언어로 대화한다. 등장인물이 말할 때 등장인물의 순서를 잠시라도 헷갈린다면 어떤 화자가 이야기 하고 있는지 놓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등장인물이 겪고 있는 모든 사건들은 인간의 사건들이며, 인간의 지식 속 사건들이다. 따라서 완벽히 해석하겠다는 포부로 접근하기보단 경전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길 권장한다. 실제로 한자어와 합성어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데, 경전 속 한자 한 글자 한 글자에 매몰되면 안되듯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전체적인 맥락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지각해야 할 것이다.

경야는 책을 이루고 있는 부분 외에도 장점이 정말 많다. 첫번째로 한국어 역 경야를 읽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한자공부를 하게 된다. 이건 정말 좋은 구실이다. 경야는 줄거리 요약 부분 말고는 다 읽기 어려운데, 이 부분 말고는 끊임없이 머릿속에 있는 단어를 조합해 김종건 교수님이 만든 단어와 비교해야 하고, 보통 합성어와는 다른 구조의(3가지 이상 단어 합성 등) 합성어들을 끊임없이 분해하고 다시 합쳐봐야 한다. 이건 두 번째 장점인데, 독자에게 기존에 사용하는 어휘 뿐만이 아니라 합성하고, 분해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벌써 장점이 2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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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야엔 "조이스는 한때 그의 친구에게 , "나는 모든 언어 이상의 언어, 모두가 봉사할 수 있는 언어를 갖고 싶다. 나는 영어로 표현할 경우 전통 속에 나 자신 포위되고 만다." 라고 피력한 바 있거니와, 그에게 영어로 쓰여진 문학은 일종의 편향성의 문학이요"라는 문장이 나온다.(25쪽) 이 문장을 보고 재즈 음악을 하는 'Sun ra'가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설명할 때 우주를 묘사한다. 그리고 인류의 언어로 음악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Sun ra의 난해한 설명을 들으며 그가 바라보는 지점을 헤아리기 어려울 때 조이스같은 모더니즘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이스의 작품 또한 어렵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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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연관된 철학 또한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라캉이나 소쉬르 등) 벌써 장점이 3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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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같은 페이지에 경야어를 번역하기 위해 역자의 한자 사용이 이상적이라고 되어있다. 이전에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한자 준5급을 힘들게 따고, 부모님의 강권으로 한자 3급 시험에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에 떨어진게 너무 분해서 비슷한 한자(예를 들어 '水'를 부수자로 사용하는 한자)를 보고 용도를 알 수 없음을 느끼며 분을 삭혔었다. 이제야 한자의 상형성, 시성 등 특징을 포함한 여러 특징들을 느끼며,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소통을 할 때 필요한 언어는 어떤 언어인가?"라는 화두를 스스로 던지게 되었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화두를 여러개 던질 수 있다보니, 화두를 주는 책이라는 '피네간의 경야'를 점차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밑은 화두를 주제로 혼잣말로 대화해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전 어떻게 생각했는가?"
"저는 죄와벌 같은 소설처럼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종건 교수에 의해 번역된 이 책은 한글과 한문을 사용해 쓰인 경전이다." 
"경전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삶의 지침을 주고, 신념 체계 등의 기반이 된다."
피네간의 경야는 종교에서 쓰이는 경전은 아니지만, 인간이 바라봐야 할 지점을 어느정도 제공하는 점에서 경전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조이스라는 알고리즘이 인류의 언어라는 빅데이터를 가공해 내놓은 경야를 김종건 교수가 한글과 한문으로 번역해 준 것이 감사할 뿐이다. 오로지 감사다. 감사할 수 있으니 벌써 장점이 4개나 있다. 김종건 교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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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추천할 수 있는, 가장 이해가 가능할 부분을 골라봤다. 내가 꼽은 부분은 6장의 10번째 질문으로 사랑에 대한 숀의 대답이다. 물론 이 내용도 어렵지만, 사랑에 빠진 황홀경과 신화(요새 게임에 많이 나오는 이름들)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따라갈 순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권하고 싶은 부분은 8장 초반부이다. 두 빨래하는 아낙의 잡담은 대한민국에서 물가에 빨래하며 수다 떨던 이미지를 상상하며 본다면 느껴지는 삶의 회환과 대화의 내용이 공감갈 것이다.

15장의 심문받는 욘 부분을 선생님께 혼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권하려고 했는데, 한자어로 번역된 경야어가 너무 많아 추천하지 않는다. 읽기 매우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다.


책은 숀과 쉔의 출생부터 시작된 인연이 자연스럽게 권력을 포함한 여타 상반된 기준과 엮이고, 이를 여러 시대를 단편적으로 묘사한다. 숀과 쉔의 입장은 이제까지의 기준들이며 여러 언어와 연관된 기준들을 다시 엮는다. 이는 여러 신화를 보면서 느꼈던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며, 신에게 보이는 초월적인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는 매우 난해하지만 동시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읽은 부분은 고작 책의 서두와 곁가지 부분이지만, 받은 느낌의 이미지를 공유하고 싶다. 10년 전 즈음 유튜브에서 호일을 망치로 두드려 쇠공을 만드는 컨텐츠가 유행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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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네간의 경야는 세상에 있는 문장과 책을 호일처럼 길게 뽑고 조이스라는 망치로 두드려 만든 공처럼 느껴진다. 김종건 교수는 사포대신 사용한 벼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 속에 있는 연결된 단어들과 길게 이어진 문장들은 겉으로 봤을 땐 과장되고, 웃기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해석하려 한다면 많은 지식이 필요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책을 접한다면 1년에 몇 권의 책을 읽는지, 책을 읽는 빠르기 등이 얼마나 무용의 가치인지 느끼게 될 것이다. 책과 작가(조이스 한정 역자)가 만드는 세상에 주변을 잊고 빠져들어가보시면 좋겠다.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 일독을 추천합니다. 일독 말고도 사놓고 펼쳐보는걸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