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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공원으로 들어섰다. 그는 양쪽에 풀과 꽃이 만발한 자갈길을 따라 걷다가 물이 고여 있는 숲을 가로질러 돌로 만든 빈 벤치에 앉았다. 근처에는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앉아 있었고, 그는 호수를 건너 불어오는 바람의 속삭임을 들으며 한 시간이 넘도록 앉아 있었다. 그의 마음은 고독과 슬픔으로 가득했다. ... 끼엔은 이러한 정신의 영역에서 자기 인생의 한 시절, 어떤 풍경, 어떤 이미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얼굴들이 말할 수 없이 신비호이 그러나 또렷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 햇빛이 눈부시던 건기의 어느 하늘, 한적한 숲 속에 가득 피어나던 꽃... 사 터이 강변에서 죽순을 따고 알뿌리를 캐러 숲으로 갔던 어느 비 오는 날의 고단했던 하루... 냇가, 갈대밭, 폐허가 된 작은 마을... 사랑의 아픔... 그날 오후, 그의 마음속에는 머나먼 기억들이 산처럼 숲처럼 울쑥불쑥 그리고 고요히, 가혹하게, 아주 깊게 되살아 왔다. 맑고 차갑던 봄날의 어느 오후, 하늘과 물이 한 빛깔로 만나는 허공의 가장자리에서 그의 영혼은 과거의 그 무한한 세상 어디쯤에 눈길을 멈춰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야기 방식이 저자가 혼란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형태로 쓰이는데, 전체적으로 어조가 우수에 깊게 젖은 분위기임. 일종의 상실로부터 쏟아지는 울부짖음인데... 이 어조가 울음처럼 끊어지고 이어지고 반복되면서 형성하는 혼선적인 리듬이 상당히 매력적임. 그러니까... 글 자체가 우리가 거리를 걸을 때 느끼는 불협화음처럼 쓰임


에피소드 자체는 어쩌면 완전히 서사적으로 좋다, 흥미롭다, 이렇게 말할 순 없음(그렇지만 굉장히 그 자체로 처절한 이야기들도 있음). 굉장히 파편적으로 나열되서 도리어 혼란스러운데... 이 응집할 수 없는, 복권할 수 없는 인생, 시대, 기억의 파편성, 무상함이 유리 부스러기처럼 날카롭고 아름다움


좀 장황한 비유로 감싸긴 했는데, 그냥, 느껴지는 감정이 깊고 풍부함


그리고 의외로 정서가 좀 비슷해서 코드적으로 맞물리는 지점이 있었음. 전체적으로 정취나 분위기가?


아무튼 상당히 좋은 책임

술술 읽히는 책이랑은 또 이상하게 거리가 멀긴 한데 열심히 마저 읽어야재


독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