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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학생 아나?"
나는 한(韓) 교수님이 눈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돌아보았다.
"인사는 없지만 무슨 과(科) 앤진 알고 있죠."
다방문을 이제 막 열고 들어선 학생에게 여전히 시선을 주며 나는 대답했다. 감색 대학교복을 입고 그는 어울리지 않게 등산모를 쓰고 있다. 나와 같은 대학졸업반인데, 이름은 모르지만 그의 용모라면 대학 안에서도 알려져 있다.
"설마 나병환자는 아니지?"
한 교수님은 몸을 탁자 저편에서 내 앞으로 꺾어 기울이며 무슨 못할 소리라도 해서 미안하다는 듯이 웃으셨다.
"아아뇨."
고개를 바로 돌리고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교수님께는 어린애다운 데가 있다. 오십이 넘은 분이 그렇다면 장점이다.
"내가 잘못 봤나? 어째 눈썹이 전연 없는 것 같아."
"밀어 버렸지요. 면도로 싹 밀어 버렸어요. 눈썹뿐만 아니라 머리털도 시원스럽게요."
"아니 왜?"
교수님은 바야흐로 눈이 휘둥그래진다. 그러다가 쑥스러운 질문이었다는 듯이 또 하얀 이를 가지런히 내보이시며 웃으시는 것이다.
"극기(克己)?"
스스로 대답해 버렸다는 듯이 교수님은 아까 자세로 돌아갔다. 뒤가 개운치 않으신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역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싱긋 웃음을 보내 주시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마음이 환해지는 듯했다.
"요즘 학생들간에 유행이랍니다. 우습죠?"
나의 이런 물음에 그러나 교수님은 고개를 가로젓고 계셨다. 미소는 여전히 띠셨으나.
"안 우스우세요?"
"자넨 우습나?"
"네, 우스운걸요"
나는 우습다. 어머니와 누나와 그리고 형도 함께 살고 있었을 때이니까, 국민학교 육학년 때, 사변이 있던 그 다음해 이른 봄이었다. 전쟁중이긴 했지만, 우리가 살고 있던 여수는 전선에서는 퍽 먼 국토 최남단의 항구여선지 인민군이 남겨 놓고 간 자취도 비교적 빨리 지워져 가고 있었다. 피난 갔던 사람들도 거의 다 돌아와서, 폭격 맞은 집터에 판잣집을 세우고 될 수 있는 대로 동란 발발 전의 생업을 다시 계속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윗녘에서 사태져 내려온 피난민들로 거리는 떠들썩했고 게다가 먼 섬으로 피난시켜 놓은 일급선박들은 얼른 돌아와 활동할 생각을 아직 못 내고 있었을 때였으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구호물자를 배급해 주는 교회엘 부지런히 다니고 있었다. 딱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나와 그리고 남녀공학인 야간 상업중학 삼학년에 다니고 있던 누나는 부두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교회엘 다니고 있었다.
눈썹이랑 머리털을 밀어버리는 묘사를 하면서 우습냐는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우습다며 과거로 매끈하게 전환되는 부분이
진짜 멋있음
그리고 저 우습다는 정서가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하고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정서라
정말 플롯의 그 치밀한 설계? 배치가 예술적임...
김승옥 소설은 현재를 묘사하다가 과거로 빠져들 때가 제일 지림
ㄹㅇ 김승옥 좀 많이 읽어보셨네 같은 맥락으로 서울의 달빛 0장도 진짜 좋았는데
@ㅇㅇ(182.226) 많이 읽어봤다기엔 단편집 한 권 밖에...ㅋㅋ 서울의 달빛 0장 젤 좋아하긴 함
이게 데뷔작
ㄹㅇ 23살 천재가 만든 데뷔작.
한반도 역사상 세계구급 문학 천재는 김승옥이 유일하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