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물드는 대성당
독일군에 사로잡힌 채
그대는 지칠 줄 모르고 헤아린다
계절과 달들과 순간마다
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그들은 떠나갔다
배낭 속에 담은
둥근 화창(花窓)과
알자스 하늘 위 황새들의 기억을 싣고
이제는 다만 시간이 흘렀다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말하는 것
배운다는 건 충실하다는 것
그들은 시련 속에서 
그들의 대학을 다시 열었다
프랑스 한가운데 클레르몽에서

유서깊은 과거에 능통한 학자들
재판관에 견줄만한 젊은이들
그대들은 피난처에
대홍수 뒤에 올 미래를 준비한다
스트라스부르가 제 동료들과 재회할 때에

학문이란 기나긴 인내
헌데 어찌하여 모두 입 다물고 있는가
나치들이 쳐들어와 죽여대고 있다
폭력만이 오직 저들의 덕성이며
살육만이 오직 저들의 학문이다

놈들은 철권(鐵拳)을 지닌 채
우리들의 아궁이 재마저 날려버린다
놈들이 제멋대로 미쳐 날뛴다 보아라
의자 위 널브러진 시체를
무얼 해야 하는가 친구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고한 아이들의 대학살이
헤롯 왕의 명령*임을 알 터이다
그대들 가운데 성모가 품은 어린아이 하나가
태어나 아름다운 핏빛에 놀라는 게
두려웠을 터로다

스러져 간 스트라스부르의 자식들은
결코 헛되이 죽어가지 않았다
그들의 붉은 피가 다시 피어나
조국으로 향하는 길 위에
다시 새로운 클레베르**로 태어난다

지금 이 순간 클레베르들은
여기 백 명이든 천 명이든 있다
군인들과 시민들이다
우리들의 산하와 도시에 있는
의용병과 유격대원들***이다

스트라스부르로 우리 함께 가리라
스물다섯 해 전****과 마찬가지다
승리는 우리 편에 있다
스트라스부르로 말하라 허나 언제인가
보아라 벌벌 떨고있는 프로이센인들을

스트라스부르 프라하 오슬로
수난받는 세 대학이여
보아라 총을 갈겨대는 와중에
이미 저들은 떠나야만 하고
패배가 저들의 몫이라는 걸 알고 있다

보아라 저들이 자기네 운명을 알고서도
어떻게 쇠락해 가는지를
간수들이야말로 죄수들이다
올해야말로 몰아내리라
놈들에게 전차와 부역자들이 있더라도

무기를 들어라 무장 해제당한 영웅들이여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세계를 위하여
들어라 저 깊디 깊은 소리를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거리는
하켄크로이츠*****의 살인자들은 부들거린다

햇빛에 물드는 대성당
독일군에 사로잡힌 채
그대는 지칠 줄 모르고 헤아린다
계절과 달들과 순간마다
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 <Chanson de l'université de Strasbourg>, Louis A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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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대학의 모습.

*신약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탄생을 두려워한 헤롯(헤로데)왕이 명령한 영아 학살을 히틀러에 빗대고 있다.

**장바티스트 클레베르(Jean-Baptist Kléber, 1753-1800), 프랑스 혁명 전쟁에서 공적을 세운 스트라스부르 출신 장군.

***원문은 Francs-Tireurs et Partisans(F.T.P). 2차대전 당시 활동한 프랑스 저항군.

****이 시가 쓰여진 해는 1943년이다. 따라서 25년 전인 1918년은 프랑스가 제1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에 승리하고 알자스-로렌, 즉 스트라스부르를 되찾은 해이다.

*****그 유명한 나치 문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