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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책 읽고 독후감 쓰는 걸 해왔지만 최근엔 넷상에도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독갤에 올려보려 한다. 내용에 대한 것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으므로 혹 해당 작품의 내용을 미리보고 싶지 않은 분들은 보지 마시길.

 

첫 번째 작품은 김애란의 단편소설인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 김애란은 지금은 문학계에선 빠지지 않는 작가가 되었으니 많은 이들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 김애란의 글은 솔직담백하다. 일상적이고 구어적인 문체들은 정답기 그지없고 문장들의 재치와 감각은 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는 촌극처럼 맛깔을 내면서도 정극으로서 무게가 가볍지 않다. 외롭고 우울해지면서도 작품 밖이지만 주인공을 향한 연민과 따스함이 감돌고 있음에 뭉클하다. 단편소설이지만 장편보다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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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토리

 

소설은 겨울밤 차 안에 앉아 카세트 테이프를 틀고는 테이프에서 말하는 중국어들을 따라해보는 소설의 주인공인 택시기사 용대로부터 시작한다. 테이프에서 나오는 대로 워더 쩌웨이 짜이날?”(제 자리는 어디인가요?)이라는 중국어를 읊는다.

그 테이프의 성우는 다름 아닌 그의 아내다. 용대는 중국 연변에서 온 아가씨와 결혼을 했었고 현 시점에서 그녀는 세상을 떠난 상태다. 용대가 중국어를 말할 수 있도록 자신이 직접 발음한 중국어를 녹음해 남편에게 준 것이다.

투박한 기질을 가진 용대는 단순무식해보이고 교양 없어보이는 언행으로 주위의 홀대를 받으며 커온 인물이다. 성인이 된 이후 진득하게 어느 일 하나 붙잡고 하는 게 없이 한량처럼 이 일 저 일하면서 살다가 어머니의 집을 날려먹는 큰 사고를 치면서 형으로부터 뺨을 맞고 쫓겨나다시피 서울로 상경하여 도급택시를 몰며 살아가는 처지다.

몸에 열이 많고 손에 땀이 많은 그인지라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할 때는 꼭 손에 땀을 옷에 닦아내는 용대에게 처음 손바닥에 땀을 닦고 안수를 건네자 세상에서 제일 작은 부족의 인사법을 존중하듯 웃으며 따라한 북쪽 여자. 지구축처럼사람을 향해 십오 도쯤 기울어져 있던 마음. 그 경사에 스스로 미끄러지면서도, 아프면 그저 아야하고 말던 성격, 그녀는 용대를 진지하게 대해준 사람이었다.”는 게 용대의 아내였던 명화에 대한 설명이다. 참 대단한 문장력이라는 생각이다.


명화는 집안을 먹여 살리려고 한국으로 건너온 조선족 여자다. 명화는 청소, 가정부, 서빙 등 육체노동을 전전하며 번 돈의 2/3은 고향에 부치고 있었다. 어느 날 돼지불고기백반을 잘하는 기사식당에 들린 용대가 그곳에서 일하는 명화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며, 남들이 보기에는 별 볼일 없는 열 살 연상의 남자가 참한 처자를 꼬신 일이 되어간다.

용대가 명화에게 프러포즈할 때의 장소나 상황이 귀여우면서 애틋하고 애잔하다. 보잘 것 없는 두 남녀의 정이라는 게 여느 매체들의 그것과는 참 달라서 그렇다. 반지 하나를 건네며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은 말투로 나랑 삽시다.”하는 용대.

그리고는 결혼식은 없었다. 구청에서 도장만 찍었다.”로 넘어간다. 프로포즈 멘트대로 동거만 해도 충분해 보이는데 결혼을 하여 명화는 용대에게 아내가 된다. 그 와중에 보증인으로 기사식당 아주머니와 H운수 정비부장이 나선다.


다시 현 시점으로 돌아와 택시를 모는 용대. 그의 택시에 젊은 손님이 탄다. 손님은 자신이 전에 택시에서 아주 좋은 노래를 들었는데, 좋은데 그 노래를 다 듣지 못하고 내려야 할 때, 나는 그 노래가 무엇인지 영영 알 수 없다는 게 그게 좋을 때가 있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들은 용대는 자신에게 있어 명화가 꼭 그런 노래였던 것만 같다. 좋았지만 다 듣지 못하고 내려야 했던, 제목을 알 수 없는 노래.

왜냐하면 이들의 결혼은 얼마 가지 못한 채 비극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명화가 위암이어서였다. 아내를 살리기 위해 주위에 돈을 꾸러 다니는 용대와 그를 거절하는 집안사람들, 팔 집은 없이 전세금을 줄이고 줄이며 나중에는 처럼 작은 집으로 옮기지만 명화는 병의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용대는 비통한 심정이다. 주위에서는 그 여자가 비자도 없고 돈도 없고 오갈 데 없으니 너에게 빌붙은 게 아니냐는 말을 해대고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무시하던 용대도 계속 들으니 사실인 것만 같다.

아내의 병에 지쳐가던 용대는 어느 날 만취하고서는 그녀에게 너 진짜 몰랐냐 죽으려면 혼자 죽지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시집왔냐며 모진 욕을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운다. 자기를 속인 여자, 이용한 여자, 이 나쁜 여자를, 살리고 싶다 생각하면서.

 

자기나라 말을 배우겠다고 하자 눈을 빛내면서 좋아했던 명화는 용대가 중국어를 배울 수 있게 중국어와 한국어 문장들을 직접 녹음하여 남겨줬고 이제는 그녀의 목소리가 남은 테이프만이 용대와 함께 있다. 명화의 목소리로 셰셰 닌 더 빵 쥬라는 발음이 나오고 곧이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고 명화가 말한다. 그렇게 그녀가 한 문장을 읽으면 용대도 따라 읽고 명화가 말하면 또 따라 읽고 하다가 그만 운전석에 머리를 박고 엉엉 울어버리고 만다.

그러면서도 용대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그 여자 나라 말을 외면서, 자신이 차츰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테이프에서 명화의 목소리가 들린다. “워더 쩌웨이 짜이날?”

겨울 밤, 달려가는 용대의 택시 위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약속처럼, 나뭇가지에 끝끝내 매달려있는 은행 몇 알이 떨어지지도 썩지도 못한 채 몸을 떨고 있다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2. 감상

 

문장력은 타고난 것 같다. 그 상황이 연상되며 피식 웃게 하는 문장이 많다. 손에 땀 때문에 고등학교 체육 시간 여학생과 포크댄스를 췄을 때 여학생의 손을 잡고 한 바퀴 돌고 재빨리 반대쪽 손을 옷섶에 계속 닦아내는 그는 남들과 전혀 다른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는 묘사라거나 흰색 콘크리트 벽면 위로 흐른 땟국이 을씨년스럽게 드러난 양옥집이라거나 운전석에 앉아 단순한 문장을 반복해 듣는 것뿐이지만 구립도서관에 앉아 십분 만에 엎드려 자는 것보다 나았다. 그것도 야자수가 그려진 와이셔츠에 금목걸이를 한 채 말이다.”와 같은 문장들은 독자들도 자신이 한번쯤 봐온 것들이 떠올라질 묘사들이다.

형의 곤혹, 형수의 경멸, 조카의 무시, 사촌들의 냉소, 햇살을 등진 구경꾼들의 눈부신 멸시와 같은 표현은 리듬감과 역설법으로 맛을 낸다.


인물 묘사라던가 여러 에피소드를 섞어내며 글을 짓는데 그것들이 위화감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여진다. 전형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전형화된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솜씨도 훌륭하다. 비현실적인, 연출적인 상황들이라도 시트콤처럼 재미로 느껴지지 억지라며 마이너스 요소가 아니었다. 이렇게 캐릭터에 어울리는 여러 극과 심리들을 떠올려 디테일들을 채워 넣는 솜씨가 과연 작가는 작가다는 생각이다. 슬픈 순간순간들에 대한 묘사 역시 절제되면서도 심금을 울린다.


주제는 상징적이다. 소설 초반부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는 언젠가 나는 여길 떠날 사람이란 암시에 위안 받았다. 들려오는 얘기로 중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했다. 중국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그의 탁하고 무지한 눈 속에는, 그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광활하고 오래된 대륙,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은 소문이 무성한 고장의 풍경이 흔들렸다.”

여기서는 현실의 중국을 말하는 것 같지만 뒤를 읽어보면 의미로 말하고 싶은 건 아내의 고향이자 아내의 나라다. 제목을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라고 한 것도, 많은 이에게 고생과 눈물의 공간인 여기 세상을,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노래가 있는 그곳에서 역으로 바라본 시선이 담긴 제목이다.

읽다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고 이 세계에서 어떤 현실적인 도움의 손길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사람의 삶과 죽음 전체를 걸고 의미를 띄우고 작품의 제목으로 거는 작가의 마음에 동참하게 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