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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독일 소설 중 만연체가 제일 심해서 읽기 빡셌지만 그래도 소설 자체는 되게 훌륭했음

소설은 자신이 있을 곳과 명확성에 집착하는 파제노, 정의와 구9원에 갈구하는 에슈, 자신만을 가치로 삼으며 남을 이용해먹는 후게나우라는 세 남자를 중심으로 삼아 각각 1888, 1903, 1918년을 배경으로, 가치가 점점 붕괴되면서 인간 개인의 실존과 고독을 논하는 내용을 다룸


소설의 재미만 따지면 솔직히 나에겐 안 맞았음 물론 인간의 불완정을 다루는 예리한 통찰력과 서정성이 배제된 시적인 은유의 문장들(파제노가 루체나와 있다가 비가 내리는 장면과 에슈가 식당 여주인을 유혹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음)은 내가 문학을 읽을 때 충족시키고자 하는 만족감을 주긴 했지만 서사가 진지하다 못해 딱딱하고 매력적인 인물이 거의 없었던 게 큰 듯


3부에서는 후게나우, 에슈, 파제노, 변호사 부인 한나와 팔을 잃은 야레츠키 소위, 병원의 의사들의 서사들의 소설과 구세군 소녀 마리라는 작가의 에세이와 시, 가치들의 붕괴라는 철학적 산문이 혼합되는 식으로(모비 딕이나 율리시스처럼 한 챕터는 희곡 형식으로 나옴) 실험적인 소설 형식이 등장하는데 형식 자체는 좋았지만 에세이랑 산문이 존나 재미 없었음... 가치 붕괴나 합리성과 비합리성과 교회의 관계나 플라톤 이런건 알아들겠는데 칸트랑 실증주의 철학 등장할 때 대가리 깨질 뻔했음


충분히 자신만의 매력을 가진 소설이고 나에게 여러 사유나 인상을 생각하거나 느끼게 해준 작품이지만 읽기 개빡세서 정은 안 간다... 조이스와 카프카의 유머가 그리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