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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만화책 리뷰가 올라오는 거 같길래 나도 함 써봄.
만화책은 이제 잘 안 읽지만, 이거 하나 만큼은 꼭 얘기해보고 싶었음.
이 만화가 참 색다른 게 빌런이 히어로의 아내를 겁탈하는 장면이 대놓고 나오고 초인들이 비교적 평범한 인간인 데스스트로크를 상대로 추잡하게 에워싸는 등 보통 히어로물과 다른 황당한 느낌을 준다.
가장 충격적인 건 따로 있는데, 진정한 약점을 들켰을 때 드러난 히어로들의 추악한 민낯이었다.
닥터 라이트가 수 디브니를 강제로 범하면서 히어로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 이에 크게 동요한 히어로들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모면하고자 한다.
그건 바로 자타나의 마법으로 닥터 라이트의 기억을 지울 뿐만 아니라 인격까지 개조하는 것.
사실상 전두엽 절제술이나 다름없어서 도덕적인 문제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사랑하는 주변인들의 피해를 두고 볼 수 없기에 찬성하는 쪽 4명(호크맨, 자타나, 아톰, 플래시)과 비인도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3명(그린 애로우, 블랙 카나리, 그린랜턴)으로 갈리면서 다수결로 정해진다.
슈퍼맨조차 자기 목숨을 잃는 것보다 정체가 탄로나는 걸 두려워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최소한 고민을 했고 사랑하는 부모, 반려자, 자식을 위한 결정이었으니까.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배트맨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잠깐 일처리를 위해 나갔다 왔던 배트맨에 정신 개조 현장을 발견하고 분노한다.
비록 범죄자라 해도 그들의 갱생을 믿으며 병적일 정도로 올곧은 신념을 유지한 캐릭터였으니까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 그를 염려해서 히어로들은 배트맨을 기다릴 수 없었을 것이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자타나가 배트맨에게 마법을 걸어버리는데, 이에 블랙 카나리가 아연실색하고 분노한 그린 애로우가 호크맨의 안면을 날려버린다.
이런 소동 속에서 다른 투표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만장일치가 나왔다.
그건 바로 배트맨의 닥터 라이트 관련 기억을 지우고 조작해버리는 것.
당시 분노했던 그린 애로우도 가족을 위해서 가면 만큼은 지켜 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반드시 필요했던 배신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히어로물을 덕질했기 때문에 만화를 읽는 내내 뭐라 표현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그렇다면 배트맨의 고결함은 여전히 지켜졌을까.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는 믿었던 동료들에게 배신당했고 그것조차 모른 채 집착에 가까운 정의를 관철해낼 것이다.
동료들은 입을 꾹 다문 채 배트맨의 비정상적이면서도 올바른 정의와 신념에 동의하며 함께 싸워가겠지. 초인도 불가능한 그만의 능력이 있으니까. 정말 가증스럽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힘이 세도 평범한 인간에게서 부끄러운 민낯을 감추어야만 하는 게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히어로라는 이유만으로 독자인 나도 애써 납득해야 하는 참 답답하고 먹먹한 명작이었음.
디시 코믹스에서 두 번 나오지 않을 명작이긴한데... 마블 코믹스에서도 큰 영향을 끼친 역사적인 작품이긴한데...
이 만화를 보고 나서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순수한 동경심이 모조리 박살이 났다.
어쩌면 과몰입일 수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차라리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로 히어로물에 흥미를 잃었다면 좋았을 거 같다.
그래도 탄탄한 반전 스토리로 추천하는 작품이긴 함.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역시 코믹스는 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