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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그로 죄송합니다.
오히려 말하고 싶은 건 이 반대에 가까우니 끝까지 읽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오늘 읽은 다이지타오(戴季陶, 이하 대계도)의 일본론(日本論)이라는 책인데
좀 재밌는 부분이 있어서 얘기해 보려고 가져왔어요.
이 책을 쓴 대계도에 대해서는 나무위키 참조해 주세요.
이 책을 들게 된 계기 자체가 좀 비판적인 이유에서에요.
얼마전 졸업논문 상담에서 읽어보라고 받은 책(源了圓、徳川合理思想の系譜(実学思想の系譜))이 있는데
좀 어려워서 저자가 쓴 다른 책을 찾아보다 읽게 된 게 이 책이에요.
교수님께 이 분의 책을 추천받은 이유가 좋건 나쁘건 오소독스한 에도사상사관이라는 건데,
거기서 이런 내용이 나오더라구요.
대계도가 일본의 상인 중 무사 출신과 상인 출신을 비교하며,
전자를 성실, 고상, 수양이라 평가했다는 건데,
이 점을 들어 근대 일본의 의식적인 사상적 중추가 된 건 이 무사도이며
이건 에도시대에 야마가 소코(山鹿素行)라는 유학자가 상무적인 가마쿠라부터의 무사도를 해체, 재조립 해 만들어낸 무사도라는 거에요.
이 유학으로 빚어낸 무사도에서 나온 “합리성”을 비판하는 주제를 박사까지 가져가고 싶은 거라,
여기서 극찬되고 있는 대계도의 책도 한번 비판적으로 읽어 봐야 싶더라구요..
어차피 원어는 중국어고 모국어로 읽는게 제일 나을 거 같아, 설날 귀성에 맞춰 한국어역판을 본가로 배송해 두었습니다.
그걸 이제서야 읽네요.
이해를 돕기 위해, 그가 해 놓은 일본 분석의 예를 하나 올려놓았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일본인 교수님들과 한국인 교수님들이 이 책을 명저로 평가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민족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또는 맹목적인 추종에 빠지지 않고
일본 사상의 약점과 특장점을 이 이상으로 찌른 사람이,
20세기초 동아시아의 엘리트 중에 있을까 싶더라구요.
물론 아직 미숙한 제게도 보일 정도로 명확한 한계는 있는 부분도 있었어요.
하나는 아무래도 중화민국의 정치인이 쓴 것이다 보니 나오는 기습적인 손문, 장개석 숭배고 ㅋㅋ
또 하나는 이런 부분이었어요.
겨우 제목으로 돌아왔네요.
일단 여성학대가 없다는 건 정말 모르겠구요.
저도 와이프가 일본사람이지만,
따뜻한 가정은 몰라도 이게 남성의 보호애로 인한 건 공감하기 힘들더라구요..
‘하동의 사자후’ 운운이나 여성의 동정심은 맞는 것 같지만,
이게 남성의 무사도(약자보호)에 인한 결과가 맞을까라는 생각은 듭니다.
장인어른 보면 그 반대인 거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요 ㅋㅋ
대계도는 다년간의 일본 유학을 경험했고, 그 이후도 정치, 외교로 일본에서 길게 거주했던 사람입니다.
뜨내기인 제게도 보이는 것들이 그에게 보이지 않았을 리는 없으니, 머릿속에서 어떤 뒤틀림이 일어났다고 밖에, 저는 생각할 수 없었어요.
이런 왜곡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대계도라는 사람이 원하는 국가(중화민국)의 모습이 결국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사람은 참 일본의 질서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거든요.
위 세곳의 내용을 이어서 정리해 볼게요.
민족의 존립 위기를 맞아 일본인들은 역사적 전설(신앙)인 왕권 신수사상이 부상했다. 메이지유신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그런 신앙이 이끌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일본의 이런 신앙은 할복이라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행위도 가능하게 하는 의지를 가져다 준다.->
우리 중국은 어떤가? 그런게 없으니 이꼴 아닌가. 손문 선생의 삼민주의를 이런 신앙으로 삼아 나아가자.
..
이후 벌어지는 일본의 군국주의적 행보와
다른 동아시아 독재국들을 떠돌고 있는 그 망령들을 대계도는 바라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대계도가 원하던 게 김정은이나, 장개석의 권위주의는 아니었겠지요.
하지만, 그가 내건 이상을 고분고분 따라주는 걸 넘어,
그것에 목숨을 던져 투신할 수 있는 민중들을 원한 건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이걸 염두해두고 그의 일본 여성에 대한 분석을 본다면,
‘무사도’라는 인(仁)으로 가정을 이끄는 남성과, 감화되어 그것에 헌신하는 여성이라는 구도를,
엘리트와 민중의 바람직한 상으로써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어요.
레닌주의의 전위대 같다고 할까요, 유교의 이상주의라고 할까요.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제일 첫번째 단서였던 源了圓의 글로 돌아와 보고 싶어요.
대계도의 분석은 얼핏 보기에는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분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곰곰히 보면, 어디까지나 체험에서 오는 직관에 많은 부분을 의지한 위에,
자신의 사상적 경향에 맞춰 분석을 내고,
거기에 문헌적인 근거를 덧붙이려는 경향이 느껴집니다.
아하, 일본론이라는 책은 源了圓 선생님이 평가하신대로,
외국에서 이루어진 일본사상의 분석 중 가장 정확한 것이라기 보다는,
위기의 중화민국 안에서 고민하던 한 정치가의 사상서에 가까운 것이군요.
물론, 시대적인 배경 등을 감안할때, 이런 건 비판거리도 안되는 건 알죠.
제가 위에 사진으로 붙여놓은 글은 源 선생님이 1973년 발표하신 석작입니다.
유교, 불교, 민간사상, 실학 등을 총망라해 도쿠가와의 사상을 정리하고자 한 거의 첫 시도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공동저작이 아닌 개인의 저작이라는 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대단한 선생님에 비해 많이 부족한 제가 뭔가를 첨언하고자 한다면,
결국 대계도 일본론이 발표된 1923년, 1973년, 그리고 2026년의 차이를 살릴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됐어요.
막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을 정리하려고 쓴 거라 두서없이 긴 글이 돼버린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공유해 주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꼭 댓글로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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