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SF라는 장르 자체에 관심이 크지는 않지만
어쨌든 살면서 문화생활좀 하려다 보면 뭐든 그물에 걸리는 게 있기 마련이고
그 중 아서 C. 클라크는 뭐, 3대 SF 작가니 뭐니 하는 소리까지 듣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읽어본 이사람 작품은
[라마와의 랑데뷰], [유년기의 끝],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이었는데
사실 읽은지 다들 좀 오래돼서 세세한 내용은 사실 좀 가물가물 하다.
왜 그런 소리 하잖아, 인간의 기술발전은 어마어마 하지만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은 몇천년 전과 비교해서 그렇게 진화한 것도 없다고.
이걸 다시말하면 중세시대 갓난아이를 어느 대도시에 떨어뜨려 놔도 그냥 잘 살 거란 얘기잖아?
아니면... 뭐 이민 1세대와 2세대의 크나큰 단절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그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기술의 발전이나 역사의 연속성 때문에
어떤 '최선'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현실을 사는 인간은 그 현실에 파묻혀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거지.
타임머신같은 게 있어서 선택권이 주어지면 예를 들어 기대 수명이 30세도 안되는
중세 동유럽 농노보다는 유토피아적인 근미래의 부호, 아니면 심지어 빈부의 격차조차 없어진
과학이 이뤄낸 공산주의적 사회? 같은 데서 사는 것을 선택하지 않겠어?
개인의 차원을 떠나서 뭔 플라톤적 철인정치의 극단적 형태같은 게 성공적으로 부여될 수 있다면
인류는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을 넘어서 뭔가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겠지?
국가는 용해되고, 그 사회의 모습도 많이 다를 것이고, 등등...
이런 상상력을 좀 더 밀고 나간 거지 싶어, 말하자면.
즉 이 작가는 '최선'을 인간에게 부여하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냉전 시기의 작가답게 냉전과 핵전쟁의 공포에 굉장히 민감했던 것 같은데
그런 무의미한 소모를 그만 두고, 인간이 가진 가능성의 극한을 끌어올려 보자는 거지.
근데 난 이게 좀 맘에 안 들었다. 이 외계 문명이라는 소재? 는 두 가지가 참 별로였는데
일단 작가의 생각이 저런 식이니, 외계인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 기어들어 오는 것도 꽤 기능적이라고 느꼈어 난.
걔들은 인류를 계몽하려는 의지 외에는 없는 한없이 선한... 존재들이야? 기독신이야? 천사들이야?;;;
그리고... 그래서 인류를 구원씩이나 해주신다 이거야? 착한 짐을 진 백인들이야? 인류는 우가우가 하고 있는거야?
거기다 그렇게 해서 좋은 게 좋다며 난 결론, 이 작가의 '최선'이라는 게
결국 60-70년대 LSD 마리화나 히피냄새 나는 '정신세계' 따위인 거야?
나도 식견이 짧지만 이런걸 뉴에이지라고 부르지 않나?
꽤 혐오받는 생각 아니던가 이거?
글쓰다보니 갑자기 막 부아가 치밀어오르네;
[2001]같은 건 영화로도 워낙 유명하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조금 더 관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야. 영화 좋아한다고 깝치던 적도 있다보니까.
이거는 국내 출간된 책 부록이었던가? 거기에 뭐 스타맨인지 뭔지가 된 주인공이
지구의 핵무기를 모조리 없애버리는 엔딩을 기획했었다는데 진짜 놀랄 노자다.
그따위 '기계장치의 신'같은 걸 생각해야 할 만큼 인류와, 역사를 얕보고 있다는 느낌이 난 좀 들어서.
내 생각인데 큐브릭이 정말 큰일 했을거야.
그 안씻은 기름뜬내 잔뜩 나는 히피 긴머리를 예쁘게 빨아내고 깎아내 줬으니.
여튼 악다구니를 부려 놨는데 내가 느낀 감상은 그래.
대충 흐리멍덩한 선문답 하는 건 그걸로 족해야지.
난 사람의 일은 사람만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저런 식으로 외계 문명이 무슨... 인류를 뭔 바늘코에도 못앉을 이상한 걸로.... 어후; 더 말하기도 싫다.
저런 류의 생각에 내가 좀 불쾌를 크게 느끼다보니 저래 말해 놨는데
여튼 내 지금까지의 아서 C. 클라크 독서경험은 그랬다.
그 덕에 앞으로도 굳이 이사람 책을 더 찾아 읽을 일은 없지 싶고.
아서 클라크는 거장치고는 글을 너무 못쓰죠. 건조한 문체인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전혀 와 닿지 않는 글솜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막 떠드는 데 그것에 빨려든단 말이죠 - 유래가 없고, 흉내낼 수도 없습니다. 클라크는 "진화"와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에 대한 테마를 좋아해요. <도시와 별>은 지하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껍질을 깨고 바깥 세계로 나오는 이야기이고, <유년기의 끝>은 인간이 육신을 버리고 정신적 군체로 진화하는 이야기이죠.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모놀리스가 인간의 진화를 돕고, <라마> 시리즈에서도 결국 주인공이 라마인들의 별까지 다녀와서 진화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지구 제국>이나 <낙원의 샘>을 제외하면 주요 작품들의 작품 테마가 사실상 일맥상통해요
내심 글쓰면서 님이 어떻게 댓글을 달아주실까도 꽤 궁금했는데 의외로 작가소개를 해주시네요 ㅋㅋ; 여튼... 개인적으로는 읽었던 작품이 다 좀 별로더라고요. 본문에 못쓴 내용이 있는데, 이 사람이 말하는 '진화'라는 건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정념을 전부 표백시키는 과정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현실의 어지러움이 그런 기묘한 결론을 곧바로 정당화시켜주지는 않는 것 같거든요. 더하여, 저런 소설을 몇백 몇천권을 써도 현실은 엄혹하게 현실로서 존재하는데, 그것을 '이런 유토피아(?)도 가능해'라는 식으로 도외시하는 건 본문에도 적은 것처럼 히피놀음같이 느껴졌어요. 위험에 처하면 땅 속에 머리를 박는다는 타조같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아서 클라크는 무지막지한 장광설을 밀어부치는 스타일입니다. 너무 뻔뻔하게 밀어부치니까 왠지 설득력이 있다고나 할까요. 그 말도 안되는 거창한 장광설을 나름 재미있다고 즐기면 그게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구요... 클라크는 전체적인 설정이 그리 논리적인 작가는 아니에요. 그보다는 오히려 우주선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꽤 과학적이어서, 그것 때문에 하드 SF 작가라고 이야기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클라크의 장편은 안 읽은 지 20 년 되었습니다. 단편은 좀 봤지만...
저도 한 10년정도는 전에 읽은 듯 하지만 말씀을 듣고 보니 [라마와의 랑데뷰]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아요. 외계인의 우주선이었던가요? 그걸 탐사하는 내용이 다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위에 말한 식의 '작가의 버릇'(?)들은 듣자하니 그 후편에 덧붙는 모양이었어요, 그래서 굳이 찾아서 안읽었고요. 1권만의 내용으로는 순수하게 미지의 존재를 더듬어나가는 과정 뿐이어서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그러고보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