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재밌게 했었던 게임이 소설로도 있길래 사서 봤다.
원작 게임은 설명이나 대사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플레이를 해가며 스토리를 유추하고 상상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글로 옮겨야 하다 보니 설정 부분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가미되었다.
작가의 말에서도 넌지시 얘기하듯, 정식 스토리라기보단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2차 창작 느낌으로 보면 될듯하다.
원작 게임은 복잡한 구조의 성을 히로인 손잡고 빠져나가는 길 찾기 퍼즐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소설의 초반부는 이런 게임 플레이를 그대로 글로 옮겨 놓은 거 같은 느낌이라 읽으면서 좀 짜쳤다.
이게 소설이야 공략집이야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게임 방식이 저렇다 보니 맵 구조가 굉장히 복잡한데 그걸 그대로 글로 묘사하다 보니 과거 게임을 여러번 해봤던 나조차 헷갈렸다.
그래서 도중에 몇 번 유튜브에서 게임 플레이 영상을 틀고 아 저렇게 생긴 곳이었지 하면서 맞춰보아야 이해가 갔다.
아마 게임을 안 해봤던 사람들은 소설 묘사만 읽고는 배경을 머릿속에 그리기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중반부부터는 과거 이야기가 펼쳐지며 안개의 성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게 되는데
이 부분은 원작 게임에는 아예 없는 이야기라 완전한 작가의 창작이었다.
나쁘진 않지만 그렇게 재밌지도 않은 굉장히 평이한 판타지 스토리를 보는 느낌이었고, 너무 길었다.
마지막 부분은 원작 게임과 큰 틀은 같게 진행됐지만 덧붙여진 설정에 맞게 디테일들을 변형하고 추가했는데,
그것들이 다소 유치하게 느껴져서 게임 엔딩을 봤을 때의 그 감동과 먹먹함이 소설에서는 반감되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설정을 덧붙이고 글로 풀어서 묘사를 하다 보니 되려 원작 특유의 그 분위기와 매력이 많이 죽는 느낌이었다.
인물들이 게임에서만큼 매력 있지 않았고, 남녀 주인공 간에 느껴지는 애틋한 분위기를 글로 옮기는 데에 실패한 것 같다.
또 개인적으로는, 주인공들 간의 유대감이 싹트는 과정을 제대로 표현해 줬으면 했는데,
소설 전반적으로 너무 과거 이야기가 주가 되어서 많이 아쉬웠다.
원작 게임을 아예 모르거나 별 감흥이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딱히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원작 팬이라고 해도 딱히 추천까진 안 한다.
정 관심이 가면 한번 봐봐라 정도?
다음으로 읽을 책은 제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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