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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법원 서기의 부인

첫 심리 과정에서 요제프 K는 ‘자신에게 죄가 없다는 결백한 태도’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심리 과정에서 두 진영으로 나뉘어 박수갈채 등의 반응이 조작되고, 훼방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닌다.

첫 심리 이후, 재출석 요구가 없자 그는 법원 사무처로 임의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법원 서기의 부인을 만나게 된다.

서기의 부인은 그의 연설이 감명 깊었다고 말하며, 이곳이 역겹다는 표현을 하며 그에게 동조한다.

그러면서 그에게 조력해 예심판사의 서류를 보여주는 행위들을 한다. 과연?

후에 느끼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가 과연 실체가 있는 인물이었을지 싶다. 허구의 인물(내면의 인물)은 아니었을까?

그는 자신의 항변에 대한 인정이 필요했다. 이성과 합리에 근거한 자신의 행동에 확신이 필요했다.

결백을 주장했지만 불안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누군가가 엿본다 생각하고 의심했다.

결국 자신의 이성을 결연하게 믿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존’과 ‘인정’이란 동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f. 오직 피고인만이 저항할 수 있다.

법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베르톨트는 총애를 받는다는 점을 배경으로 법원 서기의 부인을 건드린다. (여러 여성을 건드린다.)

그러한 점에 있어 법원 서기는 요제프 K에게 당신만이 나설 수 있다고 말한다. ‘피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아! 이 얼마나 소름이 돋는 구절인가.

그 어떤 알량한 권력일지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면우리는 함구할 것이다. 합리적으로 침묵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 권력에 저항할 사람들은 피고들 뿐이다.

권력에 피해를 받고, 그것에서 부당함을 느끼고, 이성과 정의를 믿는 개인이야말로 자격과 동기를 갖출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피고인들이 끄끝내 법원 하급 관리의 동아줄이나 법조인의 뒷배를 기대하게 된다.

윤리와 신념의 끝에 내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에 말을 아끼게 되기 때문이다.

첫 심리 당시와 사뭇 달리, 그는 베르톨트가 예심판사에게, 자신의 형사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하기 시작한다. 그의 윤리에 변화가 생겼고, 그는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옹졸하고 비굴한가?

허나, 삶은 이분법이 아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양보이니.

그렇지만 ‘저항’이란 선택지만이 있던 그에게 ‘순응’이란 개념이 다가온 장면은 내게 패배감과 연민을 가져다주었다.

(이미지 삭제)

뒤에 나오는 장면인데, 피고인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싶다.



g. 윤리의 붕괴

법원 사무처를 나오며 요제프 K는 극도의 어지러움을 느낀다. 법원 사무처만 벗어나면 멀쩡히 돌아오리라 생각하고

출구를 찾는다. 이 때 법원 안내인의 부축을 받아 출구에 도달한다.

그가 느낀 어지러움은 아마도 납득의 후유가 아니었을지 싶다. 자신의 기준, 자신의 윤리가 질서에게 무너진...

한편으로 나의 윤리를 생각했다. “윤리가 밥을 먹여주냐?”, “너가 그렇게 깨끗하다고 자신하냐?”라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정도의 사리분별을 할 나이가 되었는데, 나는 아직도 요제프 K처럼 나 자신만의 출구를

만들어두었고, 그것을 믿으며 살고 있다. 때론 내가 반항아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너무 강철의 재질로 만들어져서

질서에 노골적으로 순응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고민과 미움이 동반되곤 한다.



h. 이상의 세계에서 개선과 처벌은 분리될 수 있다.

첫 심리 과정에서 감시인들의 부정, 부패(요제프 K에게 의류 보관을 요구하거나, 아침 식사 심부름 금전을 요구)가

언급된 탓에 그들은 집행자로부터 태형을 받게 된다. 그 장면을 목격한 요제프 K는 후회한다.

순수하게, 질서가 스스로 교정되리라 믿은 것이었다!

아, 나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안다. 흔히들 쉽게 지나치겠지만, 이건 그들의 처벌을 바라는 마음이 아닌,

잘못된 일이 그저 개선되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일 뿐이다. 헌데, 법은 그들을 처벌한다.

질서는 고발과 처벌을 묶어서 생각하였고, 요제프 K는 폭력, 가해의 일부가 된 것이었다.

우리는 이따금 어떤 시스템을 비판하고 교정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라

해당 시스템과 연관된 자와의 감정적 대립, 다툼으로 변질된다. 그러니, 말을 아끼게 되는 것이다.

그냥 시스템만 바뀌길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


i. 질서로의 순응

숙부 카를이 찾아와 그의 소송 사실을 재차 확인하고, 적극 변호할 것을 조언해준다.

이 때, 요제프 K 는 “제가 조용히 있을수록 결과는 더 좋을 거에요.”라는 말을 한다. 시골로 내려가 변호를 준비하자는 제안을

그것은 도피의 의미이자 죄책감을 갖는다는 의미니까요.”라고 말한다.

우악! 우리가 흔히 누군가에게 “결백하다면 왜 반박을 안 하는 거야?”라는 논리를 펼치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건 반박을 하는 순간, 그 게임에 참여하고, 그 게임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허나, 그는 이미 형사 소송 속에 있고, 첫 심리와 법원 사무처를 거친 직후, 이미 법의 질서를 납득해버렸다.

그는 법 밖에 있는 것처럼 굴지만, 이미 법 안에 있고, 그의 논리는 그보다 법에게 유리한 결과를 안겨준다.

앞서 b에서 그가 이성에 의존해 사건을 판단하였다면, 그는 이제 ‘죄가 없기에 해명이 없다’는 겉보기에 타당한 듯한

논리를 펼치는데, 법의 세계에서 침묵은 ‘무죄의 증거’가 아닌 ‘순응하지 않는 태도’로 기록될 뿐이다.



j. 세 여자

요제프 K는 소송 과정에서 세 여자를 만난다. (하숙집의 주인 및 몬타크 제외)

체포 당시에 뷔르스터너 양을, 첫 심리에서 법원 서기의 부인을, 숙부 카를의 권유로 변호사를 선임할 때 레니를.

나는 이 세 여자가 요제프 K의 내면이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추측한다.

첫째로, 체포인들이 떠난 당시, 요제프 K는 자신이 죄를 지은 듯한 상황에서 결백을 인정 받기 위해 하숙집 주인과

대화를 나누나 원하는 반응을 얻어내지 못한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 뷔르스터너 양을 만나는데 이것이 법을 부정하려는

자아이다. (허나 실패한다.)

둘째로, 첫 심리 이후 자신의 불안을 지우고, 자신의 변론을 인정 받기 위해 만든 것이 법원 서기의 부인이다.

법원 하급 관리의 부인이 예심판사의 서류들을 빼돌려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본다. (허나 질서를 배운다.)

셋째로, 레니이다. 숙부 카를의 조언으로 변호사를 소개 받아 찾아간 곳에서 만난 하인 레니.

그녀를 해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요제프 K의 윤리가 붕괴된 이후의 자아’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굳게 믿는 이성도 부정 당하고 윤리도 부정 당한다. 비이성적인 법과 세속을 느낀다.

그럼에도 그는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와중에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고, 심지어는 변호사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그녀에게로 찾아가 장시간

자리를 비워 변호 과정을 망치는 행위를 저지른다. 그녀는 요제프 K의 본능과 쾌락인 것이다. 피로에서 벗어나고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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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 제한 걸려서 나눠서 쓰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