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미코의 다원적 우주론과 버드의 반박까지 읽었음


가장 먼저 작가가 (사건, 혹은 진실에 대한) 책임 회피에 있어 굉장히 단호한 입장이라고 느껴짐

특히 본작에서 다루는 죽음만큼은 어떤 수단(히미코의 경우는 상대화)을 쓰든 그 무게를 티끌만큼도 줄일 수 없다고 못 박는 느낌


근데 회피형인 주인공이 히미코를 반박해버리면 그건 제 얼굴에 침 뱉기 아닌가? 일단은 아기가 죽게 놔둘지 어찌어찌 살려서 키우려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문체가 좀 더럽다던데 실제로 읽어보니 그렇더라

다만 못 읽을 정도는 아니고, 작가가 강조하는 부분들에선(아기를 실은 구급차 타고 대학병원 가는 씬, 히미코와 버드의 대담) 지저분함이 확 사라져서 더욱 인상적이라는 느낌도 들었음


그 외에는 심리 묘사, 서스펜스를 맛있게 말아줌

병원 의사가 아기를 식물로 표현할 때 버드가 '산양에게 씹히고 있는 양배추가 고통스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 하고 되뇌며 반박하지 못하는 장면에선 오우쉣 ㅋㅋ 했음 글이 지저분한데 핵심을 짚는 문장만큼은 아주 선명하고 흠결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