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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자연철학을 나열하면서 해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대 핵심이 되었던 여러 화두들은 엮어내면서 풀어가는 게

과'학자' 슈뢰딩거의 매력을 느끼기에 탁월한 책임

강의는 두 부로 구성되어 있음
1. 고대 그리스 철학을 강연하며 '왜 오래된 철학은 의미 있는가?' '과학적인 태도란 무엇인가?'를 풀어나가는 <자연과 고대 그리스 철학들>

2. 과학은 '정말' 무엇이며, 궁극적으로 할 것은 무엇인가? 라는 논지로 현대 과학의 기술주의 경향과 물리 환원주의를 비판하고, 참의 문제를 논하는 <과학과 인문주의>(+ 상대성이론과 결정론적 우주관에 슈뢰딩거가 반박하는 논지)
(이 두 부가 굳이 같이 실린 이유에는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연속체라는 모순'에 있는 듯함ㅡ물리학적으로, '연속', '동일'이라는 게 대체 뭘까? 그게 정말 물리적으로 가능한가?를 다룸)

여기서 나오는 과학 논증을 와사삭 풀어내기엔 좀 그렇고
슈뢰딩거가 현재 과학의 세태에 잠재되어 있는 무언가를 인식하며 던지는 화두들이 상당히 흥미로움. 생각나는 것만 내 맘대로 적으면 아래와 같음

- 원자론의 독특한 모순: '없음(비어-있음)'은 무엇일까?ㅡ무한히 비어있는 것과 무한히 채워져 있는 것의 문제
- 피타고라스의 사고: 분할과 대칭성의 발견(피타고라스 학파는 기하학적으로 전체와 부분이 분할로 동일해진다는 프랙탈적 사고를 발견)
- 탈레스를 왜 철학자라고 할 수 있을까? 자연철학이라는 이름에서, 정말 과학적 태도란 과연 무엇인가?(슈뢰딩거는 밀레투스학파로부터 과학적 태도의 발달이라는 세 단계를 발견)
- 선은 없다: 연속체란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 과학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기 때문에 이롭고, 그래서 좋은 것인가?(: 과학은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유구한 질문에 대해 말해야 한다)
- 거시세계에서 개체성이 미시세계에서도 같은가?
- 나아가 우리 실존을 물리적인 것으로 환원할 수 있을까?
- 주체와 대상의 관계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며, 둘을 무엇으로 보아야 할까?
- 모든 사건이 물리적 우연이라면, 왜 인간의 인식 차원에선 자유와 책임 등이 발생할 수 있는가?

등등

읽을 땐 좋은 주제였는데 내가 옮기니까 너무 조잡해보인다는 거임
무튼

슈뢰딩거는 과학 만능주의(ㅡ그런데 여기에는 어떤 과학도 없음)에 빠지지 않으려, 태도로서의 자연철학을 주지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임

과학적인 세계를 제일전제로 두는 서술에서 벗어난, 비판적인 기조가 상당히 흥미로웠음. 그리고 인문학적 깊이가 웬만한 인문학자들 뺨침(사족이지만 여기서 나온 바로 봐서는 '소피스트 이전의 철학자들'을 원어인 고대 그리스어로 읽고 직접 번역까지 할 수 있음)

갠적으로 현대에 나온 여러 사유들을 읽어내는 데에 슈뢰딩거의 통찰이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에 일독을 권함

과학철학은 정말 꿀잼꿀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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