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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라캉의 가정사 이야기이다. 아마 좆목 시리즈 중 제일 재밌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윗짤에 낯선 여자가 보일 것이다. 그녀가 바로 바타유와 라캉의 아내, 실비아다. 그녀가 여배우로 활동할 당시의 사진이다.

이 사랑과 전쟁 한편을 소개하기 전에, 짤막하게 라캉의 가정사를 살펴보자.

그는 식초를 팔던 프티 부르주아 가문에서 3명 중 맏이로 태어났다. 엄격한 가톨릭 집안이었고, 심지어 라캉의 막내동생은 수도사가 되기도 한다. 정작 라캉 본인은 무신론자이긴 하지만, 종교적인 분위기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정신과 의사가 된 그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학파의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그였지만, 그런 그에게도 봄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에게는 실뱅 블롱댕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라캉은 이 지적인 청년을 매우 좋아했는데, 그 실뱅의 여동생 루이즈 블롱댕과 결혼한다. 그녀가 바로 라캉의 첫번째 아내다. 라캉과 그녀 사이에서 딸 한 명이 태어난다.

이때 비하인드 스토리로, 라캉이 블롱댕과 결혼했을 때 그에겐 아직 올레시아라는 연인이 있었다... 결혼 이후에도 그는 쉽사리 이 불륜관계를 지우지 않는다.

1928년, 바타유는 여배우 실비아와 결혼에 성공한다. 그녀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자였다. 왜 이런 여자가 바타유 같은 괴팍한 인간과 결혼을 했는지는 미지수다. 바타유는 에로티즘의 대가이고, 그의 사상은 '금기를 깨부술 때의 쾌락'이란 표현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는 성관계를 고대의 제사에 빗대곤 했다. 남자는 제사를 드리는 제사장이요, 여자는 제사에 바쳐지는 제물이다. 이 묘사에서 볼 수 있듯이, 바타유는 괴상한 성벽으로 여자들과 이상한 플레이를 즐기곤 했다. 물론 여성의 동의를 얻긴 했지만...
어쨌든 6년 후인, 1934년 바타유는 실비아와 이혼한다. 바타유의 성벽이 이혼 사유에 들어갔는지는 외부인인 우리로써는 알 수 없다.

저번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피카소, 마송, 바타유, 라캉 등은 가족적인 써클의 일원들이었다. 라캉 집에 조형물이 필요하다 싶으면 예술가인 마송이 만들어주곤 했다. 그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다. 바타유의 아내였던 실비아와 라캉이 친해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바타유가 이혼한 후, 라캉은 실비아와 교제한다. (교제라 쓰고 불륜이라 읽는다.)

1941년, 라캉과 실비아 사이에서 딸 하나가 태어난다. 그녀가 바로 주디트, 라캉이 가장 편애했던 자식이다. 그런데, 이때 라캉은 아직 루이스 블롱댕과 이혼절차를 밟지 않았었다. 그 결과, 그녀의 딸에겐 자신의 이름 대신 바타유의 이름을 물려주게 된다. 이 일은 라캉 평생에 걸쳐 하나의 회한으로 드러난다. 이때 그는 '아버지'란 개념에 집착하여, '호명만이 아버지가 자식을 인정하도록 한다'라는 부성 이론을 세운다. 이 이론의 저변에는 자신의 딸에게 이름을 물려 주지 못한 라캉의 자책감이 담겨 있다.

어쨌든 라캉은 주디트를 유난히 사랑했는데,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정신분석가가 된다. 이때 유명한 일화로, 주디트가 철학 논문 심사대회에 나갔을 때, 라캉은 그의 제자들을 이끌고 그 대회를 관전한다. 이후 주디트가 1등을 하자, 라캉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심사위원과 악수를 한다. 물론 심사위원은 몹시 불쾌해 했다.

제목만 보면 바타유가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라캉의 가정사에서 제일 씁쓸한 인간은 라캉의 첫 아내인 루이즈 블롱댕과 그녀의 딸이다. 라캉이 죽은 이후, 유산 상속과 출판권은 주디트와 알랭-밀레(라캉의 사위 겸 추종자) 부부에게 넘어간다.

라캉은 욕망이니 사랑이니 말은 많이 했지만, 그의 인생이 성공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라캉의 동생이 수도사였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그는 카라마조프 이반과 흡사한 면이 제법 있다.) 어째 라캉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는 것만 같아서 다음번엔 라캉 기를 살려줄만한 내용을 들고 와야겠다.

*라캉의 기묘한 좆목 이야기
1. 라캉, 알튀세르를 만나다.
2. 라캉과 하이데거, 두 사람의 거리추정
3. 라캉과 바타유, 내 아내와 절친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

(본 시리즈는 2편내지 3편으로 완결할 예정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