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틴의 딸 갈리나에게
(1-1) 신학교의 반란
부활절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신학교에서 반란이 터졌다.
기름지고 찰진 흑토가 펼쳐진 그 지방에는 지주들의 농장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데, 그곳들은 마치 푸가초프의 시대처럼 뜨겁고 검붉게, 숨 막히도록 타오르고 있었다. 바야흐로 격렬했던 1905년이었다.
푸른색 돔을 이고 회벽이 벗겨진 오래된 신학교 건물은 강가에 육중히 서 있었고, 부속 건물과 정원을 합쳐 거의 한 구역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신학교에서는 700명이 넘는 더벅머리 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교실, 식당, 침실은 언제나 시큼한 양배추 수프, 빵으로 만든 크바스, 쥐똥, 땀에 쩐 발싸개, 그리고 화장실 냄새가 뒤섞인 진한 악취로 절어 있었다. 신학생들은 밤마다 반초크라는 카드놀이를 했고, 낮에는 수업을 빼먹고 아무 데로나 '피신'했으며, 진료소 대기실을 가득 메우고, 감독관과 교사들을 속이고, 바이올린을 켜고, 발성 연습을 하고, 게걸스럽고 지저분하게 점심과 저녁을 먹어 치우고, 술을 마시고, 교구 여학교 학생들을 쫓아다니고, 얇은 요 위에서 뒹굴며 불만을 터뜨렸다. 왜 신학생들은 대학에 가기가 어려운가? 왜 성경은 6년이나 배우면서 물리학은 고작 1년만 배우는가? 빌어먹을, 물리학 만세다! 왜 강제로 기도회와 철야 예배에 서 있어야 하는가? 왜 국 속에는 새카맣고 튼실한 바퀴벌레가 떠다니는가? 이것들을 비롯한 수많은 문제를 다른 때도 아닌 바로 지금, 이번 봄에, 더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해결해야만 했다.
봄은 이르고 화사하게 찾아왔다. 저녁 서리로 웅덩이에 맺힌 얇고 무늬진 얼음 조각들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멈춘 지 오래였고, 갈색 시냇물과 급류가 흘러갔으며, 사순절의 느릿한 종소리는 광활하고 맑고 축복받은 깊은 쪽빛 하늘 속으로 엄숙하게 녹아들었다. 강물은 자유롭게 범람하여 들판을 적셨고, 강 너머와 들판 너머에는 숲이 부드러운 연무 같은 졸음 속에서 푸르게 빛났다. 거대한 태양이 질 때면 톱니 같은 숲의 성벽이 붉은 금빛의 죄 없는 지복의 왕국을 지키고 있는 듯 보였다.
소녀들의 눈매는 촉촉하고 신비로워졌으며 따스하고 짓궂게 반짝였지만, 교구 여학교는 일요일에만 출입이 허용되었고 여학생들과의 만남은 심술궂고 까다로운 생활지도 담당 여교사들의 감시 아래서만 이루어졌다. 아니, 신학생들은 만족할 수 없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구더기, 검은 바퀴벌레, 설교학과 수사학, 생활지도 여교사, 성찬예배와 예식들은 물러가라!
신학교 내부에는 검증된 구제 불능의 지하 조직원들이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교구 여학교 학생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선호한 것은 김나지움 여학생들이었는데, 그 이유는 오직 김나지움 여학생들이 자유를 갈망하는 꿈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원들은 명절에도 고무로 빳빳하게 세운 칼라를 달지 않았고, 더벅머리에 가르마를 타려고 헛되이 애쓰지 않았으며, 10코페이카짜리 거울(면이 고르지 않아 신학생들의 상판이 우둘투둘 일그러지며 계란 프라이처럼 푹 퍼져 보이는) 앞에서 정성껏 여드름을 짜내지도 않았다. 또한 파란색 테두리가 달린 검은 제복을 입지도 않았다. 그들은 이런 짓을 일절 하지 않았다. 조직의 헌신적인 일원인 음침하고 뚱한 류브빈은 얼굴이 붉고 항상 씩씩거리며 마치 안에서부터 부풀어 오른 듯 보였는데, 그는 여성 혐오자로 통했다.
어느 부활절, 그는 동기들에게 기이하고 이상한 행동을 들키고 말았다. 늦은 저녁 신학교 담장 바로 옆 나무 위에 올라앉아 말끔하게 차려입은 부인들과 처녀들을 물색하면서 날달걀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런 짓을 몇 번이나, 그것도 아주 애정을 담아 즐기면서 해왔다. 이 사건이 그가 신학교 지하 조직에 가입하기 전의 일이라는 것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그는 푸른 눈을 가진 조용한 김나지움 여학생 올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여전히 열렬한 여성 혐오자로 남아 있었다. 올랴가 나타나자 류브빈은 '그쪽 성별'을 증오하기를 멈췄다. 자신의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류브빈은 마르크스주의를 들먹이며 (마르크스주의는 근본적으로 유물론적이라는 둥) 변명했지만, 그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었다. 신학생들은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류브빈의 의견에는 동의했지만, 올랴 얘기만 나오면 그를 비웃고 은근히 놀려댔다. 류브빈에게 그 깨달음이 찾아온 것은 신학교 반란이 있고 정확히 두 달 후였다.
조직원들은 신학교 내의 불온 서적 도서관을 관리했다. 도브롤류보프, 피사레프, 톨스토이, 우스펜스키 등을 읽으면 학교 당국은 품행 점수 3점(사실상 낙제점)을 주었다. 당국은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으므로 다닐렙스키의 교과서나 살리아스 백작, 자고스킨의 소설에 담긴 지혜야말로 최상의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유대주의자들의 이단이나 세속적이고 근본 없는 자유사상, 볼테르주의, 프리메이슨주의로 간주되었다. 이 도서관은 잡히지 않기로 유명했다. 거의 모든 책이 손에서 손으로 돌아다녔기에 압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미래의 사제가 될 학생들은 기꺼이 이 책을 빌려보았지만, 정작 조직원들은 자신들이 톨스토이나 체르니솁스키, 피사레프 정도는 이미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어느 교구청 서기의 소박한 아파트에는 조직의 등사기가 숨겨져 있었고, 거기서 찍어낸 전단지가 이따금 신학생들의 책상 속에서 발견되곤 했다. 보라색 글자들은 잉크가 번져 얼룩덜룩했고, 처음엔 눅눅했던 종이가 마르면서 쭈글쭈글해졌다. 반란이 일어나기 1년 전부터 등사판 전단지는 더 이상 책상에 꽂히지 않게 되었고, 대신 인쇄된 얇은 궐련지가 등장했다. 그 종이들은 얇게 바스락거렸고 쾨쾨한 냄새가 났다. 그곳에 담긴 호소문들은 그 어떤 주문이나 주술보다 강력해 보였고, 어린 시절의 아름답고도 허황된 동화보다 훨씬 더 마법 같은 세상을 열어주었다. 그 외에도 『이스크라』, 『혁명적 러시아』, 『여명』을 비롯해 『안드레이 코주호프』, 『볼가강의 작은 집』, 『누구의 죄인가?』 같은 책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구석의 옷장 뒤나 화장실에 숨어서 그것들을 읽었고, 찢어지고 해진 페이지마다 정성껏 풀로 붙였으며, 언제나 이 책들을 읽기 위한 대기자 명단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솔직히 말해, 조직은 낭만주의에 물들어 있었다. 조직원들은 수수께끼 같은 표정을 짓고 다녔고, 필요할 때는 무게를 잡고 침묵할 줄 알았으며, 의미심장한 시선을 교환하면서 조직 밖의 평범한 학생들을 깔보듯 내려다보았다.
우두머리로 인정받는 이는 발렌틴이었다. 그는 창백하고 갸름하며 곱슬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청년으로, 도톰하게 붉고 생기 넘치는 입술을 지닌 예민하고 열정적인 몽상가였다. 신학생들은 그를 통해 레닌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그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우리는 교외의 숲속에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발렌틴은 당시 열여덟 살이었지만 겉보기에는 열다섯 살 난 소년 같았다.
우리는 서로 다 아는 사이였는데도, 발렌틴은 보초를 세워야 한다며 암호를 알려주었다.
"암호를 대지 못하면 절대 통과시키지 마!" 그는 긴 속눈썹을 치켜뜨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발렌틴과 함께 숲으로 향했다. 숲은 가을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는 보초를 서고 있던 장난꾸러기이자 싸움꾼인 2학년생 미탸 데니소프와 마주쳤다.
"암호!" 그가 빵을 쩝쩝 씹어 먹으며 짐짓 무서운 표정으로 우리를 멈춰 세웠다.
"레닌!" 발렌틴이 급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통과!" 미탸가 유쾌하게 윙크를 던지며 말했다.
"레닌이 누구야?" 초소를 지나며 내가 발렌틴에게 물었다.
발렌틴은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자신 있게 쓸어 넘기고, 허리띠를 추켜올리며 대답했다. 희고 큼지막하며 고르지 못한 치아가 드러났다.
"레닌은 망명객이자 마르크스주의자야. 직업 혁명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지. 내 생각에 그의 말이 맞아. 우린 직업 혁명가가 되어야 해."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뜬금없이 덧붙였다. "물론 우린 모두 교수형을 당하겠지만, 다른 길은 없어..."
비밀 집회는 훌륭하게 끝났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발렌틴은 실무 능력이 뛰어났고 지하 공작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말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정교회의 성유와 향내, 인간의 고난과 덧없음과 순종을 노래하는 우울하고 오래된 성가들이 배어 있는 눅눅하고 시큼한 벽돌 안에서, 20여 년 전 그 구석지고 외롭고 버림받은 처지 속에서 앙상한 쇄골과 어색하게 덜렁거리는 팔다리를 가진 꾀죄죄한 소년들이 작은 조직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었다. 몽상가이자 어린 공상가였던 그들은, 지금은 천하에 널리 알려진 그 이름을 그때 이미 입에 올리고, 알고, 우러러보았다. 나의 용감하고, 영광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반란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 아득한 날들이 얼마나 견딜 수 없이 기이하고 슬프도록 선명하게 내 앞에 떠오르는지! 페르바야 돌레바야 거리 어딘가, 관리의 미망인 집에 있던 비좁은 셋방. 색이 바랜 벽지, 창문의 옥양목 커튼, 구멍 뚫린 의자 서너 개, 책상 하나, 철제 침대, 책과 교과서가 꽂힌 선반, 종이 반 장으로 갓을 만들어 씌운 양철 램프(유리 주변의 종이는 그을려 있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앳된 얼굴들. 색이 바랜 밝은 단추가 달린 앞섶을 풀어 헤친 회색 더블재킷. 어두운 구석에는 갈색 교복을 입은 두 명의 김나지움 여학생이 웅크리고 있었다. 머리를 틀어 올리지 않고 단단히 땋아 내린 소녀들 중 한 명은 수줍어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농촌 공동체, 토지 분배, 영웅과 군중에 대한 논쟁, 자만심 넘치고 무조건적인 객기. 낡은 기타와 만돌린, 조용하고 우수에 찬 현의 울림, 그리고 이어지는 노랫소리. "볼가, 볼가, 물 맑은 봄날에", "어머니 볼가강이 거칠게 흐르네, 사마라에 도적 떼가 진을 쳤다네"…
창밖은 밤이다. 멈춰 선, 굳어버린, 마법에 걸린 듯한 눈동자들. 상상이 펼쳐진다. 어딘가에서 사립문이 삐걱거리고, 어둠 속 담장을 따라 누군가 몰래 걷고 있다. 그는 잔뜩 경계하는 걸음걸이로 고개를 숙이고 주위를 살핀다. 그에게는 이름도 없고, 집도 없고, 연인도 없고, 가족도 없다. 그는 미지의 가혹한 삶을 살고 있다... 청회색 담배 연기가 허공에 맴돈다. 지하 활동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 것일까, 아니면 향기로운 여인의 머리카락 한 타래가 미지의 두려운 행복을 떠올리게 했던가! 무엇에 대해서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 것에 대한 백일몽. 가슴 속에서 욱신거리는 것은 젊음이고, 노래하는 것은 피이며, 자신의 힘을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무언가를 위해 바치고 싶어 애태우는 갈망이고, 깜박거리며 아른거리는 것은 풀리지 않은 미래이며, 솟아오르는 것은 청춘의 황금빛 섬들이다...
진정으로 신학교 조직은 형제처럼 우애가 깊었고, 서로를 위해 굳건히 뭉쳤다. 그곳에선 따뜻하고 안락한 자리를 탐내는 자가 없었으며, 단언컨대 배신자나 변절자, 교활한 기회주의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건은 시내의 중등학교들이 학부모들과 함께 당국에 공동 청원서를 제출하기로 하면서 시작되었다. 다들 열성적으로 일에 착수했고 교구 여학교 학생들까지 끌어들였다. 여성 혐오자 류브빈은 교구 여학교 학생들이 청원에는 참여했지만, 주일과 공휴일에 생활지도 여교사들과 똑같이 페이스트리 파이를 반 다스씩 배급해 달라는 추가 조항을 넣었다는 음침한 소문을 퍼뜨렸다. 여성 공포증 환자의 악의적인 날조는 모든 정황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열렬한 반박을 받고 격파되었다.
발렌틴은 청원서에 정치적 자유를 포함시킬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어느 쉬는 시간, 복도에서 감독관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신학생들을 강당으로 급히 불러 모았다. "주교님께서 곧 도착하신다."
강당은 금세 가득 찼고, 주교를 환영하는 찬가 "이스 폴라 에티 데스포타(주교님, 만수무강하소서)"가 울려 퍼졌다. 인파가 길을 트자 음울하고 권위적인 인상의 훤칠하고 잘생긴 노인이 둥근 주교관을 쓰고 지팡이를 두드리며 아무도 쳐다보지 않은 채 묵묵히 연단으로 걸어갔다. 덥수룩한 잿빛 눈썹 아래로 날카롭고 주의 깊은 시선이 빽빽이 모인 채 숨을 죽인 신학생들을 훑어 내렸고, 이내 그가 입을 열었다. 그는 '밤에 오는 도둑들', '거대한 혼란', '독이 든 씨앗', '방화범들'에 대해 설교했다. 마침내 그가 '나라의 근간을 파괴하는 자들'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내 옆에 서 있던 미탸 데니소프가 몸을 굽히더니 두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귀를 찢는 듯한, 호기롭고 도적 같은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교는 말을 멈췄다. 적막이 흘렀다. 비사리온 카잔스키, 껑충한 체격에 똑똑하지만 게으른 풍자가였던 그가 또렷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예수회 늙은이 같은 놈아!"
군중은 얼어붙었지만, 아주 잠깐뿐이었다. 이내 군중은 요동치며 소리치고, 휘파람을 불고, 발을 구르고, 야유를 퍼부었다. 어딘가에서 흥분을 돋우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작고 땅딸막하며 눈에 백태가 끼고 배가 축 늘어진 학감은 헛되이 무기력하게 팔을 휘저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쉰 소리로 꽥꽥거렸다. 군중은 광란에 빠졌다. 분노로 얼굴이 어두워진 주교는 연단에서 내려와 뭔가 생각하는 듯 잠시 서 있다가 서둘러 출구로 향했다.
저녁이 되자 학교 운영 위원회가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즉시 퇴학시켜야 할 신학생 명단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반란'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누가 언제 반란을 일으키기로 결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다. 예로부터 신학교를 때려부수는 일은 있어 왔다. 1890년대에도 부수었고, 가장 최근에 부순 것은 1902년이었다. 그것은 과거의 모든 전통으로 신성하게 자리 잡은 불변의 관습이었다. 시간도 이미 정해졌다. 오늘 일요일을 앞둔 철야 예배가 끝난 후에 반란을 일으키기로 한 것이다.
지하 조직은 점심 식사 후 비어있는 교실에 급히 모였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반란에 동참해야 하는가? 류브빈이 발언권을 얻었다. 그는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경제적 유물론은 자연발생적이고 비조직적인 봉기를 거부한다는 이론적 근거에서부터 시작해, 대중의 무정부주의적 움직임을 질서 있는 궤도로 이끌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전단지를 배포해야 한다 등등. 그의 말은 청산유수였고 나름의 설득력도 있었지만, 비사리온 카잔스키가 그의 유창한 말솜씨에 제동을 걸었다. 보조개를 씰룩이며 그는 말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온 존재를 다해 무언가를 내뱉듯 토해냈다.
"에이, 씨! 오늘 그 배불뚝이 학감 놈을 아주 박살 내버릴 테다!"
까불거리는 싸움꾼 미탸 데니소프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더니 기쁨에 겨워 카잔스키의 어깨를 치고는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며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류브빈이 "불량배 같은 짓이야!"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동조해주지 않자 입을 삐죽이며 입을 다물곤 평소처럼 씩씩거렸다. 결정적인 발언은 발렌틴이 했다. 그는 우리의 반란이 무정부주의적이며 마르크스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을 명확히 지적했지만, 한편으로는 혁명가란 대중이 봉기할 때 항상 대중과 함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겁쟁이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길은 없어!" 그가 결론지었다. 우리는 서둘러 동의했다. 동의하고 나서 그에 맞는 준비에 착수했다.
위층 교회에서는 철야 예배가 진행 중이었고, 아래층 교실 복도에서는 이미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당국은 기물 파손을 막기로 결정했다. 배불뚝이 사팔뜨기 학감이 교사들, 감독관들, 사감보들, 관리인들을 불러 모았다. 적진의 지휘소는 교무실이었고, 우리 지휘소는 복도 끝에 있는 교실 중 하나였다. 철야 예배가 시작되기 전, 백열 램프들은 철사 고리에서 떼어내 천장 높이 매달려 있었다. 끄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학감은 복도 곳곳에 경비원들을 배치했다. 출입구들 역시 적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우리는 주머니에 돌멩이를 채워 넣고 몽둥이와 대걸레 자루로 무장했다. 발렌틴의 손에는 뼈로 된 노즐이 달린 노란색 가정용 고무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대체 그게 왜 필요하냐고 묻자, 그는 램프를 끄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달아오른 유리에 물총을 쏘듯 물을 한 줄기 뿌리기만 해도 유리가 깨질 테고, 그때 외투를 펄럭여 바람을 일으키면 불이 꺼진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간단하고 소리 없는 방법이었다. 나는 발렌틴의 기발함에 감탄했지만, 그것에 대해 오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양측 지휘소는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고, 철야 예배가 끝나기도 전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사태는 '배불뚝이' 학감이 선제공격을 감행하면서 벌어졌다. 그가 이끄는 15명에서 20명 남짓한 무리가 우리 지휘소가 있는 교실로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우리에게 퇴거를 명령했다. 우리는 거부했다. 그러자 학감이 부하들에게 우리를 교실에서 몰아내라고 지시했다. 그의 표정은 사기 충천한 백전노장 같았고, 제복을 입고 허리춤에 칼을 찬 꼴이 영락없는 사령관이었다. 장난감 칼이긴 했지만 어쨌든 칼은 칼이었다. 그들이 우리를 교실 밖으로 밀어내고 쫓아내기 시작했다. 나를 문 쪽으로 끌고 가던 경비원이 조용하지만 뼈 있는 쌍욕을 뱉었다. "자, 꺼져라, 이 망아지 같은 놈들. 머리털 긴 쓰레기들아!" 우리는 패배를 맛본 채 어느 침실로 모여들었다. 발렌틴이 말했다.
"당장 지원군을 불러와야 해. 예배당으로 가서 한 30명 정도만 데려와. 예배가 끝날 즈음엔 우리가 다시 교실을 점령하고 저 경비원 놈들을 쫓아내야 해. 다른 길은 없어."
모두 발렌틴의 말에 동의했다. 침실은 신학생들로 가득 찼다. 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당국은 다소 안심한 듯했다. 전령이 뛰어와 철야 예배가 끝나간다고 알렸다. 우리 무리는 침실을 빠져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선두에는 주사기를 든 발렌틴이 섰다.
"어이, 비켜, 안 그러면 때린다." 우리가 적들에게 경고했다.
경비원들과 감독관들이 복도에서 우물쭈물했다.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벽이 되어 그들을 향해 밀고 나갔다. 돌멩이와 몽둥이가 날아다녔다. 아스팔트 바닥 위로 무언가 구르고 긁히는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첫 번째 유리창이 깨지는 쨍그랑 소리가 터졌다. 누군가 억눌린 비명을 질렀다. 턱수염을 기른 반백의 경비원 하나가 우스꽝스럽게 팔을 벌리고 우리에게 달려들다가 자기 편에서 낙오되었다. 그는 순식간에 쓰러졌고 우리는 계속 돌진했다. 감독관들은 교무실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도망쳤다. 우리는 복도를 점령했다. 장대 끝에 세게 얻어맞은 램프 하나가 테두리에서 빠져나와 바닥으로 떨어지며 박살 났다. 아스팔트 위로 쏟아진 등유 위로 불길이 치솟았다.
"제기랄!" 발렌틴이 쓸모없어진 주사기를 손에서 굴리며 소리쳤다. "불나겠다. 꺼!"
"그거 참 잘됐네." 카잔스키가 불이 번지는 것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차분하고 철학적인 투로 중얼거렸다.
어디선가 신학생 외투 몇 벌을 끌고 와 불타는 바닥 위에 던져 덮었다. 불이 꺼졌다.
철야 예배가 끝났다. 신학생 무리가 복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램프는 모조리 꺼졌다. 그들은 유리창을 깨고, 문짝을 경첩에서 뜯어내고, 창틀을 때려 부수고, 책상을 뒤엎었다. 돌멩이들이 무차별적으로 날아다녔다. 어떤 놈은 몽둥이를, 어떤 놈은 장작개비를, 어떤 놈은 그냥 주먹을 휘둘렀다. 고함, 아우성, 휘파람, 야유, 비명, 욕설, 상소리가 난무했다.
"때려부숴!.. 물러가라!.. 버텨, 얘들아! 사감보랑 선생 놈들을 작살내버려! 절대 봐주지 마! 그동안 우리를 모욕한 대가다! 제헌 의회 만세!"
복도는 귀청이 터질 듯한 굉음으로 가득 찼다. 마치 거대하고 기괴하며 불길한 새 한 마리가 밤의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그 새가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창틀과 문짝이 날아가고, 부리로 쪼아대며 괴성을 지르고 쉭쉭거리는 꼴이 마치 적에게 달려들며 바깥의 넓은 세상으로 뛰쳐나가려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조각난 기억 속에 남은 것이라곤 못에 긁혀 피가 나는 손, 구부정한 자세로 웅크린 감독관의 역겹도록 순종적인 등짝, 그리고 그 등을 몽둥이로 내리치던 감각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어딘가로 미친 듯이 달려가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유리창을 깼다. 나는 파괴가 주는 황홀한 희열과 공포, 떨리는 분노, 잔인하고 악의적이며 유쾌한 힘, 몽롱한 취기와 무언가로부터 마침내 해방되었다는 기쁨을 맛보았다. 시간은 강철 스프링처럼 압축되어 일련의 사건과 감각들을 촘촘하게 좁혀놓은 듯했다. 내 안에서 태곳적부터 존재해 온 단순하고, 강력하고, 거대하고, 이름 없는, 오랫동안 잊혔던 어떤 힘이 깨어나 내 존재 전체를 무섭게 장악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응어리를 풀어주는 묘한 안도감이 있었다. 수년 후 남부의 식물원에서 나는 선인장 군락 앞에 멈춰 섰다. 그중 하나가 내 눈길을 끌었다. 사람 키만큼 자란 유난히 거대한 놈이었다. 흉측하고, 생생하고, 사악하며, 단단하고, 마디가 지고, 가시가 돋친 그 선인장은 기이한 긴장감 속에 굳어 있었다.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섬세한 식물과 꽃들 사이에서 그것은 마치 원초적인 힘으로 무장했던 고대의 거칠고 투박한 시대의 잔재처럼 보였고, 아마도 그래서 그것은 그날 밤의 파괴와 난투극 속에서 내가 느꼈던 것을 떠올리게 했던 것 같다.
그 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 순간이 또 있었다. 흐릿한 북부의 여름, 울창한 숲의 녹음, 침엽수에서 풍겨오는 향기, 숲속에 내려앉는 황혼의 어스름, 바스락거리며 떨어지는 마른 솔잎들, 잿빛 이끼들, 이끼 낀 전나무 가지들,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강물 소리, 그리고 좁은 수풀 틈새로 보이는 오팔색 하늘 조각들. 두려움과 굴욕감에 시달리며,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근하고 가깝게 여겨졌던 눈동자들이 이제는 신비롭고 낯설며, 겁에 질려 긴장한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강 너머에서 오리 한 마리가 꽥꽥거렸고, 그 순간 나는 내 안에서 분해할 수 없는 거칠고 혼란스럽고 원초적인 힘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폭동과 난동, 파괴로 얼룩졌던 그 밤의 감각을 특별한 방식으로 또다시 경험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교실로 뛰어들어 창문을 확 열어젖혔다. 하늘에는 반딧불이 같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고, 늦은 종소리가 허공을 떠돌았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복도로 나가 발렌틴을 찾아 헤맸다. 복도 끝에서 그를 찾았다. 탈의실에서 새어 나오는 노르스름하고 희미한 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틱 장애 환자처럼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주사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구경꾼 무리를 헤치고 접견실 쪽에서 건장한 체격에 검은 수도복을 입은 학장 수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얘들아! 도대체 무슨 짓이냐, 당장 멈추거라!" 그가 우리 쪽 복도로 다가오며 소리쳤다.
발렌틴이 몇 걸음 마주 걸어 나가더니, 가볍지만 힘 있게 팔을 휙 휘둘렀다. 돌멩이가 학장의 머리로 날아가 둥근 모자를 떨어뜨렸다. 학장은 수도복 자락을 우스꽝스럽고 어색하게 계집애처럼 걷어쥐고는 교무실을 향해 달아났다. 발렌틴은 아무 말 없이 그 뒤를 쫓았다. 어깨는 넓지만 살집이 무른 사감보 페트로프가 발렌틴을 붙잡으려 했으나, 그는 순식간에 몸을 비틀어 빠져나가 계속 달렸다. 나도 발렌틴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우리 둘은 교무실에 있게 되었다. 작고 마르고 떨고 있는 발렌틴과 나.
발렌틴은 문간에서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
"아하, 여기 다 숨어 있었구나, 비열한 놈들! 난 마르크스주의자인데, 당신들이 우릴 폭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게 만들었어! 이 사기꾼들, 압제자 놈들! 본때를 보여주마…"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의자를 집어 들어 교사들 무리를 향해 집어 던졌다. 교사들은 방 반대편 구석으로 물러났다. 그때 문학 교사 오를로프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오를로프는 푸시킨, 고골, 레르몬토프의 숭배자였으며 훌륭한 교사로 통했다. 키가 작고 머리가 큰 그는 활기차게 교실에 들어와 손을 힘차게 비비고 금테 안경을 고쳐 쓰며 수업 내용을 알차고 흥미롭게 가르쳤다. 그는 서둘러 강의를 진행하고는 항상 "자, 여기까지"라는 말로 끝맺었는데, 그의 진가는 절묘한 질문과 통찰력 있는 논평에 있었다. 그의 가장 우수한 학생은 발렌틴이었다. 그는 발렌틴을 자주 지명하지 않으면서도 늘 최고 점수를 주었다. 학생들은 오를로프를 존경했고, 신학교 학생들이 으레 붙여주곤 하던 그 악의적이고 모욕적이며 대개는 적절한 별명 하나 붙지 않은 유일한 선생인 듯했다. 발렌틴은 그와 체호프, 고리키, 톨스토이, 코롤렌코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고, 신학교 규율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정중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를로프는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다가와 길을 막아섰다.
"무슨 짓인가? 정신 차리게, 이러면 안 돼. 진정해."
그는 발렌틴의 팔을 잡았다. 발렌틴은 팔을 뿌리치고 힘껏 오를로프의 얼굴을 때렸다. 오를로프는 뒷걸음질 치다 안락의자에 걸려 넘어졌다. 발렌틴이 발로 그를 짓밟기 시작했다. 오를로프가 몸을 일으켰을 때 그의 입술은 찢어져 있었고, 뾰족하게 다듬은 수염 위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고, 비참하고 당혹스러워 보였다. 오를로프를 내버려 두고 발렌틴은 녹색 융단이 덮인 책상으로 달려갔다. 그가 융단 자락을 확 잡아채자 잉크병, 펜, 책, 문진, 공책들이 와르르 바닥으로 쏟아졌다.
교사들은 다소 정신을 차린 듯했다.
"문 잠가, 다른 놈들 못 들어오게! 이 놈들 잡아!"
입에 담기 힘든 별명(시골에서 말똥을 부르는 속어)을 가진 뚱뚱하고 둥글둥글한 성경 교사가 얼이 빠져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마귀가 씌었어! 저놈들한테 마귀가 들어갔어!"
문이 닫히고 잠겼다. 수십 개의 손이 우리를 잡으러 덤벼들었다. 그제야 나는 교사들 틈에 우리 둘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무실 밖에는 널찍한 접견실이 있었고, 거기엔 우리에게 적대적인 무리와 단순히 난동을 구경하는 무리로 가득 차 있었고, 그 너머 복도에서는 우리가 교무실에 갇혔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신학생들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우리는 영웅적으로 저항하고 몸을 피했지만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
"묶어, 묶어! 밧줄 어디 있어? 이만하면 됐다, 실컷 싸웠잖아!.. 이게 무슨 난장판이야!.."
키가 크고 건장한 신학 교사 페노게노프가 나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육중한 몸으로 짓눌렀다. 그의 숨결은 뜨겁고 역겨운 냄새가 났다. 그때 나는 소리쳤다. 우리 편에게 신호를 보내며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꽤 오랫동안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내 목소리가 그들에게 닿았다. 반란자들이 군중을 뚫고 돌진해 교무실 문을 사정없이 두들겨 부수기 시작했다. 이내 경첩이 뜯겨나가며 문이 박살 났다. 육박전이 벌어졌다. 교사들은 구석으로 몰렸다. 학생들은 의자, 몽둥이, 덧신, 우산, 주먹을 총동원해 집요하고 끈질기게 그들을 구타했다. 욕설과 짐승 같은 울부짖음, 포효가 난무했다. 벽에 걸려 있던 커다란 괘종시계가 뜯겨 나가 바닥에 처박히며 요란하게 박살 났다. 페노게노프에게서 풀려난 나는 물병을 집어 들고 주변을 향해 마구 휘둘러대며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물을 흠뻑 끼얹었다. 발렌틴은 누군가의 여우 털 외투를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가장 솜씨 좋게 움직인 것은 멜리오란스키였다. 최고의 춤꾼이자 바람둥이, 카드놀이꾼인 그는 날씬한 근육질에 힘줄이 불거져 있었다. 그의 타격은 침착하고 정확하며 계산된 파괴력이 있었다.
우리 신학교 역사상 전무후무한 이 난투극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나는 활짝 열린 창문과 창틀에서 갈기갈기 찢기고 두들겨 맞은 채 모자도 없이 거리로 뛰어내리는 교사들을 보았다. 문을 통해 슬그머니 빠져나간 이들도 여럿 있는 듯했다. 붉은 머리에 기름기 흐르는 보제는 팔을 내저으며 훌쩍거리면서 자신을 에워싼 신학생들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소파 위에는 사감보 중 한 명이 의식을 잃고 꼴사납게 쓰러져 있었다.
교무실에서 교사들은 모두 사라졌다.
거친 피부에 고릴라 같은 팔을 가진 거구의 보즈네센스키가 벽난로에서 부지깽이를 움켜쥐고는 잠긴 수납장으로 달려갔다. 문틈으로 부지깽이 끝을 쑤셔 넣고 확 잡아당기자 문이 활짝 열렸다.
"얘들아!" 그가 악을 썼다. "여기 학급 일지랑 품행 기록부가 있다! 다 찢어버려! 끄집어내!"
신학생들이 수납장으로 달려들었다. 신학생들의 자잘한 죄가 기록되고 1점과 2점이 매겨지던 바로 그곳! 손에서 손으로 책과 일지, 공책들이 어지럽게 지나갔다. 그들은 맹렬하고 악착같이 그것들을 찢어발겼다. 누군가 외쳤다.
"얘들아, 불 피우자! 태워, 불 질러!"
거대한 벽난로에서 불타는 장작을 꺼내 방 한가운데로 가져왔고 책상은 옆으로 치웠다. 불길 속으로 종잇장들이 날아들었다. 불길은 창문에 핏빛 어른거림을 그리며 종이들을 즐겁게 먹어 치웠다. 짙은 연기가 교무실을 가득 채웠다.
류브빈이 설교하듯 외쳤다.
"동지들! 조직적으로 행동합시다!"
"조직적으로 하고 있어." 미탸 데니소프가 갈기갈기 찢긴 학급 일지 뭉치를 불길 속으로 정성스레 쑤셔 넣으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근데 이거 아무래도 불이 나겠는데!" 카잔스키가 서류 더미를 발로 불길 쪽으로 밀어 넣으며 침착하면서도 흡족한 투로 말했다.
"당연히 불나지!" 나도 그에게 동의했다.
콜랴 도브로데예프는 불길 주위에서 부산을 떨며 외쳤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님께 영광을!"
"등유 부어!"
"벽난로에서 숯 더 가져와!"
구석에서 소란이 일었다. 야간 경비원 미헤이를 잡은 것이다. 그는 교사 중 한 명의 외투와 가위를 훔쳐 달아나려다 발각되었다. 신학생들이 그를 에워쌌다.
"아하! 이 난장판에 도둑질을 하려고, 이 짐승만도 못한 놈! 네놈 죄까지 우리한테 뒤집어씌울 참이냐!"
미헤이는 콧수염을 곤두세우고 비열하고 겁먹은 표정으로 실실 웃었다.
"아니, 난 그저... 어차피 다 타버릴 물건인데... 맹세코 다른 뜻은! 학생 나리들, 한 번만 봐주쇼!"
학생들은 그를 문밖으로 쫓아냈고, 외투를 빼앗아 바닥에 던져버렸다.
이 아수라장 속에서 우리는 군인들이 도착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학장과 주교가 주지사에게 병력 파견을 요청했고, 반 개 중대 규모의 군인들이 신학교 근처 포크롭스키 목욕탕에 숨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지연이 생겨 난동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에야 군인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우리의 저항은 미약했다. 군인들은 개머리판을 휘두르며 우리를 흩어버렸다. 주근깨투성이의 들창코를 한 작은 체구의 병사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우리는 말없이 공허한 눈으로 서로를 응시했다. 그러다 그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씩씩거리며 묘한 기합 소리를 내고는 개머리판으로 내 어깨를 쳤다.
나는 밖으로 도망쳤다.
접견실에서는 멜리오란스키가 발렌틴의 소매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어디선가 학감이 나타났다. 난동이 벌어지는 동안 그토록 잡고 싶어 안달 났던 학장과 학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이제야 나타난 것이다. 학감 곁에는 키가 크고 마른 경찰서장이 서 있었다. 발렌틴을 발견한 학감은 그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쉰 목소리로 내뱉었다.
"저놈이 주동자요, 당장 체포하시오!"
경찰서장이 발렌틴을 날카롭게 쏘아보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재빨리 고개를 돌려버렸다. 우리는 탈의실에서 아무 외투나 걸쳐 입고 안뜰로 뛰쳐나왔다. 요란한 종소리를 내며 소방대가 건물로 들어오고 있었다. 교무실에서는 솜뭉치 같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우리는 서둘러 거리로 빠져나왔다.
거리는 인파로 꽉 막혀 있었다. 납작하게 구겨진 카르투즈 모자를 쓰고 훌쩍한 목을 드러낸 사내 하나가 우릴 멈춰 세우더니, 손가락의 뭉툭한 절단면을 흔들어대며 감격에 차 말했다.
"아, 형씨들! 우리 직공들도 불렀으면 좋았을 걸. 기꺼이 거들어줬을 텐데! 암, 저것들은 아주 작살을 내놔야지!"
사람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모표를 단 관리가 제복 코트 주머니에 두 손을 꽉 찔러 넣은 채, 우리를 붙잡아 경찰서로 넘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주변에서 동조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멜리오란스키가 그 관리를 밀쳐냈다. 누군가 뒤에서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돌아보니 잿빛 카라쿨 모자와 그 아래로 흘러내린 여인의 머리칼, 그리고 불안에 흔들리는 눈동자가 보였다.
"갑시다." 그녀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갑시다." 그녀가 반복했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그녀는 앞장서 걸었다. 우리는 순순히 뒤를 따랐다.
"우리가 본때를 보여줬지." 발렌틴이 길을 걸으며 중얼거렸다. "평생 잊지 못할걸."
낯선 여자가 내 쪽을 돌아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했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생기 있고 앳된 소녀 같았다. 나는 그녀의 입가에 난 점과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미쳐 날뛰며 흥분과 도취 속에서 길을 잃은, 거칠고 고립된 존재라는 것을. 그녀에겐 우리의 난동 따윈 전혀 필요치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의 안에서 모든 것은 단순하고 아름다우며 우리가 방금 저지른 모든 짓과는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는 마음을 다해 진솔하게 그녀에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내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우리 반란의 당위성에 대한 장황한 설명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내 말을 들어주었다.
"잠깐." 발렌틴이 갑자기 멈춰 섰다. "이러면 안 되지. 동지들을 버려두고 왔잖아! 지금 애들이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다시 돌아가야 해."
카라쿨 모자가 발렌틴에게 다가와 단호하게 반박했다.
"거긴 군인들이 깔렸어요. 아무도 도울 수 없어요. 거기서 당신들이 할 일은 없어요. 갑시다."
"제기랄!" 발렌틴이 거칠게 말을 잘랐지만, 웬일인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욕하지 마세요." 털모자가 훈계하듯 말했다. "여긴 신학교가 아니잖아요.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세요."
그녀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광란의 반란자였던 우리는 순한 양이 되어 그녀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우리는 거의 말없이 몇 블록을 걸었다. 어느 길모퉁이에서 털모자가 물었다.
"오늘 밤 묵을 곳은 있나요? 있다니 다행이네요. 잘 가요. 오늘 신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약속할 수 있죠?"
"약속합니다." 우리가 공손하게 합창했다.
"명심해요." 그녀는 우리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경고하고 작별 인사를 한 뒤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
우리는 그녀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아는 김나지움 학생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신학교 당국은 공고를 붙였다. 신학교는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폐쇄된다. 즉시 휴학증을 받아 가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저녁 무렵 알려진 바로는 80명이 완전 퇴학 처분되었고, 약 200명이 유급되었다. 발렌틴, 나, 류브빈, 카잔스키를 포함한 두세 명의 신학생들에 대해서 학교 운영 위원회는 소요와 정치적으로 유해한 행위, 신학교 건물에 대한 방화 및 폭파 위협과 시도를 이유로 품행 점수 없이 퇴학 처분을 내렸다. 또한 운영 위원회는 폭행 혐의로 우리를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교사들은 멍과 타박상을 달고 일주일 넘게 집에서 요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교는 소송 과정이 번거롭고 곤란할 것이라 판단했다.
우리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본래 폭동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견딜 수 없는 신학교의 처우에 대해 사회의 이목을 끌기 위해 부득이하게 그런 수단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음을 역설했다.
지역 사회민주노동당 그룹은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동정 어린 꾸짖음을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청춘을 보낸 모교와 작별을 고했다. 발렌틴, 류브빈, 그리고 나는 최고 학년인 6학년 진급을 앞두고 퇴학당했다. 나무에선 향긋한 새순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학생모에서 모표를 떼어냈다.
발렌틴의 고무 주사기는 우리 공동체 창틀에 오랫동안 굴러다녔다. 멜리오란스키는 자기가 교무실에서 발렌틴이 쥐고 있던 핀란드제 단도를 빼앗았다가 책상 위에 두고 왔다고 장담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발렌틴이 그 칼을 휘두르려 했다는 것이다. 발렌틴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얼버무렸다. 나는 발렌틴의 손에서 칼을 본 적이 없다.
수년 후 유형지에서 나는 어느 날 발렌틴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카라쿨 모자 기억나? 만약 난동 직전에 그녀가 우리랑 신학교에 같이 있었다면, 어쩌면 난동 같은 건 없지 않았을까?"
"그녀가 그때 우리랑 있었다는 건 개연성이 없어." 발렌틴이 대답했다.
정말로, 그건 믿을 수 없고 개연성 없는 일이었다.
***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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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voron/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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