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문화사> 문의란에 1월 초순에 질의한 내용이다. 초반에 질의한 몇 개는 답변이 왔는데, 아직 답변이 안 온 대부분의 질의 중 일부를 공유해 본다.
담당자님, 안녕하세요.
출판사와 역자님의 노고 덕분에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잘 읽고 있습니다. 다만, 해제 부분에서 불교 교리(육식의 정의, 욕망의 성격)에 관한 서술이 일반적인 불교의 관점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독자들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다음 판본에서 재검토해주실 수 있을까요?
[715쪽 2번째 줄에서 시작하는 문장]
"불교에서는 이 오감에다 뜻(법, 의식)이라는 육식이 첨가된다."
→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한 내용니다. '육식'은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 이 여섯 가지를 한번에 칭할 때 쓰는 집합 명칭입니다. 불교에서 순차 개념도 잘 쓰지 않아 일반적으로 '여섯번째 식'이라고도 안 합니다. 아래와 같은 표현이 어떨까 싶습니다.
"불교에서는 오감의 인식에다가 마음의 작용인 의식까지 아울러 육식(六識)이라 일컫는다."
[717쪽 6번째 줄에서 시작하는 문장]
"불교에서 욕망은 악의 근원이고, 모든 욕망은 삶에의 의지를 수락하는 긍정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본다."
→ 2가지 표현을 고려해주십사 합니다. '욕망은'과 '악의 근원'입니다. 불교에서는 욕망을 나쁘다고 봤다기보다 '고집멸도'라는 개념에서 알 수 있듯이, '욕망을 향한 집착'을 고통의 근원이라고 봤습니다. 더불어서 선악 개념이 없어서 '악의 근원'이라는 표현이 바람직하지 않은 듯합니다. '고통의 근원'이란 표현이 적절한 듯합니다. 아래와 같은 문장이 어떨지요.
"불교에서 욕망을 향한 집착은 고통의 근원이고, 모든 욕망은 삶에의 의지를 수락하는 긍정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본다."
감사합니다.
근데 저게 만약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거라면, 즉 쇼펜하우어의 불교 이해가 후졌던거라면 네가 지적한대로 수정하는건 원문 훼손 아닐까?
책 보면 알겠지만, 역자가 쓴 해제야. 덧붙이자면, 이 해제 자체에 '1800년대 이제 막 인도철학이 번역되어 들어오기 시작한 유럽의 여건상 쇼펜하우어의 불교 이해는 체계적이거나 깊지 않은 면이 있었다'식의 내용이 해제에 담겨 있고, 위는 그 역자가 불교를 설명하는 부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