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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자유로운 무리



우리는 모퉁이에 있는 큰 집의 빈방을 얻어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탁자와 벤치를 샀다. 침대 살 돈은 부족했다. 열다섯에서 스무 명 남짓의 퇴학당한 신학생들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 외투를 덮고 잤는데, 많은 이들이 시트도 베개도 없었다.


살림살이를 장만하기 시작했다. 접시, 숟가락, 칼, 포크, 유리잔이 생겼다. 신학교에 남아 있던 우리의 지지자인 동기들이 조금씩 빼돌려 온('슬쩍해 온') 것들이었다. 담요도 몇 장 가져왔다.


벼룩시장에서 산 찌그러지고 녹청이 낀 거대한 사모바르는 환호를 받았다. 그것으로 살림 장만은 끝났다. 방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기보다 창고 같은 모습이었다. 떼가 묻은 벽지, 신문 조각, 담배꽁초, 소시지와 청어 찌꺼기가 우리 거처의 궁색함을 더했다. 하지만 햇살이 가득했고, 우리는 모두 젊었으며, 더 이상 신학교에 살지 않고 시험 준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보통 열어두는 낮은 창문으로 행인들이 이따금 적의 섞인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았다. 평범한 시민들은 곁눈질을 했고, 살로프를 걸친 신심 깊은 부인네들은 성호를 긋고는 길 건너편으로 피해 갔다. 이웃 가게 주인들은 우리에게 물건을 파는 것을 경멸하는 태도로 마지못해 했다. 쾌활한 고함, 노래, 시끌벅적한 소리는 우리 아파트 근처 초소에 서 있던 경관을 불안하게 했다. 그는 눈을 부라리고 콧수염을 움찔이며 위압적이고 경고하듯 헛기침을 했고, 옆구리에 쓸쓸하게 매달린 군도를 엄격하게 고쳐 맸다. 우리는 외부 감시 요원들을 꽤 잘 식별하게 되었다. 그들은 왠지 모르게 지워진 것처럼 흐릿한 이목구비를 가졌고 똑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바로 학생 모자였다. 그들은 우리 공동체 쪽을 쳐다보지 않으려 애쓰며 앞뒤로 서성거렸고, 우리가 휘파람을 불고 야유를 보내면 사라졌다.


한번은 젊은 구역 담당 경찰관이 우리를 찾아와 방을 둘러보고 뜯겨 나간 모표를 보더니 동정적이면서도 거드름 피우는 태도로 한숨을 쉬었다. "에휴, 젊은 친구들!" 그는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정중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나갔다.


경찰서장이 발렌틴을 호출했다. 코뮌을 해산하라고 제안했다. 발렌틴은 많은 이들이 당장 갈 곳이 없다고 했다. 경찰서장은 관대함을 베푸는 척했다. 어쩔 수 없군, 주지사 앞에서 이 반항아들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는 수밖에.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혁명 조직에 가입하지 말고, 대중 집회에 참가하지 말며, 품행을 단정히 하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발렌틴에게 자기도 신학교 당국을 못 견디게 싫어하며, 자기 형은 유명한 망명객이자 사회혁명당원이고, 자신도 학생 시절 한때 '그런 일'에 빠져 『자본론』을 읽었지만 혁명 사상의 유해성을 깨달았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발렌틴은 그와 애매하고 소득 없는 말싸움을 벌였고, 약속은 하지 않았다. 경찰서장은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갈 곳이 없었다. 어떤 이들은 반란자라는 오명을 쓰고 부모님께 가고 싶지 않았고, 어떤 이들은 부모가 없었다. 일자리를 열심히 찾았다. 싼값의 과외 자리 몇 개와 젬스트보에서 통계 관련 임시직을 조금 얻을 수 있었다. 나머지는 일하는 사람들의 수입과 우발적인 수입에 의존해 살았다. 점심은 거르기 일쑤였다. 하지만 가끔 우리 학생 서클의 여자 친구들인 올랴와 리다가 찾아왔다. 그녀들은 김나지움을 졸업했다. 갓 씻은 비누 냄새가 나는 갈색 원피스에 깨끗한 토시와 칼라를 한 새하얀 피부의 올랴는 퇴역 장군의 딸이었다. 장군은 과묵한 사람이었지만 웬일인지 혁명적인 청년들을 좋아했다. 그녀의 친구 리다는 무성한 숲처럼 깊고 순진하면서도 타락한 듯한 눈매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밤색 땋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은 와서 방을 쓸고 식탁의 음식 찌꺼기를 치우고 우유를 끓이고 달걀 프라이를 만들었다. 여성 혐오자 류브빈은 올랴가 있으면 음침하게 땀을 흘리고 얼굴을 붉히며 인사불성의 멍청이가 되었다. 리다 뒤에는 멜리오란스키, 콜랴 도브로데예프, 보즈네센스키가 졸졸 따라다녔고, 발렌틴도 그녀를 길게 곁눈질하곤 했다.


한때 코뮌에 거위가 등장했다. 알고 보니 데니소프와 카잔스키가 연못가 별장 뒤편의 목초지를 눈여겨보았던 것이다. 데니소프가 몽둥이를 들고 다니다가 기회를 틈타 거위의 머리를 쳐서 떨어뜨리면, 카잔스키가 미리 준비한 자루에 사냥감을 숨겼다. 거위는 게걸스럽게 먹어 치워졌지만, 곧 코뮌원들은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거위 사냥을 코뮌의 명예를 더럽히는 양아치 짓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쪽은 프루동의 '소유는 도둑질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코뮌의 죄를 덮으려 했고 우리에게 있는 접시, 칼, 포크의 출처가 의심스럽다는 점을 암시했다. 질서와 규율이 승리했다. 게다가 데니소프는 거위 사냥도 지겨워졌고, 최근에 어떤 농부에게 쫓겨 하마터면 잡힐 뻔했다고 털어놓았다. 카잔스키가 그 슬픈 이야기를 증언해 주었다.


코뮌의 구성원은 바뀌었다. 좀 살다가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하지만 8~10명 정도(대부분 아버지가 없는 이들)는 공동체를 굳게 지켰다. 게다가 공동체는 특이한 구성원들로 채워졌다.


어느 이른 아침, 뜻밖의 방문객이 우리를 깨웠다. 그는 모든 것이 넓었다. 얼굴, 어깨, 가슴, 등, 재킷, 밀짚모자, 바지, 그리고 희끗희끗한 수염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를 뒤집어쓴 그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신학생들을 재빨리 훑어보고는 헝클어진 밀짚 수염을 손으로 빗어 내리며 우렁차게 물었다.


"내 사슈카가 너희한테 있나, 이 천하의 말썽꾼들아?"


사슈카가 졸린 눈을 비비며 아버지를 빤히 쳐다봤다.


"쫓겨났냐, 이 녀석아?"


"쫓겨났어요!"


"좋아, 나중에 얘기하자. 내가 너희 모두 아주 혼꾸멍을 내 줄 테다. 차 있나? 난 말이야, 내 자전거로 120베르스타를 달려왔어. 내가 직접 만든 건데, 아주 잘 나가, 아주 잘 나가, 마치 양탄자를 타고 나는 것 같다니까."


그는 온 아파트가 울리도록 푸르르 코를 풀며 얼굴을 씻고는, 투덜거리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요란하게 사모바르를 다루기 시작했다. 한 시간 후 우리는 세묜 가브릴로비치가 오제르키 마을의 시편 독송자이며, 기계를 '가지고 노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고철을 사들이고 파종기, 탈곡기, 자전거를 만들고, 축음기를 고치고, 피아노를 조율하고, 자물쇠, 우산, 코르셋, 플루트, 담배 파이프, 안락의자를 수리하고 책 제본도 하는데, 이 모든 것은 영구 기관을 발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런 기계를 발명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학자놈들! 500년 전에 그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게, 심지어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체인을 가져다가 바퀴에 걸고, 체인에 작은 양동이를 매달고, 양동이에 강철 공을 넣고, 바퀴에 경사진 받침대를 이렇게 만들고, 손으로 바퀴를 돌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어떤 공들은 양동이에서 빠져나와 받침대를 따라 굴러가고, 다른 공들은 관성에 의해 다시 양동이로 들어가 바퀴를 기울게 할 테니, 바퀴는 돌고 돌아서 당신이 원하는 만큼 계속 돌게 될 것이다. 영구 기관에 대해 이야기한 후 사슈카의 아버지는 "이틀 정도 묵어가도 되겠냐"고 묻고는 서둘러 채비해서 시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다. "거기 가면 입이 떡 벌어질 기계들이 있다더군."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지났지만, 유쾌한 독송자는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낄낄거리며 그는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 집 정말 끝내주네, 정말로. 제일 좋은 건 밤이든 낮이든 언제든지 사모바르를 쓸 수 있다는 거야. 너희는 맙소사, 부랑자처럼 살고 있지만 난 너희랑 있는 게 좋아. 나도 한곳에 오래 엉덩이 붙이고 있지 못하거든. 자꾸 어딘가로 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오제르키에 2주 정도 앉아 있으면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어.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온 고을을 누비고 다니지. 내 생각엔 사람은 새로운 곳을 찾아다녀야 해. 우리는 모두 달리기 선수로 태어났는데, 한곳에 오래 앉아 있는 놈들은 썩게 마련이야.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안 낀다잖아. 안 그래?"


그는 재빨리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와 어울렸고, 자기 마을과 직책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 듯했다. 우리는 그를 세냐 아저씨라고 불렀다. 익숙해지자 그는 조금씩 우리의 단순하고 가난한 살림을 장악해 나갔다. 당번을 정하고, 방 청소를 시키고, 청결 상태를 감시하고, 직접 베이글과 우유를 사러 다녔다. 그가 성공하지 못한 한 가지는 저녁 만찬이었다. 올랴와 은밀하게 속닥거리고, 그의 표현대로라면 리다를 '꼬시고', 화로를 고치며 부산을 떨어도 소용없었다. 재료값이 모자랐거나 우리의 무질서함이 방해되었는지, 우리는 '마른 음식(빵 등)'으로 때워야 했다.


"너흰 답이 없다, 정말로." 그는 자신의 실패에 대해 투덜거렸다.


선전물 뭉치를 보자 그는 겁에 질려 손사래를 치며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우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만둬, 제발! 도대체 이게 왜 필요한 거야? 아무것도 안 될 거야. 더 대단한 투사들도 있었지만, 마카르가 송아지도 몰고 가지 않는 오지(시베리아)로 끌려갔어." 한숨을 쉬며 큰 소리로 덧붙였다. "내가 왜 너희랑 엮였을까? 우리 티모페이 신부님이 날 파문했을 게 뻔한데, 난 여기서 너희랑 빈둥거리고 있네. 이러다 너희 때문에 감옥 가겠어. 안 돼, 가야지. 죄에서 멀찍이 떨어져야 해!"


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았다. 거의 매일 그는 '기계 구경'을 하러 나갔다. 어느 공장에 다녀온 그는 머리가 헝클어진 채 돌아왔다.


"세상에, 어디까지 발전한 거야! 기계가 혼자서 다 하더라고. 사람은 옆에 서서 손으로 이렇게 고쳐 주기만 하면 되는데, 기계가 아주 쌩쌩 돌아가, 쌩쌩 돌아가! 그런데도 너희는 영구 기관을 만들 수 없다고 하지.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아! 아니야, 두고 봐, 될 거야, 되고말고. 너희 찌라시보다 훨씬 나을걸, 그게 아니라... 도대체 무슨 놈의 혁명이 필요해, 영구 기관이 생기면 누구한테 필요하겠어? 대답해 봐, 이 악당들아? 집집마다 그런 기계, 아주 조그만 거 하나씩 놔두면 다 백만장자가 될 텐데. 왜냐고? 공짜 동력이니까. 그냥 앉아서 쉬면 기계가 너를 위해 일해 줄 테니까... 난 기계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아시아, 호주, 노바야젬랴, 달나라까지. 기계가 다 줄 거야. 기계는 네가 한자리에 앉아 있게 놔두지 않을 거야. 아니, 너를 흔들어 깨울 거야, 이 굼벵이 같은 놈아. 움직여라, 여행해라, 활동해라!.. 우리 오제르키에 좀 앉아 있어 보면 그때 알게 될 거야, 그때 인간에게 왜 기계가 필요한지 제대로 깨닫게 될 거야. 그런데 너희는... 혁명이라니. 혁명은 나를 바다 건너로 데려다주지 않아."


"바다 건너로 기계 타고 가려 해도 돈이 필요하잖아요." 우리가 세냐 아저씨를 타이르듯 말했다.


"돈이 필요하지, 돈이 필요해." 그는 건성으로 동의하다가도 금세 돈 얘기는 잊어버리고 다시 기계와 영구 기관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그의 농담, 즐거움, 꾸밈없음, 수더분함, 평온함, 태평함, 둥글둥글하고 거침없는 활동성과 다정함은 끝이 없었다. 마흔일곱이 되었지만 그는 늙어가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많이 먹고, 사모바르를 '눌러앉아' 비우고, 아이처럼 깊이 잤으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말하고,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농담을 했지만, 단순하고 가벼우며 악의가 없어서 누구도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에 잠기는 것은 오직 그가 좋아하는 노래, 특히 <비행선>을 부를 때뿐이었다. 그는 듣기 좋고 길게 끄는 테너 목소리로, 교회 성가풍으로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콧수염 기른 척탄병들은 잠들었네


엘베강이 소리쳐 흐르는 평원에서,


추운 러시아의 눈 밑에서,



피라미드의 뜨거운 모래 밑에서...


그의 얼굴은 더욱 넓고 따뜻해졌다. 튼튼한 등이 구부정해지고, 그는 두툼한 손가락으로 곱슬곱슬한 수염을 천천히 빗어 내리며 이따금 숱 많은 콧수염을 펴주곤 했다. 그는 보통 저녁에, 고요하고 해가 지는 어스름한 시간, 아직 불을 켜지 않아 사물들의 윤곽이 흐릿하고 구석에는 어둠이 웅크리며 하늘에 창백하고 아직은 유령 같이 희미한 첫 번째 별들이 켜질 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이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희망과 힘이 꽃피는 시절에


그의 제왕 같은 아들은 숨을 거두었고,


오랫동안 그를 기다리며,


황제는 홀로 서 있네.


"이것 봐," 노래를 마치면 그는 으레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이 살았고, 세상이 그의 발아래 있었는데, 모두에게 잊히고 버림받아 죽었어. 우리 같은 사람들은 흔적도 안 남을 거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겠지..."


오제르키에서 온 이 독송자는 나폴레옹의 운명을 진심으로 슬퍼했다...


...첫 폭풍우가 요란하게 지나가고 귀룽나무 꽃이 씁쓸하게 피웠다 졌으며, 저녁이면 풍뎅이들이 낮고 굵게 윙윙거렸다. 세상은 우리에게 끝없이 넓어 보였다. 우리는 전례 없는 것을 꿈꾸었고, 행복에 애가 탔으며, 삶이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리라 믿고 기다렸다.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한 것이었다. 아, 잃어버린 첫아이를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아득하고, 이미 꺼져버렸으나 소중하고 채워질 수 없는 젊은 날의 위대한 순진함이여!..


세냐 아저씨가 온 지 2주쯤 지난 어느 날 저녁, 문틈으로 조심스럽게 머리가 들이밀어지더니 자그마한 신부 하나가 방 안으로 굴러 들어오며 머뭇거리는 말투로 물었다. "들어가도 되나요?" 그러고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들어와, 동생!"


두 번째 방문객이 나타났다.


"인사드립죠. 소개하겠습니다. 말하자면, 공원 묘지 교회 신부 흐리스토포르입니다. 이쪽은 먼 곳에서 저를 찾아온 제 동생, 의사입니다. 그러니까 영혼의 의사와 육체의 의사죠."


'의사들'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 흐리스토포르 신부는 키가 작고 살이 통통하며 엉덩이가 유난히 넓은 수다쟁이였다. 반면 그의 동생은 과묵함을 넘어 우울했고, 말랐으며, 긴 다리를 콤파스처럼 벌리고 서 있었고, 알록달록한 꽉 끼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흐리스토포르 신부가 계속 떠들었다.


"말씀 좀 묻겠는데, 여기 발렌틴이라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아하, 당신이군요, 아-주 반갑습니다!"


그는 창가에 앉아 있던 발렌틴을 작고 부은 눈으로 빤히 쳐다보았다.


"거참 뜻밖이네. 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산적처럼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타라스 체르노모르(푸시킨의 시에 나오는 마법사)처럼 엄청난 머리숱에, 거대한 주먹, 부리부리한 눈을 가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뭐 수줍은 처녀 같네. 웃기네, 정말 아주 웃겨."


발렌틴은 손에 든 책을 만지작거리며 미소 지었다.


"그건 그렇고, 안주랑 뭐 마실 건 좀 있어요? 수도승들도 마시는 건데 뭐 어떠냐만. 난 솔직하게 말해서 이념 때문에 고생한 배운 분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있으니까." 의사가 지갑을 꺼내며 침울하게 웅얼거렸다.


보드카, 와인, 안주를 가져왔고 신문지를 깔아 식탁을 차렸다. 흐리스토포르 신부는 탄력 있고 가볍게 식탁 주위를 굴러다니며 조언을 하고, 동정하듯 혀를 차고, 모두에게 '한 모금' 하라고 권했다. 그는 누구보다 많이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다. 의사는 금세 취해서 옆방 바닥에 쓰러지더니 요란하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흐리스토포르 신부는 다가온 세냐 아저씨와 인사를 나눴다. 그가 독송자라는 것을 알고는 내 집처럼 편안해했다. 갈 때가 되자 '동생'을 겨우 흔들어 깨우며 작별 인사를 했다.


"당신네 처소에 또 들러도 되겠습니까? 당신들이 반란자이긴 해도 난 여기가 아주 맘에 드네요."


이틀 정도 지나자 형제는 다시 나타나 교외 묘지에 있는 흐리스토포르 신부의 집으로 가자고 초대했다.


"내 거처는 외딴곳입니다." 작은 신부가 졸랐다. "망자들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그들은 얌전하니까. 한마디로 평화로운 안식처지요."


의사가 또다시 우울하지만 의무적인 듯 말했다.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있으니까."


우리는 동의했다. 올랴와 리다도 초대했다.


교외의 공동묘지는 따뜻한 밤의 습기, 지평선의 검고 무거운 구름 뒤에서 번쩍이는 먼 번개, 장엄하고 슬픈 침묵, 짙은 나무들의 어둠, 기울어진 십자가들로 우리를 맞이했다. 흐리스토포르 신부의 집은 정말로 울창한 화단이 딸린 외딴곳이었다.


젊고 풍만한 사모님, 싹싹한 살림꾼인 그녀가 밀가루 묻은 팔을 팔꿈치까지 걷어붙이고 우리를 맞이했다. 그녀는 재빨리 식탁을 차리고 안주, 파이, 집에서 절인 버섯, 와인과 보드카로 채웠다.


한 시간 후, 흐리스토포르 신부의 표현대로 많은 사람이 '한잔 걸친' 상태가 되었다.


"우리 코뮌을 위하여!" 붉은 반점으로 뒤덮인 카잔스키가 외쳤다.


공동체를 위해 건배했다.


"우리의 영광스러운 문학을 위하여." 내가 제안했다.


"마르크스주의를 위하여." 야수 같고 멍청한 눈으로 올랴를 바라보며 류브빈이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테러를 위하여, 테러를 위하여!" 사회혁명당 성향의 콜랴 도브로데예프가 소리쳤다.


"기계를 위하여." 세냐 아저씨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문학, 마르크스주의, 테러, 기계를 위해 마셨다.


"사모님은 무엇을 위해 드시고 싶으세요?" 멜리오란스키가 눈짓을 하며 물었다.


차려입은 사모님은 미소를 지으며 과실주 잔을 들고 생각하더니 소박하게 말했다.


"전 사람들을 위해서, 여러분 모두를 위해서,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서,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서, 여러분이 평안하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실게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모님!" 취한 발렌틴이 소리치며 일어나 잔으로 유리컵을 땡 하고 쳤다. "그런 걸 위해 마셔서는 안 됩니다. 저는 망상, 미몽, 동화를 위해 마십니다. 동지들, 승산 없는 싸움을 위해, 용기 있는 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을 바치는 자들을 위해, 되새김질하는 배부른 삶과 기저귀와 안락함을 짓밟는 자들을 위해 마십시다."


"마십시다!" 미탸 데니소프가 열광적으로 맞장구쳤다.


사모님은 발렌틴에게 잔을 내밀어 짠 하고 부딪치며, 다른 손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여전히 미소 짓는 얼굴로 말했다.


"당신들은 기저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어휴, 정말 어리다니까! 기저귀가 없었으면 당신들 누구도 이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상관없어요." 발렌틴이 대답했다. "우리가 알 바 아닙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 하라고 하죠."


"성직자를 위하여!"


그때까지 식탁 끝에서 혼자 말없이 보드카를 들이키던 의사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싫어, 안 마셔. 물러가라!"


흐리스토포르 신부가 평화롭게 말했다.


"그럼 내가 혼자 마시겠네, 친구들."


지렁이와 흡사할 정도로 삐쩍 마른 보제가 바이올린을 들고 와서 켜기 시작했다. 류브빈은 올랴를 구석으로 데려가 음침하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흐리스토포르 신부는 지치지 않고 웃으며 술을 권했다. 발렌틴은 리다와 함께 묘지로 빠져나갔다.


세냐 아저씨는 의사와 영구 기관에 대해 학술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의사는 멍한 눈으로 아저씨를 바라보며 불분명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웅얼거렸고, 수다스러운 독송자 때문에 괴로워하는 눈치였다. 실컷 떠들고 난 아저씨는 그를 내버려 두고 '죄를 지으러' 술을 연거푸 마셔대더니 이내 흥분 상태가 되어 망원경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기계, 망원경을 줘. 달을 보고 싶어, 내 손바닥 위에 있는 것처럼. 망원경 없이는 안 돼, 그건 가장 위대한 기적이니까. 경배해야 해."


사람들이 그를 달랬다. 망원경도 없고 달도 없다고. 창가로 그를 데려갔다. 그는 말없이 창밖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울기 시작했다.


"맙소사, 삶이 어찌 이럴 수가!.. 달조차 없다니. 달을 줘, 찾아내, 제발!"


겨우 그를 진정시키자 그는 빠르게 술이 깨기 시작했다.


나는 밖으로 나갔다. 짙은 어둠에 잠긴 묘지는 영원한 적막 속에 누워 있었다. 무덤 언덕들은 말없는 고독 속에서 식어가고 있었다. 내 발밑에는 구더기 입은 시체들, 뼈 무더기, 이빨을 드러낸 해골들이 썩어가고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웃음소리, 노래, 바이올린 소리, 고함이 들려왔다. 나는 전도서의 놀라운 구절을 떠올렸다. "모든 산 자 중에 참여한 자가 소망이 있음은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나음이니라. 무릇 산 자들은 죽을 줄을 알되 죽은 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며 그들이 다시는 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이름이 잊어버린 바 됨이니라. 그들의 사랑과 미움과 시기도 없어진 지 오래이니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일에 그들에게 돌아갈 몫은 영원히 없느니라."


나는 초라한 십자가들, 기울어진 울타리와 비석들, 이름 없는 무덤들, 아무런 의미도 없는 비문들을 들여다보았다. "다시는 상을 받지 못하는 것." 우리네 묘지는 얼마나 슬픈가!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세웠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도의 미라 기술은 조상에 대한 깊은 존경심과 미래에 자신들의 기억을 보존하고 전달하려는 끈질기고 강렬한 열망을 증명해 주었다. 중국에서는 7, 8백 년 된 신상(神像)은 골동품 축에도 못 낀다. 우리에게는 역사가 없다. 우리의 묘지는 떠난 이들에 대한 부주의하고 엉성한 기록일 뿐이다. 얼마나 끔찍하고, 서글프고, 무가치한 삶인가!


하늘에서 구름이 걷혔다. 별들이 푸른 무한함 속에서 들끓었고, 그 빛은 불가해하고 불멸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식탁은 벽으로 치워져 있었다. 멜리오란스키가 춤판에 뛰어들었다. 얼굴이 발그레한 사모님이 손수건을 흔들며 그를 마중 나갔다. 멜리오란스키는 구두 뒤축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고리가 달린 꽉 끼는 파란색 사선 무늬 바지를 입고, 튀어나올 듯이 노골적인 시선을 사모님에게서 떼지 않은 채 뛰고, 발을 구르고, 방을 빙글빙글 돌았다. 사모님은 고개를 뒤로 젖혀 하얀 치열을 드러내고, 탁 트이고 단단한 목덜미와 촉촉한 입술을 번쩍이며 멀어졌다가 다시 다가오면서 그를 약 올렸다.


흥이 오른 흐리스토포르 신부는 캔버스 속옷을 벗어 던지고 긴 머리를 한 번 털어 어깨 위로 흩어지게 했다.


"어이쿠, 주님, 다윗과 그의 온유함을 기억하소서! 성경에 이르기를 다윗이 언약궤 앞에서 뛰놀았다 했으니, 하물며 우리야 더 말할 것도 없지. 준비하세요, 귀한 손님들. 켜라, 보제!"


그는 격렬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구릿빛 얼굴에 펑퍼짐한 검은 바지를 입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한 그는 갑자기 촌부가 된 것처럼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야성적인 기운으로 충만해져서 마치 지리안의 우상처럼 보였다. 그 뒤를 따라 세냐 아저씨가 서툴게 발을 놀리며 사람들을 끌고 나왔다. 넓고 긴 바지가 아코디언처럼 접혔고 해진 바짓단 술이 구두굽에 밟혔다. 다리를 우스꽝스럽게 벌린 채 의사가 한자리에 서서 집중하며 발을 구르고 있었다. 발렌틴과 리다가 빙글빙글 돌았다. 리다는 목덜미의 부드러운 밤색 머리칼을 드러낸 채 약간 나른하고 발그레해졌다. 미탸 데니소프는 흐리스토포르 신부 주위를 맴돌며 소리쳤다.


"혁명 만세!"


"혁명 만세!" 흐리스토포르 신부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의 짧은 적갈색 부츠 목을 신명 나게 두드리면서 기계적으로, 아무 의미 없이 따라 외쳤다. "어이쿠, 춤이나 제대로 춰, 한눈팔지 말고! 바이올린 긁어라, 기세 늦추지 말고!"


바닥이 흔들리고 그릇, 유리잔, 접시, 술잔, 칼이 짤그랑거렸다.


술기운과 겉잡을 수 없이 퍼진 자유분방함으로, 태평한 즐거움 속에 파티는 절정에 달했다. 오직 류브빈만이 어두운 표정으로 마치 화가 난 듯 올랴를 곁에 붙잡아 두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던 사모님이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와 무언가를 물었다. 류브빈이 엉뚱한 대답을 했는지, 그녀는 손뼉을 치듯 그의 손을 잡았다.


"아니 정말 왜 그러세요? 왜 그렇게 아가씨를 괴롭히는 거예요? 손잡고 한가운데로 데리고 나와서 같이 즐겁게 놀면 되잖아요."


류브빈은 버티면서 코를 킁킁거렸다. 흐리스토포르 신부가 얼굴의 땀을 닦으며 무리에게 다가와 사모님이 류브빈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들었다.


"장가보냅시다, 맹세코, 장가보냅시다!"


류브빈은 허둥지둥 식탁으로 달려가 술을 들이붓고 맹렬하게 안주를 먹어 댔다. 올랴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때 세냐 아저씨가 노래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따라 불렀다.


멀리, 멀리 저 초원은 볼가 강 너머로 뻗어 갔네,


그 초원 넓은 곳에 거친 자유가 살았네.


나는 그곳을 알지, 자유롭고 정든 그 땅,


거친 자유인들의 낙원이자 오랜 소굴...


노래가 끝나자 흐리스토포르 신부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우린 지루하게 살아, 아, 정말 지루해. 보이는 건 송장들뿐이고, 냄새나지. 그런데 핏줄을 타고 힘은 철철 넘쳐흐르고, 건강은 남아돌고, 우리 마누라는—직접 보시라—그림 같은 미인이고. 이 모든 걸 어디다 쓰겠나? 우린 물론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가끔은 견딜 수가 없단 말이야. 내 말이 맞지, 보제?"


보제는 손을 국자 모양으로 오므려 입에 대고는 공감한다는 듯 난처하게 헛기침을 했다.


"우리 경비원도 우울해한다니까." 흐리스토포르 신부가 계속했다. "얼마 전에 그러더군. '밤이 되면 망자들이 묘지를 돌아다니는데, 도무지 쓸모가 없어요.' '그러니까 무슨 쓸모가 필요한데?' 하고 물었지. '아니 그런 거 있잖아요, 흔적이 남는 거.' '무슨 흔적?' '아니 그런 거요, 마당에 똥이라도 싸놓는다든가. 그게 아니면 그냥 공기잖아요. 너무 지루해요.' 하긴 그래, 지루해."


아침이 되어도 우리는 진정되지 않았다. "매우 많이들 취하셨음." 흐리스토포르 신부가 전체 상태를 진단했다. 8시쯤 경비원, 망자들이 배설하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던 바로 그 사람이 와서 시내에서 온 도급업자가 추도 예배를 부탁한다고 알렸다.


"가, 가능하지." 흐리스토포르 신부가 비틀거리며 기꺼이 수락했다.


경비원에게 술이 제공되었다.


"기도합시다." 주인이 힘을 내며 제안했다. "단 부탁하건대, 점잖게 행동하시오, 절대 실수 없이. 곤란하니까, 알지? 예배니까. 당신들이 강도들이긴 해도 성전을 시장판이나 강도의 소굴로 만들지는 마시오."


"맹세하죠!" 우리가 흐리스토포르 신부에게 확약했다.


교회 현관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색 모직 코트를 입고 바가지 머리를 하고 모자를 귀까지 푹 덮어쓴 노인, 검은 스카프를 쓰고 등을 구부린 조용하고 슬픈 쭈글쭈글한 노파, 그리고 숄을 두르고 머리를 매끄럽게 빗어 넘긴 기름진 가르마의 젊은 여자가 있었다.


뒤뚱거리며 흐리스토포르 신부는 무덤으로 향했다. 영대에 머리를 집어넣고 익숙한 동작으로 머리카락을 끄집어낸 뒤 예배를 집전하기 시작했다. 향로는 예배 시작부터 정신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향과 숯을 흩뿌렸다. 그는 무덤 주위를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래 돌며 외쳤다.


"주여, 당신의 종에게 안식을 주소서!"


그때 갑자기 의사가 나섰다. 예배 시작부터 그는 죽은 듯 멍청하게 침묵하며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었다.


"주여, 당신의 종에게 안식을 주소서." 흐리스토포르 신부가 평화롭고 순박하게 스무 번째로 외치며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무덤 주위를 끝도 없이 돌고 있었다.


"주여, 당신의 종에게 안식을 주소서!" 갑자기 의사가 멍한 상태에서 깨어나 무덤 쪽으로 다가오며 온 묘지가 떠나가라 울부짖었다.


흐리스토포르 신부는 처음에는 뜻밖의 조수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으나, 의사는 점점 더 고무되어 다리를 벌리고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흐리스토포르 신부와 독송자의 말을 끊고, 자기 목소리에 도취된 듯 무아지경으로 고함쳤다.


흐리스토포르 신부가 당황해서 멈췄다.


"바샤, 행패 부리지 마. 여기는 술집이 아니라 예배 중이야. 진정해!"


"주여, 당신의 종에게 안식을 주소서!" 바샤는 미친 듯이 목청을 찢었다.


"이거 정말 난장판이군." 카잔스키가 평소처럼 팔짱을 끼고 철학적으로 논평했다.


"아무래도 난장판이군." 흐리스토포르 신부가 멈춰 서서 향로를 내리며 동의했다. "동생!.."


'동생'은 계속해서 악을 썼다. 사람들이 그를 잡아서 옆으로 끌어내고 겨우겨우 진정시켰다.


흐리스토포르 신부는 고개를 젓고 한숨을 쉬더니 추도 예배를 계속하려 했으나, 도급업자 노인이 눈을 부라리며 모자를 쓰고 단호하고 사납게 말했다.


"됐다, 볼 꼴 다 봤어! 그러고도 성직자라니! 이 긴 머리털 달린 악마들아! 퉤. 가자, 할멈! 안 보여? 퍼마셔서 혀가 꼬부라졌잖아!"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그는 가버렸다. 여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흐리스토포르 신부는 어리둥절해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영대를 벗고 끙끙거리며 무덤 위에 앉아 걱정스럽게 말했다.


"주교님 귀에 들어가면 안 되는데, 그럼 날 수도원으로 보내버릴 거야. 좋지 않아."


진정이 되자 그가 덧붙였다.


"그리고 말이야, 고인도 내가 알던 사람인데, 고인 욕은 안 하겠지만 술주정뱅이로 살다 죽었어. 끔찍하게 마셔댔지. 온 동네에 유명했어. 거참...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내게 말 좀 해주게. 좀 잘해 보려고 생각하면 결과는 거꾸로 나온단 말이야? 내가 그걸 몇 번이나 봤는지 몰라. 인생은 언제나 골탕을 먹이려고 한단 말이지. 다 동생 때문이야."


동생은 덤불 속에 널브러져 있었다.


정오가 되어서야 우리는 코뮌으로 돌아왔다. 발렌틴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리다 곁을 떠나지 않았다.


도급업자는 고발하지 않았다.


2주쯤 지나 류브빈은 경제적 유물론의 기초에 대해 횡설수설하더니 올랴가 자기 약혼녀라고 선언했다. 발렌틴은 리다에게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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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trst.nar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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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voron/00.htm